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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 해제 / 2016.01.17.(월) / 화니짱 발제 (난장버전)
푸코는『광기의 역사』(1961)를 출간한지 20년이 지난 1973년에서 1975년에 걸쳐 『정신의학의 권력』과 『비정상인들』이라는 제목으로 정신의학을 비판한다. (517)
1. 푸코와 심리학
철학을 전공한 고등사범학교 재학 시절 초기부터 1950년대 초반 푸코는 철학보다도 심리학에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였다. 그 시절 그의 여러 글을 통해 그가 정신의학의 길을 가려고 결심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519)
2.『꿈과 실존』서문
푸코는 프로이트가 꿈으로부터 의미론적 차원을 끌어낸 것은 사실이지만 꿈의 통사적이고 형태론적 구조에는 접근하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정신분석학은 파롤의 위상만을 부여했다. 정신분석학은 꿈을 언어의 현실 속에서 이해하지는 못했다.”(521) 한편 빈스방거는 환자가 어떤 이유로 사람들 가운데서 자기를 표현할 수 없게 되면 그것이 병으로서 표현된다고 생각했다. 질병은 하나의 표현이고 환자의 고뇌의 호소라는 말이다.(522) 푸코는 빈스방거의 이 현존재 분석에 입각해 정신질환의 문제를 주체의 자유문제로서 다시 고찰하려고 했다.(522) 또한, 빈스방거는 환자를 사적인 은밀한 세계로부터 끌어내는 것을 의사가 목표로 설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푸코는 환자가 자신의 근원적인 자유와 상상력을 포기함으로써 질병이라는 객관적 절차에 굴복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푸코에게는 정신치료의 목적이 환자의 눈을 공통의 세계 족으로 열리게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이미지 안에 폐쇄되어 있는 상상적인 것을 해방하는 것”이고 표현 쪽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것이다. (524)
3.『정신병과 인격』: 소외와 정신병
정신의학의 목적이 환자가 사회에 복귀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환자가 복귀하는 사회는 얼마나 건전한 것일까? 정신의학은 어떤 의미에서 그 사회의 정치적 실천이다. 정상과 비정상의 판단 자체가 비정상을 배제하고 사회질서를 확보하려는 실천과 결부되어 있기 때문이다. 푸코는 현상학적 분석이 환자의 주관적인 소외로부터 자유를 회복할 수 있게 해주고, 맑스주의 심리학은 환자의 객관적인 소외, 즉 사회 내에서의 사물화로부터 자유를 회복시켜준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푸코는 이 두 자유를 일거에 회복시키려고 기획했다.(525) 그러나 푸코는 후에 이 기획에 의문을 품고,『정신병과 인격』을 자신의 업적에서 소거시켜버리려고 생각한다. 푸코는 정상성 개념과 인간성 개념에 대한 회의 대문에 진정한 심리학의 기획을 포기하게 된다.
예를 들면 실존적 분석에서는 환자가 자기만의 고독한 극장으로부터 각성해서 공통의 장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치유라고 간주된다. (빈스방거) 하지만 이 치유를 통해 환자가 진정한 보편성에 도달한다는 보장은 없다. 이 공통의 장은 서구의 부르주아적인 도덕 규범에 따르는 정상성에 지나지 않거나 민족이라는 공통적 환상의 장일지 모른다는 것이다. (526) 또한 맑스주의의 소외된 인간상이 부르주아적 인간상이라고 비판한다. 즉 맑스주의가 소외된 인간 상 내에서 고찰하고 있는 것은 서양의 형이상학이 암묵적으로 전제하던 ‘인간의 본질’이라는 상이라는 것이다. 이 두 방법에 공통되는 이 인간학적 전제가 인간을 해방시키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인간의 억압을 강화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푸코의 심리학 기획은 방법론적으로 붕괴된다. (527)
이처럼 푸코는 외적인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이라는 외관아래서 실은 내적인 지배와 예속의 강화가 진행되는 것을 경계한다.(528) 푸코에게는 이성의 정해진 한계를 침범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된다. “인간은 정상이다=비정상은 인간이 아니다”라는 규범적 사고방식을 수용하도록 강제하는 것을 폭로하고 인간의 본질이라고 말하는 사유 그 자체를 침범하려고 시도하는 것, 바로 이것이 이후 푸코 사유의 윤리가 된다. 그리고 이것은 푸코의 ‘초기 사유’의 종말을 고한다. 푸코는 이를 통해 자유주의(인간학을 통해 인간의 자유를 회복하려고 시도하는)와 맑스주의(인간의 소외로부터 해방을 실현하고자 하는)와 어떤 측면에서 결별하게 된다. (529)
4. 메타병리학 비판
메타병리학은 인간이 정신과 신체의 통일체라는 사실을 고려하는 척하면서 실은 인간의 정신병과 인체의 병에 동일한 방법론과 동일한 개념을 적용할 수 있다고 믿었다. “정신의 병도 신체의 병도, 특정한 증상에 따라 밝혀지는 자연의 본질처럼 간주된 것이다. 전두엽 로보토미 시술을 받게 된 환자의 일화는 메타병리학의 귀결을 보여준다. 메타병리학은 병에 대한 자연사적 전제에 기초해 정신질환도 인체질환도 동일한 방법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이 병리학은 정신과 신체를 통일하는 척하면서 현실의 인간이 신체와 정신의 살아있는 전체성이라는 것을 간과해버린다.(531) 인체와 정신의 통일성을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정신병리학을 이 추상적인 메타병리학의 모든 전제로부터 해방시킬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푸코는 세 가지 관점을 제시한다.
