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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권 1712~1728
나는 나를 닮은 사람들에게 한 인간을 온전하게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다. 그 인간은 바로 나일 것이다(p. 17).
나는 혼자이다.
“이 것은 제가 한 행적이고, 제가 한 생각이며 과거의 제 모습입니다. 저는 선과 악을 모두 솔직하게 고했습니다.”
나는 1712년 제네바에서 시민 이자크 루소와 시민 쉬잔 베르나르 사이에서 태어났다(p. 18). 아버지는 오로지 시계수리공이라는 직업으로만 생계를 이어낫다. 목사 베르나라의 딸인 내 어머니는 더 부유했으며 사려 깊고 아름다웠다.
두 사람의 사랑은 거의 그들이 태어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들은 사랑을 서약하고 하늘도 그들의 서약을 축복했다(p. 19).
나는 허약하고 아픈 아이로 태어났다. 나 때문에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고, 내가 태어난 것은 내 여러 불행들 가운데 최초의 불행이었다(p. 20).
하늘이 그들(루소의 부모)에게 내려준 모든 재능들 가운데 그들은 나에게 다정다감한 마음만을 남겨주었다. 그들은 다정다감한 마음으로 행복했지만 나는 그 마음으로 인해 삶의 온갖 불행을 겪어야 했다(p. 21).
나는 거의 죽어가다시피 태어났고, 내가 생명을 부지하리라고는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다. … 사랑하는 고모, 당신이 저를 살려주신 것을 용서합니다.
나는 생각하기 전에 느낀다. 그것은 인간의 공통된 조건이다.
어머니는 우리에게 소설책을 남겨주셨다. 아버지와 나는 저녁식사 후에 그 책들을 읽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저 재미있는 책들로 읽기 연습을 하려는 것이었지만 이윽고 그것이 너무 흥미로워진 나머지 우리는 번갈아가며 쉼없이 책을 읽었고 걸핏하면 밤을 새우곤 했다(p. 21-22).
흥미로운 책 읽기와 그것이 계기가 되어 나눈 아버지와 나 사이의 대화들 덕분에 자유롭고 공화주의적인 성향이 형성되었는데, 굽힐 줄 모르고 자존심이 강하며 구속과 복종을 참지 못하는 그 성격 때문에 나는 성격대로 마음껏 할 수 없는 처지에서 일생동안 고통을 받았다(p. 23).
나는 자신을 그리스인이나 로마인으로 생각했고, 내가 읽은 전기의 등장인물이 되었다.
눈앞에는 온화함의 본보기가 되는 사람들밖에 없었고 주위에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사람들만 있으니, 어떻게 내가 나쁜 사람이 되겠는가(p. 24)?
내가 삶을 시작하면서 지니게 된 최초의 감정은 이와 같았다. 자존심이 무척 강하면서도 동시에 무척 다정한 그 마음과 유약하지만 그렇다고 꺾일 줄 모르는 그 성격은 내 안에서 그렇게 형성되거나 나타나기 시작했다. 나약함과 용기, 나태함과 미덕 사이에서 늘 동요하던 이러한 성향들로 인해 나는 끝까지 나 자신과 모순되었고 절제와 쾌락, 즐거움과 사려와는 모두 멀어지게 되었다(26-27).
아버지가 고티에씨와 다툼을 벌였다. … 그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게 되자 명예와 자유가 위태로워 보이는 문제에 굴복하기 보다는 제네바를 떠나 여생을 외국에서 사는 편이 났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남아서 외삼촌 베르나르의 보호를 받았다(p. 27).
나는 전원생활의 소박함 덕분에 우정에 마음을 열게 되었고 헤아릴 수 없이 소중한 가치를 얻었다(p. 28).
보세에서의 생활방식은 나와 아주 잘 맞아서 그런 방식이 더 오래 지속되기만 했어도 내 성격은 완전히 굳어졌을 것이다(p. 29).
랑베르시에양(하숙했던 랑베르시에 목사의 여동생)은 우리에게 어머니 같은 애정을 갖고 있었으므로 그만큼 권위도 있었다. … 이상한 일은 내가 벌을 받고 나서 체벌한 여인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는 것이다(p. 30).
