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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제3~4장의 후기
80) 오드리크르, 그라네 두 사람에게 돌리고자 하는 비난은 그들의 극히 소심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언어 일반에 관한 과학과 언어학을 구별하려고 했다. “언어 일반에 관한 과학”이란, 두 사람에 따르면, “언어학보다는 일반적인 것이나 그렇다고 해서 언어학을 포함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별도의 수준에서 전개되는 것이다. 그것은 개개의 언어를 다루는 학문과는 다른 개념, 다른 방법을 쓴다.” 이것은 어느 정도까지 진실이다. 그러나 “현실의 또는 가능한 커뮤니케이션의 무한한 총체”, “각각 독특한 언어라고도 할 수 있는 신화, 의례, 친족 등의 영역을 포함하는” 그들의 “언어체계 이외의 상징 체계”를 연구하는데 있어 민족학자가 “언어 일반에 관한 과학”에 직접 호소하는 권리를 기초지우는 것이다.
81) 두 사람은 민족학에 적용된 구조적 방법이 사회의 전체적인 인식에 도달한다고 하는 희망을 상상하고 있는데 그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우리는 그저, 우리의 관찰이나 기술로는 결코 파악되지 않는 경험적 사실의 풍부함과 다양성 속에서 다른 장소나 다른 시대에 나타날 수 있을 만한 항상적 요소를 끄집어 내려 하고 있는 것이다.
83) 그러나 사회에는 구조화할 수 없는 많은 요소가 있다. 그러므로 나는 사회는 환원 불가능한 많은 체계가 병렬된 것으로, 총체로서의 사회는 존재하지 안든가, 혹은 그러한 갖가지의 체계는 어느것이나 등가한 것으로 각각의 방법으로 사회적인 것의 전체를 표현하고 있다든가 한다는 두 사람의 딜레마를 물리친다. “언어와 문화와의 관계를 바르게 규정하기 위하여는 두 가설을 동시에 배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하나는 두 영역 사이에는 어떤한 관계도 있을 수 없다고 하는 가설이며, 또 하나는 거꾸로 모든 수준에 있어 전면적인 상관관계가 있다고 하는 가설이다....내 작업 가설은 중간적 입장의 것이며, 어떤 종류의 상사이에는 어느 정도 수준에 있어서 어떠한 상관 관계를 아마도 발견할 수 있으리라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상이 무엇이며, 그러한 수준이 어디에 있는가를 찾아내는 것이 우리의 일인 것이다.”
84) 워프와 그 제자들의 잘못은 그들이 미리 분석과정을 거친 극히 정련된 언어학적 여건을 경험적 수준 또는 사회적 현실의 자의적인 재단에 바탕을 둔 관념학적 분석 수준에 위치함으로 민족지적 관찰과 비교된다는 점에서 오는 것이다. 그들은 이처럼 성질이 다른 대상을 비교함으로써 그것이 가 닿는 곳은 자명한 이치거나 아니면 취약한 가설이든가 하는 것이 되기 마련이다.
나는 전혀 별개의 것을 제창하고 있다. 내가 그것을 발견할 수 있을 만한 영역에서 구하는 몇가지 구조이다. 그러한 영역이란 친족 체계, 정치적 이데올로기, 신화, 의례, 예술, 예의범절의 “규칙”이며, 프랑스 사회, 영국 사회 등으로 불리우는 전체 가운데의 부분적인 표현인 이러한 구조 가운데에 공통의 성질이 있는지 어떤지를 연구한다. 85) 이 경우 형태상의 특성 사이에 상동성이 없는가, 또는 있다고 하면 어떠한 상동성인가, 그리고 상반되는 점이 없는가, 또는 있다고 하면 어떠한 점인가, 변환의 형태로 표현되는 변증법적 관계는 없는가, 이러한 것을 아는 것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우연한 발견은 어느 사회와 동일한 형태의 다른 사회와의 관계를 이해하고 시간 속에서의 그 사회의 진화를 이해하기 위하여 커다란 중요성을 지닌다고 하는 것이다.
86) 오드리크르와 그라네는 미개 사회와 보다 복잡한 사회를 근본적으로 구별하려 한다. 복잡한 사회에서는 전체 사회의 파악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앞서 제시한 것처럼 문제는 전체 사회를 파악하자는 것이 아니라, 사회 속에서 서로 비교할 수 잇는 수준이나, 비교에 따라 의미를 가지게 되는 수준을 발견하자는 것이다. 우리의 거대한 근대 사회에 있어서는 작은 미개 부족의 경우보다 이러한 수준의 수효가 많으며, 그 각각을 연구하는 일 그 자체가 보다 어렵다는 점이다. 87)언어의 어떤 면과 문화의 어떤 면을 비교하는 대신에 언어와 문화의 한쪽은 공유하지만, 다른 쪽을 공유하지 않는 두 사회 또는 하위 사회에 있어 언어와 문화와의 시차적 측면을 비교하면 되는 것이다.
