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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의 역사 1. 지식의 의지  / 1∽2장 발제 / 2020. 1. 15. / 진달래
 
제1장. 우리, 빅토리아 여왕 시대풍의 사람들
17세기 초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자신의 성생활을 어느 정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상스러운 것, 추잡한 것의 코드가 19세기에 비해 느슨했다. 그러다가 빅토리아 여왕 시대 부르주아지의 단조로운 어둠이 닥쳐오게 된다. 부부중심의 가족이 성생활을 독점하고 성생활을 철저하게 생식기능의 관점으로 바라본다.
우리는 성의 역사를 억압 증대의 역사로 해석해야 할 오랜 두 세기로부터 아주 조금밖에 벗어나지 못했다는 말이 여전히 들려온다. 근대에 이르러 성이 억압되었다는 담론은 계속되고 있다.
내가 제기하려는 물음은 ‘왜 우리가 억압받는가’가 아니라 ‘왜 우리가 우리의 가까운 과거와 현재 그리고 우리 자신에 대해 그토록 커다란 열정과 강렬한 원한을 품고서 스스로 억압받고 있다고 말하는가’이다.(p16)
 
“억압의 가설”이라고 부르게 될 것과 관련하여 세 가지 주목할 만한 의혹이 생겨나 수 있다. (p18~19)
첫째, 성의 억압은 정말로 자명한 역사적 사실일까?(역사적 문제)
둘째, 권력의 메커니즘, 특히 우리 사회와 같은 곳에서 작용하는 권력의 메커니즘은 요컨대 억압의 범주에 속하는 것일까? 금지, 검열, 부인은 아마 모든 사회에서, 그리고 확실히 우리 사회에서 권력이 일반적으로 행사되는 양상일까?(역사-이론적 문제)
셋째, 억압을 겨냥하는 비판적 담론은 그때까지 이의없이 기능한 권력 메커니즘의 통로를 차단하게 되는 것일까, 아니면 “억압”이라고 부르면서 비난하는 것과 동일한 역사적 망(網)의 일부분을 이루는 것일까? 억압의 시대와 억압의 비판적 분석 사이에 정말로 역사적 단절이 존재하는 것일까?(역사-정치적 문제)
 
세 가지 의혹의 목적은 우리에게 인간의 성생활에 대한 담론을 뒷받침하는 권력-지식-쾌락 체계의 작동과 존재 이유를 결정하는 것이다. 즉 성에 관한 전반적 ‘담론현상’과 ‘담론화’를 고찰하는 것이 요점이다. 또한 어떤 형태로, 어떤 경로를 통해, 어떤 담론을 따라 권력이 가장 미묘하고 가장 개인적인 행동에까지 이르는가, 어떻게 권력이 일상의 쾌락에 침투하여 일상의 쾌락을 통제하는가-거부, 봉쇄, 자격 박탈뿐만 아니라 선동과 강화일수도 있는 결과와 함께 이 모든 것을, 요컨대 ‘권력의 다형적 기술’을 아는 것이 중요한 점으로 떠오르게 된다. 끝으로 이러한 담론의 생산에서 매체와 동시에 수단의 구실을 하는 “지식의 의지”를 도출하는 것이 중요한 점으로 다가오게 된다. 담론의 생산, 권력의 생산, 지식의 생산이 이루어지는 심급들을 찾아보고자 하며 이 심급들과 심급의 변화에 관한 역사를 쓰고자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행해진 처음의 대략적 검토는 16세기 말부터 성의 “담론화”가 제한의 과정을 따르기는커녕 오히려 증대하는 선동의 메카니즘을 따랐다는 것, 성에 대해 행사되는 권력의 기술은 엄격한 선별의 원칙이 아니라 반대로 상이한 형태들로 나타날 수 있는 다형적 성생활의 확상과 확립이라는 원칙을 좇았다는 것, 지식의 의지가 요지부동한 금기 앞에서 꺾이기는커녕 오히려 성생활의 과학을 구성하는 데 몰두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하다.(p20~21)
제2장. 억압의 가설 
 
1. 담론의 선동
17세기 부르주아라고 불리는 사회에 억압의 시대가 시작된 때일지 모른다. 반면에 담론과 담론의 질서라는 차원에서는 현상이 거의 정반대이다. 성에 관한 담론들이 끊임없이 확산되었다.  중요한 것은 권력 자체가 행사되는 장에서 성에 관한 담론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성에 대해 점점 더 많이 말하도록 부취는 제도적 선동, 성에 관해 말하는 것을 듣고 세세한 것을 통해 분명히 말하도록 만들기 위한 권력의 집요한 권유가 눈에 띈다.
18세기 무렵에 이르면 성에 관해 말하라는 정치적, 경제적, 기술적 선동이 일어나는데,  이러한 선동은 성에 관한 일반 이론의 형태가 아니라 분석, 회계, 분류, 명시의 형태나 계량적, 또는 인과론적 탐구의 형태를 띤다. 성에 관해 말해야 한다. 공개적으로 말해야 한다.  성은 공권력의 소관이고, 관리의 절차를 요하며, 분석적 담론에 의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성의 지혜로운 규제를 통해 국가의 내적 잠재력을 굳건히 하고 증대해야 한다.
이러한 담론의 증가를 그저 연속적 확산이라고 말해서는 안 되며 오히려 담론이 실행되는 발원지의 분산, 담론 형태의 다양화, 담론 연결망의 복잡한 형태로 보아야 한다.
-인구문제
-어린이의 성
 
2. 성적 도착의 확립
18-19세기 담론의 폭발은 이성애적 일부일체라는 중심으로부터 멀어지는 동향이 생겨난다.
어린이의 성생활, 광인과 범죄자의 성생활, 이성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의 쾌락 등이 주의 깊게 검토된다.
이 모든 주변적 성생활의 출현은 무엇을 의미할까? 중요한 것은 관용의 수준이나 억압의 정도가 아니라 행사되는 권력의 형태이다. 단순한 금지와는 다른네 가지 작업이 중요한 문제였을 것이다.
1) 나이에 따라 나타나는 성생활- 어린이의 성생활의 통제
2) 취향이나 습관으로 정착되는 성생활- 준동성애자, 제롱토필, 페티시스트 등
3) 관계를 확산적으로 둘러싸는 성생활-의사와 환자, 교육자와 학생, 정신의학자와 광인 관계의 성생활
4) 공간에 들러붙는 성생활- 가정, 학교, 감옥의 성생활
 
이들은 모두 분명한 권력절차의 상관물을 형성한다. 다양한 성적 도착의 확립은 19세기부터 무한한 경제적 이익에 의해 보장되고 대체되는데, 의학, 정신의학, 매춘, 포르노그라피의 매개 덕분으로 쾌락의 분석적 확산과 동시에 쾌락을 통제하는 권력의 증대로 이어졌다.
권력과 쾌락은 복잡하고 확실한 자극과 선동의 메커니즘에 따라 서로 얽힌다. 그러므로 근대의 산업사회가 성에 대해 한층 더 억압적인 시대를 열었다는 가설은 폐기해야 할 것이다.(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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