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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권(1728~1730)
나는 베르첼리스 부인의 집에 들어갈 때와 거의 같은 상태로 그곳에서 나와 예전에 머물던 숙소의 여주인에게로 다시 갔다. 그곳에서 5, 6주를 머무는 동안 몸은 건강하고 젊은데 정작 할 일이 없는 탓에 종종 내 관능적인 욕구를 감당하기 어려웠다.(p. 129).
내 욕망을 만족시킬 수 없었으므로 그것을 더없이 엉뚱한 술책으로 들쑤실 정도로 내 흥분은 커져만 갔다. 나는 좁고 어두운 길이나 잘 드러나지 않는 외진 곳을 찾아다녔다. 나는 그곳에서 여자들에게, 내가 그녀들 옆에 있다면 하고 싶은 모습으로 멀리서 몸을 노출할 수 있었다(p. 130).
나는 은신처로 달아났다. 나는 쫓기고 있었다. … 칼을 찬 남자는 내 팔을 붙들고는 그곳에서 무슨 짓을 했느냐고 거칠게 물었다. … 그 위태로운 순간에 기상천외한 궁여지책을 머릿속에서 필사적으로 짜내어 성공을 거두었다. 나는 그에게 애원하는 투로 내 나이와 처지를 불쌍히 여겨달라고 사정했다(p. 131).
멜라레드 백작의 가정교사였던 사부아 지방의 신부 갬을 종종 만났음.
그는 양식이 풍부하고 정직하며 지식도 상당해서 내가 아는 가장 교양 있는 사람들 중의 한 명이었다. … 그는 나에게 일자리를 구해줄만한 충분한 영향력이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와 가까이 지내면서 평생에 득이 되었던 한층 소중한 이점과 건전한 도덕적 교훈과 올바른 이성에서 얻은 규범을 발견했다(p. 132-133).
라 로크 백작(베르첼리스 부인의 조카)이 왕비의 시종장이자 유명한 솔라르 집안의 웃어른인 구봉 백작의 저택에 루소를 데리고 갔음.
브레유 양은 거의 내 나이 또래의 아가씨로 몸매가 좋고 상당히 아름다웠으며 하얀 피부와 무척 까만 머리카락을 갖고 있었다. 갈색이 섞인 머리에도 얼굴은 금발 여성 특유의 부드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내 마음은 그 표정을 결코 뿌리치지 못했다(p. 137).
나는 자제심을 조금도 잃지 않았다. 내 본분을 다했고 내 욕망도 고삐가 풀린 것은 아니었다.
브레유 양의 첫 번째 시선: 그녀의 오빠의 호의적이지 않은 말에 대한 세련된 대처
브레유 양의 두 번째 시선: 솔라르 집안 가훈의 철자와 이에 대한 해석
나는 브레유 부인의 부속실에 애착을 쏟았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부인의 영애에게서 단 한 번의 관심 표시도 받지 못했으니 말이다(p. 139).
백작은 나를 총애하는 아들인 구봉 신부와 가깝게 지내라고 내게 일러주었다(p. 140). … 이튿날 아침부터 나는 신부의 저택으로 갔다. … 그는 내가 받은 교육이 이것저것 시작만 많이 하고는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끝맺지 못했다는 사실을 곧 알게 되었다. 특히 내 라틴어 실력이 형편없다는 것을 알고서 라틴어를 더 가르치려고 시도했다.
그는 나의 취향을 계발하고 내 머릿속에 잔뜩 들어 있는 잡동사니 지식을 웬만큼 선별해주는 데 필요한 안목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저것 떠벌였기 때문에 그가 내 지식에 대해 무언가 잘못 판단해서인지 아니면 기초 라틴어의 지루함을 견딜 수 없어서였는지, 그는 처음부터 내 수준을 지나치게 높게 잡았다(p. 141).
이 시기는 내가 살아오면서 비현실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고 가장 이성적으로 출세할 희망에 전념할 수 있었던 때였다(p. 142).
솔라르 집안은 대사의 길로 나가려 했고 짐작건대 대신의 자리를 염두에 두었기 때문에 어쩌면 다재다능한 충복을 한 명 미리 키워놓는 것에 매우 흡족해했던 듯싶었다. … 그러나 당시 나는 계획의 전모를 알지 못했을 뿐 아니라 내 사고에 비해 그 계획은 너무나 합리적이었고 너무나 오랜 예속을 요구했다. 나의 무모한 야심은 연애 사건을 통한 출세만을 추구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 모든 일에 여자가 전혀 없는 것을 알고 그런 출세 방식은 느리고 고되며 음울한 것처럼 느껴졌다(p. 142).
제네바 도제 시절의 동료 바클
바클이라는 녀석은 아주 유쾌하고 명랑했으며 익살스러운 재담을 잘 했는데, 그의 나이 때문에 그 재담이 더욱 유쾌했다. … 나는 질책을 당해도 듣지 않았다. 내쫓겠다는 위협도 받았다. … 그때부터 나는 다른 즐거움도 다른 운명도 다른 행복도 더 이상 떠오르지 않았고 오직 그런 여행 생각밖에 없었다(p. 143-144).
