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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주권적 경찰
경찰은 단순히 법을 집행하는 행정 기능인 것남이 아니라, 어쩌면 주권자의 형상을 특징짓는 폭력과 법의 인접성 또는 거의 구성적인 교환이 가장 명쾌하게 벌거벗겨진 채로 드러나는 장소일 것이다.
주권자가 예외상태를 공포하고 법의 효력을 중단시킴으로써 폭력과 법의 비구분 지점을 표시하는 자라고 한다면, 경찰은 항상 그런 ‘예외상태’에서 움직인다. 경찰은 매 사례마다 결정을 내릴 때 제시하는 ‘공공질서’와 ‘안전’이라는 이유는 폭력과 법 사이의 비구분 지대를 이룬다. 이 지대는 주권에서의 비구분 지대와 완전히 대칭을 이룬다(116).
유대인 말살이 그토록 질서정연하고 잔혹하게 진행될 수 있었던 까닭은 그것이 치안작전으로 구상되고 실행됐기 때문이다. 반대로 그것은 ‘치안작전’이었기 때문에 오늘날 민간인의 눈에는 더둑더 야만적이고 굴욕적인 것으로 비친다.
주권자를 경찰관으로 서임한다는 것은 또 다른 부수적 결과를 낳는다. 상대방을 어쩔 수 없이 범죄자로 만들 수 밖에 없다는 결과를 말이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부터 적이 민간인으로부터 배제되고 범죄자로 낙인찍히는 과정이었다. 그 이후에야 ‘치안작전’을 통해 적을 말살하는 것이 적법해진다. 이런 작전은 어떤 법적 규칙에도 종속되지 않는다(118).
주권이 경찰법이라는 가장 애매한 지(118)대로 서서히 미끄러져 들어가는 것에는 긍정적 측면이 적어도 하나는 있다. 적을 범죄자로 만드는 데 엄청난 열의를 기울였던 국가의 수장들이 생각지도 못했던 것은 범죄자 만들기가 언제든 자신들에게도 되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오늘날 지구상에는 잠재적으로 범죄자가 아닌 국가의 수장이 단 한 사람도 없다(119).
경찰관과 사형집행인의 복장을 하기로 기꺼이 동의한 주권자는 마치내 오늘날 범죄자와의 원초적인 인접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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