87) 나는 또 사회현상은 공간적 차원을 가지지만 언어는 그것을 얘기하는 개체의 수효와는 무관계하다는 주장에도 동의할 수 없다. 내게는 오히려 그와는 거꾸로, 이른바 대언어 및 소언어의 구조나 변천의 리듬 속에는 그것들이 지배하는 지역의 대소뿐만 아니라, 그 경계에 그것과는 크기의 점에서 엄청나게 다른 언어 지역이 존재한다고 하는 사실이 반영되어 있다고 절대적으로 지적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87) 오드리크르, 그라네 두 사람의 논문에 산재해 있는 오해는 두 오류로 귀착된다. 첫째는, 통시적 관점과 공시적 관점을 잘못하여 대립시키고 있다는 것이고, 둘째는, 언어를 모든 수준에서 자의적인 것으로 미리 정해 놓고 이 자의적 성격을 가질 수 없는 다른 사회 현상과의 사이에 넘기 어려운 간격을 설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함에 있어, ‘역사적 음운론의 원리’와 언어 기호의 자의성이라는 소쉬르의 원리를 문제 삼고 있다. 88)“한편에 있어 공시태, 정태, 목적론의 적용 분야를 동일시하며, 다른 쪽에 있어서 통시태, 동태, 기계적 인과성의 분야를 동일시하고자 하는 (두 사람의) 시도는, 공시태의 틀을 부당하게 좁히며, 역사 언어학을 가지런히 하지 않은 사실의 모음으로 만들어 버리며, 공시태의 문제와 통시태의 문제와의 사이에 심연이 존재한다고 하는 피상적이며 유해한 착각을 만들어 내는 것이 된다.
88) 두 사람의 둘째 잘못은 언어와 사회와를 경직된 방식으로 대립시키고 있다는 점에 있다. 89) Pomme de terre(감자, 대지의 사과)라는 말이 택하여졌다고 하는 사실은 이 식품이 우리 나라에 결정적으로 받아들여졌을 때의 극히 특수한 기술적-경제적 조건을 나타내고 있다. 그것은 또 이 식물을 프랑스 어로 수출하였던 주요 국가들의 언어 형식을 반영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적어도 프랑스 어로 있을 수 있는 것이었다. 본래 씨 또는 핵이 있는 둥근 나무 열매를 뜻하였던 pomme라는 이미 커다란 기능적 성격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유한 의미에서의 언어학적 경향과 동시에 역사적-지리적-사회적 현상을 나타내고 있는 이러한 선택을 진실로 자의적이라고 간주해도 좋은 것일까? 오히려 가능한 해결법의 하나로 존재하고 있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90) 오드리크르, 그라네 두 사람에 의하면 언어는 개념 면에서 자의적일 뿐 아니라 말의 면에서도 자의적이라고 한다. 내 생각을 단순화하여 말한다면 언어 기호는 선천적으로는 자의적이지만 후천적으로는 자의적이 아니다. 음성학적 수준에 공감각이라는 현상은 아주 자연스럽게 소리를 색채나 모양에 결부시키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어휘의 면에서도 요일의 이름이나 달의 이름처럼 뚜렷이 구조화된 영역에서 일어난다. 이것은 개인의 과거라든가 각자의 취미로 설명되는 특성이 아니다. 심리학적, 음성학적 체계의 자연적 기반 즉 뇌의 구조라고 하는 문제를 당장에 생각하게 한다.
93) 언어 기호의 자의성은 임시적인 것에 불과하다. 기호가 일단 만들어졌다고 하면 한편에서는 뇌의 자연 구조와의 관계에 의하여, 다른 편에서는 다른 기호의 총체 즉 한 언어의 우주 전체와의 관계에 있어서, 기호의 성향은 뚜렷한 것이 되는 셈이다.
94) 경제생활, 언어생활 등 사회생활의 갖가지 형태가 관계로서 포착되게끔 된 그 순간부터 관계의 일반적 이론으로서의 인류학의 길이 열리고 갖가지 사회를 규정하고 있는 관계의 체계에 고유한 시차적 요소를 길잡이로 하여 사회를 분석하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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