어느 날 저녁에 내가 집으로 들어오자 집사장이 나를 해고하겠다는 백작의 뜻을 통고했다. 이것이야말로 내가 원하던 바였다.
내 어리석은 무분별함에도 불구하고 주인어른의 호의가 고스란히 와닿아 감동을 받았다. 하지만 그 소중한 여행이 내 상상 속에 너무나 깊이 자리한 나머지 그 어느 것도 여행의 매력을 대신할 수 없었다(p. 145).
우리는 둘 다 식량은 그것을 수확하는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비용이 들지 않는 것이고 그들이 나그네를 배불리 먹이지 않는 것은 순전히 그들이 무성의해서라고 확신했던 것이다. … 우리는 끝도 없는 여행 계획을 세웠다. 우선 북쪽으로 자리 잡은 것은 결국 어딘가에서는 멈출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 아니라 알프스를 넘는다는 즐거움 때문이었다(p. 146).
이 기상천외한 여행은 기대한 만큼 유쾌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기대에 꼭 들어맞은 것은 아니었다. 우리의 분수는 선술집에서 여주인들과 하녀들을 잠시 재미있게는 해주었지만 나오면서 우리가 돈을 내지 않게 해준 것은 아니었다(p. 147).
마지막 날에는 그와 상당히 냉담하게 지내면서 결별을 준비했다. 그 별난 친구는 나를 이해해주었다. 그는 경박하기는 했지만 어리석지는 않았다(p. 148).
바랑 부인 앞에 모습을 드러낸 순간 나는 그녀의 태도를 보고 이내 안심했다(p. 149).
나는 그녀 곁에서 느낀 행복의 달콤한 감정에 빠져들었는데, 그 감정이 더욱 달콤했던 것은 내가 즐긴 그 행복에는 그것을 유지해나가는 방법에 대한 어떠한 근심도 뒤섞여 있지 않기 때문이다. … 하지만 실상을 더 잘 보게 되고 그런 즐거움을 위해 연금 수입을 초과하는 비용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파악하게 되자 더 이상은 태연하게 즐길 수가 없었다(p. 152).
‘프티(아가)’가 내 이름이었고 ‘마망(엄마)’이 그녀의 이름이었다.
그녀는 내게 세상에서 가장 다정다감한 어머니였으며 결코 자신의 즐거움이 아닌 나의 행복을 항상 좇았다. 또한 그녀를 향한 나의 애정에 관능이 섞여 있었다 하더라도 그 때문에 애정의 본질이 변하지는 않았으며 다만 그것을 더욱 감미롭게 만들어 나는 애무하는 즐거움을 알게 해준 젊고 귀여운 엄마를 두었다는 매혹에 도취되었다(p. 153).
그녀 곁에 있으면 흥분도 욕망도 느끼지 않았다. 그저 황홀한 고요 속에서 알지 못하는 어떤 것을 즐길 뿐이었다(p. 153).
그 곳에서 내 마음은 만족할 수 있는 일체의 행복을 소유하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황홀경 속에서 관능적인 쾌락은 꿈꾸지 않았는데도 한껏 행복을 음미했다. 내 기억에 일찍이 그때만큼 꿈을 지닌 채 힘껏 미래를 향해 달려들었던 적이 없다(p. 155).
이따금 그녀와 함께 있을 때에도 나는 가장 격렬한 사랑만이 불러일으킬 수 있을 듯한 터무니없는 행동들을 무심코 저지르곤 했다. 어느 날 식사 중에 그녀가 음식을 삼키려는 순간 나는 머리카락이 있다고 소리를 친다. 그녀가 먹던 것을 접시에 뱉어낸다. 나는 그것을 탐욕스럽게 낚아채다가 꿀꺽 삼킨다. 간단히 말해 나와 가장 격정적인 연인 사이에는 단 하나의 차이밖에 없었다.
그녀가 내게 불러일으킨 온화한 감정은 나의 관능이 다른 여성들에게 틈을 주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와 다른 모든 여성들로부터 나를 지켜주었다. 한마디로 나는 그녀를 사랑했기 때문에 얌전히 지냈던 것이다. … 나는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을 맡고도 세상에서 가장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그것은 계획안을 작성하고 계산서를 정서하고 처방을 옮겨 적는 일이었다. 또한 약초를 분류하고 약을 빻고 증류기를 조절했다(p. 157).
하지만 내가 장난만 치면서 시간을 전부 보낸 것은 아니다. 내가 묵던 방에서 책 몇 권을 발견 했다. … 구봉 신부님은 내게 책을 서두르지 말고 더 깊이 생각하면서 읽으라고 알려주었다. 그 덕분에 독서를 통해 더 많은 것을 얻었다(p. 158).
