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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철학사2」 이정우
4. ‘도’를 찾아서: 난세의 철학자들 2020.7.26. 바다사자
동북아세계의 사유는 지중해세계 사유와는 달리 존재론적 분열로부터 사유를 시작하지 않았다. 현상과 본체는 애초부터 화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스에서와 같은 수준 높은 존재론적/인식론적 이론 투쟁이 일어날 수 없었다(189).
그리스 철학의 존재론적 분열증과 다른 ‘난세’라는 분열증을 앓았기 때문에 윤리와 정치의 영역에 노력을 쏟았다.
윤리학과 정치철학은 삶이 극히 고통스러우면서도 그 고통에 맞서 사유할 수 있는 일정 수준의 자유가 존재할 때 특히 발달한다. 고통스러운 자유, 자유로운 고뇌가 사유를 가능케하는 것이다. 동주=춘추전국시대(BC770∼221년)는 바로 이런 시대였다(190). 동주는 혼란과 고통의 시대였다. 그랬기 때문에 동북아 사유의 원형으로 자리 잡게 될 위대한 사유들이 바로 이 시대에 출현할 수 있었다.
이 시대에 동북아 최초의 철학자들이 등장했고 이 철학자들은 모두 ‘도’를 찾았다. 왜냐하면 당대는 세상 그 어디에서도 ‘도’를 볼 수 없는 시대였기 때문이다(191).
§1. 헤게모니의 시대
주 -
개요 |
농업중시, 농노적 농민, 호구 조사, ‘정전제’ |
문왕 |
강족 태공망 여상과 연합해서 주의 기반 닦음 |
무왕 |
목야에서 은 붕괴시키고 주 왕조 건립 |
성왕 |
주공 단에 의해 은 완전 정복 |
수도 |
서쪽 수도 장안, 동쪽 수도 낙양 |
통치제도 |
봉건제, 동진을 통해 동서로 가로질러 확장 |
중원의 개념 |
동-발해만, 남-회하 유역, 북-요하 아래 |
춘추시대 |
봉국들이 중앙의 주 왕실에서 이반해 ‘패권’을 다툰 시대 |
※요하는 중권과 동방을 가르는 경계선
※각주4) 주는 상의 점복문화, 순장문화, 호전성, 노예문명, 향락주의 등을 극복함으로써 인문세계로의 길을 열었다. 주가 몰락이후에도 500년 가까이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중원의 국가 대부분이 주공이 만든 ‘예’의 세계 자체는 존중했기 때문이다(193).
종법제와 봉건제는 시간과 공간을 두 축으로 천하를 조직한 체계였다(194).
주례와 패권 사이에서
춘추시대의 시점은 평왕이 낙양으로 천도한 시점, 종점은 중원의 진이 한·위·조로 쪼개진 시점.
패권: 한 시대의 헤게모니=패권을 잡은 제후국이 ‘패자’로 군림, 패자는 주 왕을 ‘끼고서’ 권세를 누림, 패자임을 공식화하는 모임이 ‘회맹’, 서주에서 이어져 온 봉건 질서 자체는 인정하는 것, 주례를 완전히 파기하지 않는 한에서의 패권 다툰 시대(195).
제 환공- 관중 등용
- 위치: 산둥성, 수도 임치
- 관중의 업적: 관리들의 자격과 대우 일치, 다양한 경제 정책, 행정 체제와 군사체제 일치, 법치(법가사상의 비조), 이민족을 막아 제 중심 국제질서(서주 시대의 질서:기존 질서 흔들지 않는 도덕적 질서) 수립(196)
- 관중 출현의 의미(197)
군주와 신하의 이상적인 조합 |
능력있는 재상, 사람볼 줄 아는 군주 |
신분제의 동요와 새로운 형태의 ‘인물’들의 등장을 알리는 사건 |
신분이 아닌 능력의 시대 도래 |
중앙집권적 국가 수립: 지식인-관료의 최초의 뚜렷한 모습 |
귀족-영주에 대한 지식인-관료의 승리 |
춘추 초기의 전쟁이란(200) 국인의 문제, 야인의 문제가 아니었다. 가장 강력한 무기는 전차, 상대방을 제압하는 것이었지 절멸이 아니었다. 국가들은 ‘혈연국가’,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혈연관계, 인간관계였다. 친척들 사이의 주도권 다툼 양상이었다(201).