1) 병은 환자가 더 잘 살기 위한 모색의 표현이며 환자 실존의 표현이다.
2) 환자가 속한 사회와 민족의 역사적 존재 방식에 입각해 고찰해야 한다. 즉 환자의 병을 문화의 표현으로 간주한다.
3) 정신병을 사회에서의 소외방식을 표현한 것으로 간주하고 광기로부터의 해방을 사회적 개혁의 과제와 연결시킨다. (532)
5.『정신병과 심리학』
자본주의 사회는 비생산적인 사람들을 감금할 뿐만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를 관통하고 있는 계급 모순으로 인해 병리적인 양식들을 발생시킨다. 즉 프로이트주의는 자본주의에 대한 무의식적 이론화의 최고의 단계라고도 말할 수 있다.『정신병과 인격』에 따르면 환경과 개인의 모순이 참을 수 없는 것이 되면 그 순간에 심리적 장애가 출현한다. (538) 그러나 『정신병과 심리학』,『광기의 역사』에 이르러서는 맑스주의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관점에 입각해 설명하게 된다. 광기는 이제 더 이상 자본주의 사회의 계급 모순이 개인의 심리적인 차원에서 표출된 것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심층적인 차원인 문화와 역사가 만들어낸 것이 된다. 광기는 역사적 조건, 더 나아가 특수한 문화적 맥락에 속하는 것이 된다. 이런 광기의 역사는 분할의 역사, 배제의 역사이다.(540)
6. 『광기의 역사』: 정신병원의 탄생
위험과 질환, 공포와 연민, 감금해야 할 광기와 치료해야 할 광기라고 하는 양극단 사이에서 동요하던 서구는 결국 장벽 내에서의 구제, 요컨대 광인으로부터 사회를 보호하는 배제 기능과 질환으로부터 광인을 보호하는 치료 기능을 겸비한 새로운 감금 공간의 창설이라는 절충적 형식을 발견한다. (548) 질환은 치유될 수 있고, 정신병원은 이제 이전의 구빈원과 같이 시체가 되지 않는 한 나갈 수 없는 장소가 아니다. (549) 치유됐다는 것은 “도덕 감정이 그 정당한 한계 내로 되돌아와 친구나 자식과 재회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것,” 요컨대 규칙적이고 규범적인 행동과 감정의 활동이 몸에 배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다시 노동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550)
7. 규범화=정상화 장치로서의 정신의학
1838년 법률을 통해 정신병원에 정신이상자들이 체계적으로 입원당하게 된다. 이제 사회질서는 자신을 위협하는 위험을 무력화하는 기계로서 정신의학을 이용하게 된다. 푸코는 근대사회를 ‘규범화=정상화 사회’로 규정한다. 규율은 장차 규칙의 담론이 될 담론을 수반하지만 그것은 주권에서 파생한 법률적 규칙이 아니라 규범의 담론인 것이다. 규율은 법률 코드가 아니라 규범화 코드를 정의한다. 그리고 사법체계가 아니라 인간과학의 영역이 될 이론적 지평에 필연적으로 준거하게 된다. (552) 뿐만 아니라 새로운 정신의학은 유년기에 본질적인 역할을 부여한다. 유년기에서 퇴행적이고 일탈적인 성인의 행동의 전조를 찾아내는 것이다. 유년기는 한 개인의 정상성이 이쪽 혹은 저쪽으로 가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따라서 이제 유년기부터 성년에 이르기까지 개인의 전 생애가 통제되거나 적어도 감시당하게 된 것이다. (553) 푸코에 의하면 정신의학은 자신이 위험하다고 판정한 개인들로부터 사회를 보호하고 통제하는 과학적 심급이 됐던 것이다. (554) 푸코는 담론의 분석으로부터 점차적으로 벗어나 자신이 ‘권력의 미시물리학’이라고 명명한 것, 요컨대 우리를 일상적으로 지배하는 사소한 다수의 권력의 총체에 대한 연구로 옮겨간다. 정신의학은 이 미시권력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다. (555)
8. 침묵의 고고학으로부터 정신의학 권력의 계보학으로
푸코는 『광기의 역사』와 비교해『정신의학의 권력』에서 큰 변형을 가한다.
1) 푸코는 ‘나쁜 권력’을 암시한다고 생각한 폭력개념을 버린다. 실제로 정신병원의 권력은 이와는 반대로 세심하게 계측된 전술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2) 개별화의 절차를 의미하는 제도=시설 개념보다는 중계, 권력망 개념을 전면에 내세운다.
3) 『광기의 역사』에서 정신병원이 가정의 모델을 모방해 작동한다고 주장했으나 이를 철회하고 ‘의사=가부장’모델은 정신병원의 탄생 시기부터 유효한 것이 아니라 20세기 들어와서야 유효하게 된 모델이라고 자신의 입장을 수정한다. (560)
9. 정신병원 공간=규율권력의 공간
힘의 비대칭이 관통하고 있는 정신병원의 질서는 ‘광기’의 권력과 정신의학의 권력의 대결, 광인의 의지와 의료 스태프의 의지의 대결, 그리고 후자의 승리와 전자의 굴복을 이끌어내기 위한 전술적 장치이다. 엄격한 질서의 이면에 실제로는 두 힘의 초조한 대결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563) 욕조는 계속해서 여러 차례 다시 채워지고 명령은 끝없이 반복된다. 뒤프리씨가 배우고 몸에 익혀야 하는 것은 명령과 질서의 언어, 주인의 언어이다. 뒤프레씨는 이 언어를 재습득함으로써 자신의 광기의 진실에 이르게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부과된 질서와 권력의 현실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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