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13장 자기주시, 창피함, 수줍음, 품위, 얼굴 붉힘
얼굴을 붉히는 것은 모든 표현 중에서 가장 독특하고 가장 인간적인 특징이다. 우리는 어떤 육체적 수단을 통해서도, 다시 말해 신체를 자극함으로써 얼굴을 붉힐 수 없다. 얼굴이 붉어지려면 마음이 영향을 받아야 한다. 얼굴 붉힘은 비자발적일 뿐만 아니라 억제하려 할 경우 자기 주시로 이어지게 되어 그러한 경향을 더욱 강화한다.(418)
젊은이들은 나이 많은 사람에 비해 쉽게 붉어지지만, 유아기 아이들은 붉어지지 않는다. 이는 얼굴을 붉힐 만큼의 정신 능력이 발달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백치들이 얼굴을 붉히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성들은 남성에 비해 더욱 자주 얼굴을 붉힌다. 얼굴을 붉히는 경향은 유전된다. 피부가 붉게 변하고 나면 빈혈 증세가 나타나는데, 이는 모세혈관이 팽창되었다가 수죽되었음을 뜻한다. 드물긴 하지만 얼굴이 창백해지는 경우가 있다. 얼굴, 귀, 목덜미가 붉어지는 여성의 경우 홍조가 신체의 하부까지는 확장되지 않는다. 빗장뼈나 어깨뼈 이하에서 붉은 빛을 볼 수 있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의 경우에 피부 전체가 흔히 따끔거리고 열이 나는데도 오직 얼굴, 귀 그리고 목만이 붉어지는 유가 무엇인가는 흥미로운 문제다. 이는 주로 얼굴과 그에 인접한 피부가 공기, 빛 그리고 기온의 변화에 끊임없이 노출되었고, 이로 인해 소동맥이 쉽게 팽창하고 수축하게 된 데 따른 결과인 것처럼 보이며, 피부의 다른 부위들과 비교해 보았을 때 얼굴과 그 인접 부위에 소동맥이 이례적으로 발달하게 된 데 따른 결과인 것처럼 보인다.
다양한 인종에서의 얼굴 붉힘
부끄러움을 느낄 경우, 거의 모든 인종의 사람들은 얼굴의 실핏줄이 충혈된다. 흑인들은 피부에 붉은색이 나타나지 않지만 얼굴을 붉힌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우리가 원주민들에게서 감정을 나타내는 얼굴색 변화는 백인과 오랫동안 교재를 한 후, 그리고 어느정도 교육을 받은 후라는 주장은 믿기 어렵다. 그럼에도 교육을 받고 새로운 생활을 하게 됨으로써 그들은 ‘자기 주시’ 습관을 가지게 되었을 것이고, 이것이 얼굴이 붉어지는 선천적인 경향을 크게 증진했을 것이다.
얼굴 붉힘에 수반되는 동작과 몸짓
강한 수치심을 느끼는 경우, 사람들은 이를 숨기고자 하는 강한 욕망을 갖는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우리는 몸 전체, 특히 얼굴을 돌리는데,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든 수치심을 감추려고 노력한다.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게 되는데, 거의 항상 자신의 눈을 밑으로 향하고 곁눈질을 한다. 이러한 경우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는 강한 바람으로, 이러한 감정을 느끼게 한 사람을 똑바로 쳐다보려 하지만 막상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는 현상이 생겨난다. 매우 기묘한, 이러한 성벽을 습득한 것으로 보인다.
마음의 혼란
대부분의 사람들은 얼굴을 심하게 붉힐 경우, 정신이 혼란스러워진다. 냉정함을 잃고 매우 부적절한 말을 내뱉는다. 어떤 경우에는 일부 얼굴 근육이 비자발적으로 움찔하며 수축하는 모습이 관찰되기도 한다.