노골적인 패권의 등장
4강 구도 형성: 동의 제, 서의 秦, 남의 초, 중앙의 晉.
주의 근위병 역할을 하던 서의 진(주례의 바깥 국가, 진융戎)은 서주 이후 관중 장악(201). 초 동일, 군주는 왕이라 칭
‘송양의 인’: 힘을 동반하지 않은 인은 비웃음의 대상이 되는 시대, 초가 중원국가와 대등, 중원 개념이 양자강 북까지 넓혀지게 된 계기.
晉 문공: 본격적 국가 수립, 중앙집권과 부국강병의 길 완수, 귀족 살해, 군사력 증강, 도성 축조, 휼계로 우와 괵 멸망(202).
- 군대 확충 : 농병일치 시작, 州兵의 신설, 총력체제
- 중앙집권화 완성 : 귀족의 관료제화(203), ‘황제’ 개념 시작,‘환관’과 ‘외척’ 탄생, 군국주의적 방식으로 경제 재편, 권모술수의 나라
공자의 평가 : 관중(204)은 어짊으로 높이 평가, 문공은 춘추 질서를 무너뜨린 자로 평가(205)
패권 사대의 쇠퇴
성복대전(632 진이 초와 격돌한 사건, 전차부대 위력 발휘, 晉의 헤게모니 도래(204)) 전후 ‘천하무도’의 시대 전개. 晉이 삼문협에서 秦의 2만 군사 몰살이후 처절한 싸움 전개, 秦과 초 연합으로 晉
서서히 힘 고갈
초 장왕(207)
606년 주 아래 융족 쳐서 중원 개입 시작 |
뛰어난 정치력과 인간적 매력 겸비 |
‘중원’과 ‘오랑캐’ 사이의 심리적 경계 무너짐 |
중원의 경계가 비약적으로 넓어지고 장강이 본격적으로 역사의 무대에 등장 |
춘추질서 자체 소멸 |
6세기 중엽-교착상태
- 진-초 양강 구도 와해, 제의 쇠락, 초-오 대립
- 송 재상 상술, 진 조무, 초 굴건의 동의로 진과 초, 제와 秦 평화조약 체결(弭兵)
- 위계 질서의 확립에 의거한 평화, ‘전국칠웅’으로 가는 씨앗, 패권 개념이 쇠락하고 노골적인 약육강식의 시대 도래하기 시작(209)
§2. 공자: 만세의 사표
공자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그 존재와는 다른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표명함으로써 동북아 철학사의 새로운 문턱을 넘어선다(210).
공자와 그의 시대
미병의 평화 이후 약소국 멸망의 역사 시작, 강국 내부에서는 공실이 약화되면서 권력의 축이 대부들로 옮아가고 대부들 사이에서 전쟁이 벌어지는 현상 출현(210).
공자의 꿈은 주례를 다시 일으켜 예전의 태평성대를 복원하는 것이었다.
공자는 인의 도덕형이상학(211)을 세움으로써 ‘예’를 철학적으로 정초했다. 새롭게 정초하고자 한 것이다. 법은 예에 의해 정초되어야 하고, 예는 인에 의해 정초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공자의 개혁/혁명은 전혀 새로운 차원으로의 내디딤이 아니라 좋았던 과거로의 회귀하는 점에서 그는 또한 회귀적 인물이었다. 공자에게서는 가장 회귀적인 것이 가장 혁명적인 것이었다.
또한 동북아 문명에 인문세계라는 새로운 삶의 차원을 도래시켰다(212).
공자는 선배(진의 숙향, 초의 백주리, 신무우, 오거, 송의 상술, 자한, 제의 안영, 정의 자산, 노의 숙손표)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으며 공자의 생각/말로 알고 있는 것들 중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은 이 선배들로부터 수용한 것들이다(214)
시대의 주인공은 공실에서 대부들로의 이행을 넘어 士로 이행하고 있었다(214). 사계층은 계층 상승을 위한 호기를 맞고 있었고, 상인이나 공인들도 예전보다 훨씬 자유로운 공기를 호흡했다. 현물세가 일반화됨에 따라 농부들도 신체적 구속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名’만이 아니라 ‘實’이 인정받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공자는 학문이라는 ‘말’이 아니라 그 ‘개념’을 창조한 것이다(215). 실용적인 지식으로부터 본격적인 ‘학’의 수준으로 탈바꿈시켰다. ‘인’을 비롯한 많은 철학적 개념들/원리들을 재사유함으로써 인간-됨의 수준을 끌어올리고자 했다. ‘學’은 ‘習’과 혼연일체를 이루어야 한다. 자신의 인간존재론적 혁명을 기반으로 세계를 윤리적으로 또 정치적으로 개혁하고자 했다(216).