이따금 나는 내 독서에 대해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종종 그녀 곁에서 책을 읽기도 했다. 나는 책을 읽는 일에서 큰 기쁨을 느꼈다. 나는 잘 읽는 능력을 길렀는데, 그것 또한 내게 유익했다(p. 159).
그녀는 단지 스쳐 지나가면서 보았을 뿐이지만 재빨리 힐끗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궁정을 파악했다. 그녀는 궁정에 항상 친구들을 두고 있었으며, 은밀한 질투와 자신의 처신과 채무 때문에 생긴 불평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연금을 결코 잃지 않았다(p. 159-160).
이 생활은 너무나 달콤한 나머지 지속되기 힘들었다. 나는 그것을 느꼈고 이 생활이 끝날 것만 같은 불안이 즐거움을 망치는 유일한 것이었다. 엄마는 장난을 치면서도 나를 주의 깊게 살피고 관찰하며 질문을 했고 나의 장래를 위해 많은 계획을 세웠다. 그 계획은 내게 정말 필요하지 않은 것이었다.
엄마의 친척들 가운데 도본씨라는 사람이 그녀를 만나러 왔다 … 그는 자신이 나서서 나를 시험해보고 내가 어디에 적합한지 본 뒤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면 내 취직을 위해 애써보겠다고 말했다.
바랑부인은 나를 얼마 동안 신학교에 보내어 배우게 할 생각이었다. 그녀는 신학교 교장과 그 문제를 놓고 상의했다. 이름이 그로씨인 그 사람은 성 나자로회의 수도사로 키가 작고 반쯤 애꾸인데다 말랐으며 머리가 희끗희끗한 호인이었다(p. 166-167).
나는 그 계획에 따를 수 밖에 없었다. 벌이라도 받는 것처럼 신학교에 갔다. 신학교는 얼마나 우울한 시설인가. 더구나 사랑스러운 여인의 집에서 나온 사람에게는 말이다!(p. 167)
신학교에는 성 나자로회 소속의 고약한 수도사가 있었는데 그가 나를 맡고 있어서 나는 그가 가르치려 했던 라틴어까지도 싫어하게 되었다(p. 169).
그로 씨가 나를 야수의 발톱에서 벗어나게 해주었고 훨씬 더 두드러지게 대비가 되도록 나를 가장 온순한 사람에게 맡겼다. 그는 포시니 지방 출신의 젊은 신부로 이름은 가티에이고 신학을 공부했다(p. 168-169).
그가 나에게 온 시간을 할애하고 서로 최선을 다했으며 그가 매우 잘 가르쳤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많이 공부했으면서도 좀처럼 진전을 보지 못했다. 이상하게도 나는 이해력은 충분했는데 아버지와 랑베르시에 씨 말고 다른 선생들에게서는 결코 아무것도 배울 수 없었다. 차후에 알게 되겠지만 내가 그 이상으로 알고 있는 약간의 것은 혼자서 배운 것이다. 어떤 종류의 구속도 참지 못하는 내 정신은 현재의 지시에 복종할 수 없었다. … 내 정신은 내 기분에 따라 움직이려 하고 다른 사람의 기분에는 복종할 수 없었다.
가티에씨는 내가 향상되었다는 점을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가장 호의적으로 보고했지만 내가 노력한 만큼 향상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 평가는 내가 공부를 계속해나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주교와 수도원장도 두 손 들고 말았고 나는 사제가 되기에 적절하지 않은 인물로 바랑 부인에게 돌아오고 말았다(p. 172).
그녀(엄마)는 나의 음악에 대한 남다른 취미를 알고 나를 음악가로 만들 생각을 했다. 기회가 좋았던 것이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그녀의 집에서 음악이 연주되었고 또한 이 작은 음악회를 지휘한 성당의 악장이 그녀를 매우 자주 보러 왔기 때문이다. 그는 르 메트르라는 이름의 파리사람이다. … 엄마는 나에게 그를 소개해주었다. 나는 그에게 마음이 있었고 그도 나를 싫어하지는 않았다. … 나는 그의 집으로 들어갔고 그곳에서 겨울을 더욱 즐겁게 보냈다(p. 173).
이 시기야말로 내가 가장 조용하게 살고 가장 즐겁게 떠올리는 나날들 중 하나이다. 내가 처해 있던 여러 상황들 가운데 몇몇 장면들은 행복감으로 너무나 깊이 각인되어 있어서, 그것을 회상하면 마치 내가 아직 그곳에 있는 듯싶은 감정에 휩싸인다(p. 173).
나는 안시에서 1년 가까이 살면서 사소한 비난도 듣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이 나에 대해 만족했다. 토리노를 떠난 이후 나는 어리석은 일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으며 엄마가 보는 한 그런 행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 그녀는 나를 이끌어주었고 언제나 잘 이끌어주었다(p. 174).
내가 새로운 어리석은 짓을 저지르기 위해서는 그런 짓을 떠올리게 만들 어떤 인물만 있으면 되었다. 그 인물이 나타났다(p. 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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