마음이 혼란스러워지는 현상은 머리와 얼굴 표면의 모세혈관 순환과 뇌의 모세혈관 순환 사이에 존재하는 밀접한 교감 작용을 통해 적절하게 설명할 수 있음이 확실하다. 결론적으로 말해 정신력이 의존하고 있는 뇌 부위에서의 모세혈관 순환과 안면 피부에서의 모세혈관 순환 사이에 긴밀한 교감 작용이 이루어지고 있다면 교란에 미치는 영향과 별개로, 얼굴을 크게 붉히는 도덕적 원인들이 마음의 혼란도 크게 초래한다고 해서 이상할 것은 하나도 없다.
얼굴을 붉히게 하는 마음 상태의 특징
얼굴을 붉히게 만드는 마음 상태로는 수줍음, 창피함, 품위감을 들 수가 있다. 핵심 요인은 자기 주시다. 타인의 의견과 결부된, 개인의 용모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자기 주시가 얼굴 붉힘을 촉발하는 원인이라 믿을 만한 여러 이유가 있다. 연계의 힘을 통해 도덕 행위와 관련된 자기 주시에 의해 동일한 효과가 만들어지는 것은 그 후의 일이다. 얼굴이 붉어지는 것은 우리 자신의 용모를 스스로 곱씹어 보기 때문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따져 보기 때문이다.(435) 타인들이 우리의 개인적인 용모에 관심을 갖는 다는 사실을 의식할 때 모세혈관, 특히 얼굴에 분포하는 모세혈관에 곧바로 혈액이 가득 차게 되는데, 도덕적 행동이 아니라 개인적인 용모에 대한 관심이 얼굴 밝히는 습관을 획득하게 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얼굴은 신체 부위 중에서 가장 많이 고려의 대상이 되고 중시되는 부위이며, 감정을 가장 잘 드러낼 뿐만 아니라, 목소리가 나는 곳이며, 아름다움과 추함이 가장 잘 드러나는 자리이다. 이에 따라 수 세대 동안 다른 신체 부위에 비해 훨씬 자기 주시의 대상이 되어 왔다. 또한 얼굴과 그 인접 부위 모세혈관의 팽창과 수축의 힘은 기온 변화 등에 노출됨으로써 크게 증가되었을 것이다.(438)
수줍음
수줍음이라는 묘한 마음 상태는 흔히 ‘부끄러워하는 태도,’ 이유 없는 부끄러움이라 불리는데, 주로 얼굴이 붉어지고 눈을 돌리거나 밑으로 내리깔고 서툴고 불안하게 몸을 움직이는 모습을 통해 확인된다. 수줍음은 그것이 좋건 나쁘건 다른 사람의 의견, 특히 외모에 대한 의견에 얼마만큼 민감하게 반응하느냐에 좌우되는 듯하다. 수줍음을 타는 사람들이 모르는 사람들이 있을 때 유달리 부끄러워하고 얼굴이 붉어지기 쉬운 것은 이 때문이다.(440)
반면 신체가 아닌 행위가 문제시될 경우, 모르는 사람 앞에서보다 어느 정도 그 판단을 의미 있게 여기는 지인들 앞에서 더 부끄러워하는 경향이 있다. 매우 민감해서 어떤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만으로도, 자기 주시 의식이 촉발되어 얼굴이 붉어지는 사람도 있다. 수줍음은 두려움과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무서워한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어린아이들의 수줍음은 흔히 길들이지 않는 동물의 난폭성과 특성을 공유하고 있다.
도덕적인 원인 –죄책감
순전히 도덕적인 원인으로 얼굴을 붉히는 것과 관련해, 다른 사람의 평판에 대한 관심이 중요한 것이다. 얼굴이 붉어지는 것은 양심 때문이 아니다. 얼굴을 붉게 만드는 것은 죄책감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우리가 죄가 있다고 생각하거나 죄가 있음을 알고 있을 경우다. 인간의 부도덕한 행동에 대한 사람들의 비난은 그 성질상 우리의 용모를 경시하는 것과 유사하며, 이에 따른 연계를 통해 양자가 유사한 결과에 이른다. 이에 반해 신의 비난은 이와 같은 연계를 야기하지 않는다.