공자의 신분적 제약은 그가 뜻을 펼칠 기회를 쉽사리 허락하지 않았다. 그는 주공 단이 세운 예의 세계를 춘추 말기라는 난세에 부활시키고자 했으나 세상 전체는 ᅟᅮᆯ물론 그가 살던 노나라 자체가 엉망진창의 나라였다(217).
6세 |
미병의 평화 |
11세 |
노 소공 원년 541, 진의 기둥 조무 사망으로 晉 분열 시작 |
17세 |
양호(노의 권세가, 공자 40대 때 삼환에게 패해 진의 조씨 집안에 의탁)에게 문전박대 당함 |
15세 |
학문에 뜻을 두었다. |
30세 |
두 발로 섰다→앞날에 대한 확고한 비전 획득 의미 |
35세 |
노 소공 제나라로 도주 |
40세 |
미혹에 흔들리지 않게 되었다. |
43세 |
-정공 즉위, 진과 제는 귀족들의 분열 심호, 서방의 진(217) 힘을 키워가고 초·오·월 사투 본격 시작 시점 -학자로서의 명망 반석에 오른 시기 |
50세(정공9년, 501) |
-천명을 알게 되었다. -‘천명’은 주 왕에 의한 상 왕조 정복 시 등장했던 개념 -주공 단을 모델로 해서 자신이 해야 할 일과 그것을 위한 학문적 토대를 마침내 확고하게 정립, 정치적 위상도 높아져 때로는 재상의 역할 대리도 함 |
55세(497) |
14년간의 주유 시작 |
60세(492) |
귀가 순해졌다. 타인의 말이 아무리 거칠고 사나워도 소화해낼 수 있는 경지 |
68세(484) |
주유에서 돌아옴. |
70세 |
마음이 바라는 바대로 따라가도 도리에 어긋나지 않았다. 자신의 개인적 욕망과 인간의 도리를 자연스럽게 일치시킬 수 있는 경지 달함(240) |
73세 |
세상 뜸. 사수 부근에 매장, 제자들이 공자 무덤가에 집 짓고 마을(공자 마을)이뤘고 점차 儒林이 됨. |
14년 주유의 드라마
위 |
은의 옛 땅, 위와 노는 형제 국가, 영공의 무사안일주의, 신하들의 질시(221) |
陣 |
-순 임금 후손 국가, 진으로 가는 도중 송의 광에서 양호로 오인받아 죽을 뻔 -‘文’은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은가?: 내가 문을 이어갈 것이고 널리 펼 것이다. 이것이 50에 깨달은 ‘천명’이었다. -제자들에게 감동과 용기 줌, 14년의 고난의 행군의 원동력이 됨 |
송 |
공자의 조상의 나라, 주는 은 멸망이후 유민들을 송에 살게 했다. 공자는 은나라의 후손, 비판당한 환퇴에 의해 죽을 뻔(223) |
陣 |
오왕 부차의 자문, 외강내유의 사내, 패자 노릇(224) |
위 |
예전과 동일 |
채 |
초 영왕에게 멸망당한 후 초 평왕에 의해 재건, 뜻을 이루지 못하고 섭(채 당에 초가 세운 괴리정부)으로 갔으나 동일(226) |
노 (484, 노 애공11) |
학문과 교육을 정리, 원로로서 활동, 친아들인 공리와 안연 죽음 |
공자와 제자들
자로 |
-도둑 출신, 동네 건달 -평생 스승으로 모셨으나 성정이 뜨겁고 생각이 아둔해 걸핏하면 어리석은 언행 저지름, 용기는 있어도 지혜는 없었다(229). 거칠고 단순무식했으나 유약하고 교활하지 않음. 영공-남자부인 집안의 이전투구에 얽혀 목숨을 읽음(230). 싸움 중 갓이 떨어지자 갓을 단정히 고쳐 쓴 채 칼을 맞음 |
자공 |
다양한 재능이 있었고 상인, 현실적인 사람. 뛰어난 인재(231)였으나 현실적인 자공이 이상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 순수하지 않았음. 말이 잘 통하는 사이. 언어에 뛰어난 인물(232). 당대에 가장 큰 역할을 한 인물(233) 자공의 진정한 뛰어남은 현실적인 능력을 넘어서는 진실성(234). 자공만이 6년상 치룸(235) |
안연 (안회) |
