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도래하는 공동체조르조 아감벤 2021.7.4. 바다사자

 

09. 바틀비(자발적 소외와 하지 않는 편을 선택한 필경사 바틀비/하먼 멜빌)

임의적인 것의 형상, 즉 환원불가능한 쿼드리벳의 성격은 잠재성과 가능성에 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임의적 존재는 모든 잠재성이 있을 뿐아니라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수도 있고 모든 것을 무차별적으로 만능일 수도 있다. 그 존재는 자신의 비잠재성을 실현할 능력이 있다(55).

모든 능력이 일 능력이자 이지 않을 능력이라면 행위로의 이행은 이지 않을 원래의 능력이 행위로 옮겨짐으로써 이루어질 수 있다(56).

사유는 자신의 본질상 순수한 잠재성, 즉 사유하지 않을 잠재성이며 이 덕분에 자기 자신으로 (자신의 순수한 잠재성에) 되돌아갈 수 있고 사유의 사유일 수 있다. 자기 자신을 사유하는 잠재성 속에서 능동과 수동은 하나가 된다(58).

바틀비, 쓰기를 단순히 중단한 것이 나리라 차라리쓰지 않겠다는 이 필경사는 쓰지 않을 자신의 잠재성 외에는 아무것도 쓰지 않는 극단적인 상이다(58)

 

10. 만회불가능한

만회불가능하다는 것은 사물들이 구제할 길 없이 자신의 이렇게 존재함에 맡겨져 있다는 것이며 바로 이렇게밖에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물들에게 아무런 보호처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며 사물들이 제 이렇게 존재함 속에서 완전히 노정되어 있고 버려져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필연성의 법령을 승인하는 존재하지 않을 수 없음과 변동하는 우연성을 규정하는 존재하지 않을 수 있음 사이에서 유한한 세계는 존재하지 아니 아니할 수 있다(62). 이점이 도래하는 특이성의 상태를 표현한 것이다(63).

 

11. 윤리

실상 인간이고 인간이어야 하는 무언가가 존재하는데 그 무언가는 본질도 아니며, 본래적 의미에서 어떤 사물도 아니다. 그것은 가능성 또는 잠재성으로서의 자기 현존이라는 단순한 사실이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모든 것은 복잡해지며 이 점 때문에 윤리는 작동하게 된다(65).

자기 자신의 가능성과 잠재성으로 존재한다는 것이 존재할 잠재성과 존재하지 않을 잠재성 속에서 인간은 아미 항상 죄를 짓고 있다는 것이 원죄다. 반면 도덕은 인간의 잠재성을 과거에 회부함으로써 존재성에 족쇄를 채운다(66).

윤리적 경험은 자신의 잠재성의 경험이며 가능성이 되는 것, 즉 모든 형상에 자신의 무형상성을, 모든 행위에 자신의 무위를 노정하는 것이 된다. 반대로 악은 잠재성으로서 실존해야 한다는 사실에 기초한다. 자신이 결여한 것에 대해 죄가 있고 자신이 범하지 않은 행동에 대해 죄가 있다. 인간 실존의 가장 고유한 양태를 억눌러야 마땅한 잘못으로 간주하겠다는 것에서 성립한다(67).

 

12. (DIM) 스타킹

인간의 육체가 광고업과 상품생산 기술에 의해 대량으로 조작되었다. 그러나 기술화 과정은 육체를 물질적으로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육체와 분리된 영역을 구축하는 데 관심을 쏟는다. 기술화되는 것은 육체가 아니라 육체에 대한 상이다. 광고 속 찬란한 육체는 가면이며 가면 뒤에는 연약하고 빈약한 인간 육체가 목숨을 부지하는 것일 뿐이다(73).

자본주의 스펙터클의 영역에 한정시키고자 하는 인간 본성의 역사적 변동을 전유할 것, 그리고 이미지와 육체를 더 이상 분리할 수 없는 공간 속에서 연결할 것, 이로써 자신의 자연physis이 유사성인 임의적 육체를 구축할 것 이런 것이야말로 인류가 몰락해가는 상품으로부터 끄집어내야 할 자산이다. 상품을 무덤까지 따라다니는 광고와 포르노그래피는 새로운 인간 육체의 탄생을 부지불식간에 도와주는 산파들이다(74).

도래하는 공동체 -아감벤(21.7.4).hwp
0.16MB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