예의에 어긋남
예의에 관련된 규칙은 항상 타인이 있을 때의 행동이나 타인을 향한 행동을 거론한다. 이들이 반드시 도덕 감정과 연결되는 것은 아니며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경우도 흔하다. 그럼에도 우리에게 강제력을 발휘, 부적절한 행동과 언사는 얼굴을 붉게 만든다.
품위감
품위 있음은 대개 상스러운 행동을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기준으로 삼는다. 상스러움에 대한 판단은 예의와 관련된다. 상스러운 행동 때문에 쉽사리 얼굴을 붉히는 품위 있는 사람은 이러한 행동이 굳건하게, 그리고 현명하게 확립해 놓은 예의에 어긋나기 때문에 얼굴을 붉히게 되는 것이다. 품위감 때문에 얼굴을 붉힐 경우는 이성의 판단과 관련, 이는 마음의 상태. 감정적일 때 얼굴이 붉어진다는 견해와 충돌되는 듯 보인다.
나는 얼굴을 붉히는 모든 경우-수줍음 때문이건, 죄에 대한 창피함 때문이건, 예의에 어긋난 창피함 때문이건, 겸양으로 인해 느껴지는 품위감 때문이건, 동일한 원리를 따르고 있다고 결론 짓는다. 이러한 원리란 첫째, 우리가 대체로 개인적인 용모에 대한 타인들의 의견, 타인들의 평가절하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과 둘째, 연계와 습관의 힘에 따라 우리의 행위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얼굴 붉힘의 기본 원리
다른 사람이 우리를 생각하는 것이 왜 모세혈관의 순환에 영향을 주는가에 대해 고찰해 보자, C.벨 경은 얼굴 붉힘이 “얼굴, 목, 그리고 가슴 등 가장 노출이 많이 되는 부위에만 색이 확장된다는 사실로부터 추정해 볼 수 있는 것처럼, 표현에 특화되어 있다, 이는 획득된 것이 아니며, 처음부터 있었던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버제스 박사는 얼굴을 붉히는 것이 “영혼이 도덕적 느낌과 관련된 다양한 내적 감정을 뺨에 드러내는 지배력을 갖도록” 창조주에 의해 고안된 것이라고 믿고 있다.
언뜻 보았을 때 성급해 보이긴 해도, 내가 생각하는 가정 설득력 있는 가설은 신체의 어떤 부위에 집중적으로 관심을 가질 경우, 그 부위 소동맥의 일상적이고 활기가 넘치는 수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이 혈관들은 그 상황에서 다소 이완되며 즉각적으로 동맥혈로 가득 차게 된다. 만약 수 많은 세대를 거치면서 동일한 부위에 비번하게 주의를 기울여 왔을 경우, 이러한 경향은 익숙한 통로를 따라 쉽게 흘러가는 신경력, 그리고 유전의 힘으로 인해 크게 강화되었을 것이다. 따라서 일단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모세 혈관의 활동을 촉발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면, 우리는 얼굴 모세 혈관에 그와 같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타인들이 우리의 행동 혹은 인품을 고찰하거나 비난한다고 생각할 경우에는 항상 연계의 힘을 통해 동일한 결과가 나타나는 경향이 있을 것이다.(451)
어떤 하나의 감각에 온통 초점을 맞추다 보면 그 감각의 민감성이 높아진다. 맹인에게 청각이, 맹인이면서 귀머거리인 사람에게는 촉각이 발달하듯이, 어떤 감각에 지속적으로 면밀한 관심을 갖는 습관을 가질 경우, 해당 감각이 영구적으로 개선되는 것처럼 보인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면밀하게 관심을 가질 경우, 원래 의지의 통제를 받지 않는 다양한 부위와 기관에 분명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454)
마음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혈관 운동계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우리가 신 과일을 맛볼 때, 그 느낌은 미각 신경을 거쳐 특정 부위의 감각 중추로 전달된다. 이는 신경력을 혈관 운동계로 전송하며, 이로 인해 침샘으로 스며드는 소동맥 근육층이 이완될 수 있다. 우리가 하나의 느낌에 집중할 때, 동일 부위의 감각 중추, 또는 그와 밀접하게 연결된 부위는 실제로 그 감각을 지각했을 때와 동일한 활동 상황을 나타낸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뇌의 동일 세포들은 느낌을 생생하게 머리에 그릴 때도 마찬가지로 활성화될 것이다.