공문이 배출한 인재, 진정한 성인군자로 여김. 존경한 제자. 공자의 ‘인’을 가장 높은 경지로 실천한 인물. 무척 가난했음. 공자와 안회는 진정한 의미에서 기쁜 삶, 즐거운 삶을 살 수 있는 사람들. 안회의 요절은 학단의 큰 비극 |
기타 |
자로, 자공, 염구(파문), 자장, 자하, 자유, 증삼, 유약 등이 정계 진출 및 학파 형성(239) |
소크라테스와 공자
소크라테스 |
공자 |
·페르시아 전쟁 승리 후 여유와 향락 누린 시기 |
·전쟁과 정쟁의 세상 |
·희극적 상황 극복을 위한 새로운 ‘정초’시도 |
·비극적 상황 극복 위한 전통의 ‘복원’ 시도 |
·당대의 왜곡된 가치들을 논리적 사유를 통해 극복하고자 함. 아레테를 탐구하여 당대의 어지러운 양상들을 바로잡고자 함. 논리적, 이성적 방식으로 현실적, 가치론적 문제 해결코자 함. |
·역사적 사유. ‘경’들을 새롭게 정리하고 그 과정에서 당대의 퇴락한 가치들을 새롭게 하려 한 것 |
·개별성과 상황성에 의해 흔들리지 않는 보편성과 엄밀성으로 대화(243) |
·사람들의 고유한 인품과 개성에 세심하게 주목하면서 가르침 베풂(243) |
·본질주의적 탐구, 철저히 일상적, 구체적 지평에서 전개. 그의 사유를 형이상학화한 것은 플라톤 |
·자신의 탐구를 삶의 장 속에서 구체적으로 풀어가고자 함. 형이상학화한 것은 맹자, 장자 |
·영혼 개념 -인식론적 단절 내포, 영혼의 빼어남을 지혜로 보아 서구적 주지주의 정초, 새로운 개념화를 통해 퓌지스를 재사유하고, 그것을 통해 지혜를 중심으로 하는 노모스의 새로운 정초 시도 |
·인 개념 -큰 인식론적 단절을 함축하지 않으며, 존재론적 색채도 약함. ‘述而不作’, 전통적 이상의 ‘복원’ 예악보다 더 근본적인 것, 인을 통한 ‘예=노모스’를 새롭게 하고자 함 |
· 공적인 가치 -핵심 가치, 공·사의 혼동은 지적-인간적 저열함의 표식 -플라톤의 철인-치자들은 가족이라는 자연적 질서까지도 초월할 것을 요청받음. |
·효 -가족의 중시, 『논어』의 핵심 가치, 한대에 사회의 기초, 동북아 사회를 받치는 기초로 작용(245) -인의 실천을 위한 뿌리. 넓은 범위의 인은 효제의 확장에서 가능 |
· |
· 재상 중심의 통치 비전 가짐. ‘사’계층의 가치와 정체성 확립함(246) |
· 플라톤 -기존의 이름-자리의 체계를 무시하고 새로운 설계도에 입각해 이상국가, 차선의 국가 설계하고자 함(247) -철인-치자는 공정한 경쟁을 거쳐 선별 과정을 마지막까지 통과해야 할 인물 |
· 정명론 -이름-자리를 채울 가치가 있는, 자격이 있는 인물들이 차지해야 -군자들은 ‘사’라는 신분에서 시작해 스스로의 정체성을 새롭게 만들어가야 할 인물
|
·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해 구체화. 상당수준의 지식층에 의해 수용. 대중적 사유는 유대-기독교 사상. 근대 이후 자연과학적 전통과 유대-기독교적 가치가 기묘하게 공존하고 소크라테스적-플라톤적 지성을 쇠잔해버린 현재 서구 모습 |
·공자의 가르침은 지식인 차원 물론 사회/문명 전반에 스며듦. 유가철학 뿐 아니라 ‘유교’로서 동북아 문명 지배, 구체적 내용과 사회적 맥락은 역사의 흐름 속에서 매우 복잡·다양하게 변이되어 옴 |
§3. 자연과 작위
『노자』의 사유 : 초의 사상
초는 고대 동북아 문화, 중국 문화의 저장소. 주 왕조 반란 실패 후 관리, 학자들이 왕실의 책을 가지고 초로 피신하자 초와 중원의 문화 융합, 주 문화를 보존한 노와 상문화를 보존한 송의 멸망 시에 초 지역으로 피신하면서 고대 문화의 총집결지가 됨. 한 제국을 창건한 것은 초 출신 인물, 초문명은 중국 문명의 중핵이룸(249 주64).