여덞 살짜리 아이에게 서른 살 처녀의 손으로 가한 체벌이 그후 나의 인생에서 나의 취향, 나의 욕망, 나의 정념, 나 자신을 결정했다는 것을 누가 믿겠는가(p. 31)?
그 기이한 취향은 성장한 이후에도 여전히 지속되었고 변태성욕과 광기로까지 이어져서 내게 정숙한 품행을 벗어버리게 하는가 싶었지만 오히려 그런 품행을 유지하게 해주었다. 예의바르고 순결한 교육이란 게 있다면 그것은 확실히 내가 받았던 교육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p. 31).
나는 이렇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여자들을 여에 두고 갈망하면서도 입도 열지 못한 채 삶을 보냈다. 감히 취향은 밝히지 못했지만 나는 적어도 내게 그와 같은 생각을 지속시켜준 관계들을 통해 그 취향을 다른 데로 돌렸다.
내 관능이 나의 소심한 기질과 공상적인 정신과 공모하여 나는 순수한 감정과 올바른 품행을 지킬 수 있었다. 아마도 좀 더 염치가 없었더라면 나를 난폭한 쾌락에 빠지게 했을 그 취향들을 통해서 말이다(p. 33).
제네바로 돌아온 나는 내 장래가 결정되기를 기다리면서 2,3년을 내 외삼촌 집에서 보냈다. … 외삼촌은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방탕한 사람이었고 자신의 의무를 다할 줄 모르는 사람이어서 우리를 별로 보살펴주지 않았다(p. 42).
나는 시의 사법서사인 마스롱씨의 집에 맡겨져 베르나르씨 말마따나 법무 서기라는 유용한 직업을 그 밑에서 배우게 되었다. 나는 그런 식의 명칭이 지독하게 싫었다. 비열한 방법으로 많은 돈을 벌겠다는 기대는 나의 고상한 기질과 별로 어울리지 않았다.
적성을 확인한 나는 시계수리공이 아닌 조각공 밑에서 수련을 쌓게 되었다. 나는 사법서사에게 받은 멸시 때문에 극도로 자존심이 상했던 터라 두말 않고 따랐다. 뒤코묑씨라 불리던 내 장인은 상스럽고 거친 젊은이였는데, 얼마 되지 않은 시간에 내 어린 시절의 광채를 퇴색시키고 다정하고 활발한 내 성격을 우둔하게 만들었으며, 내 처지는 물론 정신까지도 진짜 도제 신분으로 만들어버렸다(p. 49).
그 직업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나는 제도에 상당한 취미가 있었고 끌 작업은 상당히 재미가 있었다.
장인의 횡포로 어쩌면 좋아했을지도 모를 그 일이 끝내는 견딜 수 없을 정도가 되어버렸고, 나는 거짓말, 게으름, 도둑질과 같은 내가 혐오했을 악덕에 빠져들고 말았다. 이 시기에 내 마음속에서 일어난 변화를 회상해보면, 자식으로서 의존하는 것과 노예로서 속박당하는 것의 차이를 그만큼 나에게 더 잘 가르쳐준 것도 없다(p. 51).
나는 은밀하게 탐하고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고 거짓말하며 끝내는 훔치는 짓까지 배웠다.
선한 감정이 길을 잘못 들어서면 대개 아이들은 악행으로 향하는 첫걸음을 내딛게 된다. 나는 장인의 집에서 1년 이상을 머물렀는데, 계속된 결핍과 유혹에도 불구하고 어떤 것도, 심지어는 먹을 것조차 훔칠 엄두를 내지 못했다(p. 52).
나는 지나칠 정도의 큰 고통 때문에 일에도 싫증이 났고 모든 것이 지긋지긋해졌다. 그러다 보니 오래전부터 잊고 있던 책읽기 취미를 되찾았다. 책 읽기는 일에 지장을 주는지라 또 다른 죄가 되었고 나는 다시 벌을 받았다. 구속이 만들어낸 이 취미는 열정이 되었고 머지 않아 광기로 돌변했다. 유명한 책 대여업자인 라 트리뷔라는 여자가 온갖 종류의 책들을 대주었다. 좋은 책이든 나쁜 책이든 거리낄 것이 없었고, 나는 모든 책을 똑같이 탐욕스럽게 읽었다(p.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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