사람들은 오랜 세대를 거쳐 자신의 외모, 특히 얼굴에 열심히 관심을 가져왔고, 이와 같은 이유로 모세 혈관이 영향을 받게 되었는데, 이러한 경향이 시간이 흐르면서 신경력이 익숙한 경로로 쉽게 통과한다는 원리와 유전된 습관을 통해 크게 강화되었을 것이다.
요점의 반복
머리 표면의 혈액 순환과 뇌 모세 혈관 혈액 순환 상호 간에 존재하는 긴밀한 교감 작용으로 인해 얼굴을 크게 붉힐 때마다 어느 정도, 그리고 흔히 마음의 혼란이 크게 야기된다. 이러한 경우가 발생할 때에는 흔히 어설픈 동작이 함께 따르며, 특정한 근육의 불수의적 경련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러한 가설에 따르면 얼굴 붉힘에 수반된 몸짓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14장 결론과 요약
지금까지 감정 표현과 관련된 인간과 일부 동물의 주요 행동을 서술했다. 1장에서 제시한 세 가지 원리를 통해 이러한 행동의 기원 혹은 발달을 설명하려 했다. 첫 번째 원리에 따르면 일부 욕구를 만족시키거나 일부 감각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주는 동작이 빈번하게 반복될 경우에 이것이 습관화되는데 이는 유용성과 무관하게, 동일한 욕구나 감각이 느껴질 경우, 비록 아주 약한 정도라도 행해진다. 두 번째 원리는 반대의 원리였다. 정반대의 자극이 느껴질 때 정반대의 동작을 자발적으로 행하는 습관은 우리가 평생에 걸쳐 행함으로써 우리 안에 견고하게 자리 잡는다. 세 번째 원리는 의지와 무관하게, 그리고 습관과 무관하게, 자극을 받은 신경계가 신체에 직접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살펴보고 있는 문제들 중에는 해결하지 못한 것들이 많다. 그럼에도 다수의 표현 동작과 행동은 세 가지 원리를 통해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다. 우리는 그 전부가 이 원리들이나 이들과 유사한 원리를 통해 설명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이나 동물이 보여주는 주요한 표현 동작이 오늘날에 와서 타고난 것 혹은 유전적인 것이 되었다는 사실, 다시 말해 개인적인 습득을 통해 얻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얼굴이나 신체의 표현 동작은 그 기원이 어떻게 되었건 그 자체가 우리의 복리에 매우 중요하다. 표현 동작은 우리의 언어에 생생함과 힘을 제공한다. 동작은 거짓될 수 있는 언어에 비해 훨씬 진실되게 생각이나 의도를 드러낸다.
'세미나 발제문 > 과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간과 동물의 감정표현 11,12장 / 22.06.17. 화니짱 (0) | 2022.06.17 |
---|---|
인간과 동물의 감정표현 - 다윈 / 4-5장 / 22.05.13 / 화니짱 (0) | 2022.05.12 |
『인간과 동물의 감정표현』세미나. 1~3장 발제. 풍경 (0) | 2022.04.29 |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 - 다윈 / 22.04.22 / 구브르 (0) | 2022.04.22 |
종의 기원 / 다윈 / 14장. 요약 및 결론 /22.04.08 / 화니짱 (0) | 2022.04.08 |
- Total
- Today
- Yesterday
- 헤게모니
- 레비스트로스
- 브루스커밍스
- 무엇을할것인가
- 집단심리
- 공화국
- 로마사논고
- virtù
- 루이 알튀세르
- 한국전쟁의기원
- 옥중수고
- 계급투쟁
- 검은 소
- 프롤레타리아 독재
- 딘애치슨
- 의식과사회
- 생산관계
- 야생의사고
- 스피노자
- 생산양식
- 루이알튀세르
- 마키아벨리
- 그람시
- 신학정치론
- 이탈리아공산당
- 알튀세르
- 개인심리
- 옥중수고이전
- 안토니오그람시
- 이데올로기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