노자의 사상은 왕필이 편집한 『도덕경』을 통해서 이해되어왔지만, 백서본인 『덕도경』과 죽간본인 『노자』의 발견은 본래 노자사상과 훗날의 ‘노자사상’을 구분할 수 있게 해줌.
『노자』에서 공자의 ‘작위’의 사유(250)와 대비되는 ‘자연’의 사유를 발견할 수 있다(251).
이름이란 ‘명분’, 인간의 문화란 곧 분류체계. 인간은 세계를 분절하고 체계화함으로써 문화세계를 이룸, 세계를 이름으로써-분절하는-것은 세계를 기표체계로 만드는 것(252). 기표체계는 권력배분 함축, 이름-자리의 체제인 것. 사람들이 작위적으로 만들어낸 길이 아닌 본래의 길 자체에는 이름이 없다. 그것은 가공되지 않는 통나무 같은 것.
노자는 ‘주례’에 대해 거부. 현존하는 질서만이 아니라 주례라는 작위적 인간 질서 자체를 급진적으로 비판했다. 훗날 동북아 세계에서 혁명은 의례히 도가사상에 기초해 일어난 것은 이 때문이다. 노자사상은 반국가적 사상이다. 세상에 확립되어(253) 있는 통념=‘독사’를 비판한다. 통념적인 이항대립을 넘어서는 사유, 不二의 사유이다. 기호체제로 이루어진 국가적 체제와 그것을 떠받치는 통념적 인식론을 전복한다.
그러나 단순한 반국가철학이 아니라 오히려 매우 적극적인 정치철학이다. 큰 지혜를 가진 성인-왕을 보좌하는 영유=재상-의 존재와 왕에게 던지는 정치철학적 메시지이다.
무위의 이상은 이상 자체로서만 존재하기보다 ‘위’의 세계에 구현될 때에만 실천철학적 의미를 가진다(254).
무의의 차원을 역사적-정치적 지평에서 사유할 경우 주례와 그 바깥의 투쟁으로 독해할 수 있다. 작위란 주례로 대표되는 이름-자리의 체계고 도/자연의 차원이란 가공이 이루어지기 이전의 무위의 차원이다(255). 자연세계=천지, 비중원-중원 문화이다
무-작위란 고대 동북아세계에서 춘추시대까지 진행되어 온 주례를 대표로 하는 문명화 전체가 도/자연을 벗어난 작위의 체계라는 점을 지적해주는 개념, 즉 작위적인 상징체계 이전의 자연세계를 가리킨다.
무위의 차원의 정치는 ‘명’‘욕’‘영’ 등등을 극복함으로써 이루어지는 정치다. 통나무의 차원은 이름-자리의 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는 실재세계이다. ‘도’의 차원이기에 카오스가 아닌 자체의 이법을 내포하는 차원이다. 생성의 세계로서 존재한다(256).
유가, 도가, 묵가, 법가 중 그 어느 사상도 고대 동북아의 신분체제와 정치체제 자체를 근원적으로 전복코자 하지 않았다. 왕들과 제후들을 전제한 사상들인 것이다.
노자는 군주들의 도를 통나무-되기에 두었다. 통나무-되기는 작위적 분절체계의 ‘차이들의 체계’아래에 존재하는 장자적 뉘앙스에서의 ‘허’이며 ‘만물제동’을 함축하는 이 허가 차이들의 체계에 ‘생성’을 가져오고 또 주체적 노력이 매개될 경우 ‘되기’를 가능케 한다. 진정한 통치자는 사람들을 작위적 체계 저편으로 데려갈 수 있는 존재이다. 그때에만 백성들은 자연세계를 본받아 스스로-행할-수 있게 되고 세상은 스스로-안정될-수 있다(257).
노자의 성왕은 현실 바깥으로 초탈한 형이상학적 존재가 아니라 형이상학적 차원을 품고서 실제 정치를 잘하는 인물이다(258).
『노자』의 철학적 의의는 동북아 사상사에 초치로 본격적인 ‘존재론적 사유’를 도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노자에게서 대립항들은(259) 상황 전환적이며 상보적 존재들이기에 가능하다. 대립적인 것들이 잠재적으로는 하나의 그 무엇을 이루고 있으며, 그로써 서로를 낳고 이루고 모양 지어주고 채워주고 보듬어주고 따른다는 것을 뜻한다(260).
대립항들이 현실적인 ‘해’들이라면, 도는 여러 해들을 그 안에 보듬고 있는 ‘문제’이다. 애들의 차원에서의 대립은 문제의 차원에서는 해소된다. 해들을 편애하지 않기에 하나의 해는 결국 다른 해로 바뀐다. 그렇기 때문에 ‘되돌아감’이야말로 도가 움직이는 방식이다. 이는 역의 사유와도 통하며 동북아 특유의 ‘순환존재론’이라 불러볼 만한 사유이다. 도의 쓰임은 ‘강’이 아니라 ‘약’이다. 도의 가장 본질적인 성격은 ‘무’에 있다(261).
공자와 노자(266-270)
구분 |
공자 |
노자 |
대변 |
중원의 사유, 합리주의, 문화세계 대변 |
남방의 사유, 낭만주의 자연세계 대변 |
이상 |
주례의 본래 정신 회복 |
자연세계 |
철학적 |
문화세계에 대한 깊은 연구, 문헌 정리, 군자양성 |
독자의 존재론, 형이상학 존재 |
정치 |
종법제, 봉건제기 이상적으로 작동 정치 |
소국과민의 정치 |
귀족존재 |
춘추 귀족이 중심, ‘군자’ 개념으로 재규정 |
성왕과 성인이 작은 국가를 무위로 통치하는 세계, 귀족 계층 존재 거부 |
이상적 삶 |
제국 |
소규모 공동체 |
작동 |
천하의 철학-도덕성을 갖춘 지식인-전문가의 철학 |
강호의 철학-창조적 사상가-예술가의 철학 |
서구 |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와 상통 -국가 사유 단위, 현능한 인재 양성, 퇴락한 예/노모스 재건 목표 |
헤라클레이토스, 크세노파네스, 헬레니즘 철학 |
구현 |
삶의 양 구현 |
삶의 음 구현 |
§3. 예치와 법치
역사를 보는 눈
유가,노가,묵가,법가 모두 역사에 대한 실증적 탐구를 통해서라기보다 자신들의 정치철학을 역사에 투영해서 만들어낸 역사형이상학이었다. 전통적으로 상고사는 유가적 관점에서 이해되어왔다는 점, 다른 시각들도 존재한다는 점, 현재로서는 실증적으로 밝힐 수가 없다는 점을 말할 수 있다(273).
예치와 법치
예 |
법 |
외형적 가치 |
외형적 가치 |
형이상학적 뿌리, 천-지-인의 형이상학적 관계에 근거 |
행정적 뿌리, 통치와 피치의 관계에 근거 |
인치에 기초 |
외면화되고 강고해졌을 때 강조 |
춘추귀족들의 통치 세계 작동 |
영토국가 발달, 재상-정치가 등장, 국가와 행정의 강화 |
춘추전국시대의 흐름은 춘추 귀족들에 의한 예치에서 신흥 정치가들에 의한 법치로의 전환(200).
노자적 관점에서 도가 쇠락할 대 인의가 나오고, 인의가 쇠락할 때 예가 나오며 예가 쇠락할 때 법이 나온다고 할 수 있다(275).
관중
-이름-자리 체계를 세운 인물(275).
-전국시대 씨앗을 뿌린 인물/춘추 초의 안정된 패권체제를 연 인물
-공자는 그의 부드러운 패권정치를 크게 평가했다(276). 도와 예에 입각한 훌륭한 정치였다고 본 것
-고대 역사의 흐름에서 춘추 초 시대의 패권정치는 뛰어난 정치였다
정자산
- 엄밀한 법 집행자. 공자의 칭찬
- 훌륭한 정치가는 윤리를 외면하지 않지만 윤리대로 행동하지는 못한다. 윤리적 이상과 현실 정치 사이에서 최적의 타협점을 찾아가는 행위
법은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기계와도 같다. 거기에는 인도 예도 없다. 규칙대로 작동할 뿐이다. 관정과 맹정이 극단으로 치달을 때 진한이 잘 보여준다. 예치와 법치의 문제, 관정과 맹정의 문제는 균형과 조화의 문제로 귀착된다. 법가는 유가와 ‘상관적 정도’를 이루면서 동북아 역사의 한 축으로서 계속 내려오게 된다(280)
§4. 인과 겸애
묵자는 생존 연대도 출신 지역도 불분명, 낮은 신분의 인물 짐작. 노나라인 개연성 높음. 공자의 바로 다음 세대로 추정.
묵자 학단은 工과 하급 기술자들을 중심으로 한 평민들과 천민들. 후대의 모든 종교적-군사적 집단의 원형(281). 글은 무미건조하고 단순한 한편 논리적이고 명료하다.
유일한 하느님=천의 존재와 귀신들의 존재 역설, 자신의 사상을 형이상학적 존재들을 통해 근거 짓는다. 묵자에게 하느님은 그 무엇도 그의 지배를 벗어날 수 없는 절대신이다(283). 인격신을 통해 뒷받침한 흔치 않은 예. 일신교 연상(283)
고차원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가장 원초적 가치인 복록을 추구할 뿐이다. 복록의 규준은 죽음에 대한 삶의 우위, 빈곤함에 대한 부유함의 우위, 난세에 대한 치세의 우위이다. 실제 생활에서 민중들이 행복을 얻는 것(284). 모든 가치들은 의로움만으로써 추구할 수 있다.
묵자의 ‘숙명’은 세상의 비극과 비참을 피할 수 없는 것임을 뜻한다(285). 염세주의/체념주의에 더 가깝다. 하늘의 뜻/의지는 바로 인간으로 하여금 삶의 힘겨움을 벗어날 수 있다고 믿게 해주는 근거 즉 숙명론을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근거로서 제시되었다. 세상은 궁극적으로 하느님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며 의지는 바로 의로움이다(286).
묵자의 세계는 숙명론과 하느님·귀신들·성황의 의로움이 단적으로 대비되는 명쾌한 이원론의 세계이다(289).
‘겸애’란 모든 사람들을 공평하게 사랑하라는 것이다. 존중, 공정함에 가깝다. 묵자의 최고의 가치는 ‘천하지리’ 즉 보편적 이익이다. 현재의 삶의 구조에서 보편적 이익을 추구하는데 있다. 이 보편적 이익을 가능케 하는 것이 모든 이들에 대한 똑같은 존중, 공정함, ‘겸애’이다(290).
묵자의 사상은 유토피아적인 봉건왕조에 역점을 두고 있다. 신분 타파가 아니라 능력과 신분의 일치였다. 능력이란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것이다. 묵자에게서 보편적 사랑=의로움=이로움을 가능케 하는 존재는 신·귀신들과 인간을 이어주는 결절점인 성왕이다. 세상의 모든 특수성들은 성왕이라는 보편성을 매개로 해서 하늘의 의로움에 연결되며, 그 역도 마찬가지이다(292).
천하지리의 반대 극은 전쟁이다. ‘비공’ 항목은 어떤 항목보다 중요하다. 전쟁은 편협한 사랑에서 온다(293). 처음에는 ‘비공’자체만을 역설했으나 후기 묵가로 갈수록 적극적인 방식 즉 방어술을 개발해낸 것 같다. 말로 투쟁하는 변증론 분야와 공성에 맞서 투쟁하는 방어술 분야로 갈라지면서 구체화된 것으로 보인다(294)
묵가사상은 강호의 철학으로 자리 잡기에는 너무나 비-낭만적이었고, 종교가 되기에는 너무나 합리적이고 실용적이었다. 또 혁명의 종교가 되기에는 너무 봉건적이었고, 아르카디아의 사상이 되기에는 ‘천하의 철학’의 성격이 너무 강했다. 결국 묵가는 유가와 같은 인문주의를 제공하지 못했고, 법가적 통치술로서 발전되지도 못했고, 도가적 자연주의로서 받아들여지지도 못했고, 자신의 장기인 논리학, 언어철학으로서 뻗어나가지도 못했다. 오늘날에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298).
묵자의 유산은 그가 보여준 불굴의 의지와 실천이다(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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