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Ⅳ. 숨겨진 지혜의 계보
새로운 단계로
현대인이 신화의 사고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자본주의를 버릴 수도 없으며, 국가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래서 전진하는 식으로 빠져나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134). 새로운 형태의 지성을 창출하는 것밖에 없으며 그것은 ‘대칭성 인류학’이다(135).
지혜는 숨겨져 있다
‘마음’의 기층인 유동적 지성=대칭성 무의식의 작용이 어떤 것인지를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특별한 지시체계를 ‘지혜’라고 한다. 지혜는 아무나 공개적으로 다가가는 것이 불가능하다. 지혜는 유동적 지성=무의식을 토대로 거기서 직접 탄생한 지식이다(136). ‘대칭성의 논리’에 의해 작동하고 있어 일상적이며 일반적인 현실을 만들려고 하는 사회가 추구하는 것을 종종 파괴해버리기 때문이다. 지혜에는 본래 매우 위험한 측면이 있다. 그래서 특별한 지혜는 비밀로 해두어야 한다. 인간이 ‘마음’의 원초적인 상태에 다가갈수록, 사람은 위험한 영역에 접근하게 되는 셈이다(137).
아프리카의 실존주의자들(1)
중앙 아프리카 ‘렐레족’의 사회는 명쾌한 ‘이진연산’에 의해 자신들이 사는 세계를 구축했다. 우주관에서 시작해서 동물 분류나 사회질서의 구성에 이르기까지 아름다운 관념의 건축물을 완성했다. 이때 사용된 ‘초석’은(137) 기본적인 이진연산으로 이루어져 있다. 질서에 대해 엄격한 사회가 전승되는 ‘특별한 지혜’를 노인이 젊은이에게 전수해주는 의식이 있다. 그 의식의 중(138)심은 참가자 전원이 함께 ‘천산갑’이라는 동물을 먹는 것이다.
천산갑은 비늘을 가지고 있으나 나무에 기어오르는 데 선수다. 몸을 돌돌 말아 꼬리로 나무에 매달려 잠을 잘 수도 있다. 인간처럼 한 번에 한 마리(139)의 새끼만 낳는다. 인간을 공격하지도 않고 인간을 보고 도망치치지 않으며, 몸을 돌돌 말고 사냥꾼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마치 聖者와 같은 동물이다. 이 동물은 ‘예외자’이다. 괴물적인 존재이며 특권을 부여받은 소수의 남자만이 비밀의식 중에 먹는다. 우주의 풍요를 기원하며 치르는 의식이며 그 배후에 작동하는 사고가 있다(140).
아프리카의 실존주의자들(2)
소수의 참가자들에게만 허용되는 비밀의식은 ‘대칭성의 논리’에 의해 진행된다. 분리된 카테고리를 동질의 카오스로 되돌리(141)고 윤곽을 갖춘 사고활동을 유동적인 ‘생생한 현실’로 밀어넣기 위해, 비밀의식의 참가자는 천산갑을 먹는다. 이 괴물적인 동물이 이타심으로 자신을 희생하는 거라고 생각함으로써 죽음이라는 현실을 극복하려고 한다. 천산갑이 세계에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는 이유는, 삶과 죽음의 대립을 초월한 고차원의 현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 고차원이 현실에 충만해 있는 긍정적인 힘이 죽음이라는 현실을 극복한 천산갑에 의해 밖으로 나오는 셈이다(142).
괴물을 먹는다/괴물에게 먹힌다
그리스신화의 괴물 ‘미노타우로스’의 예는 현대세계에서는 예외적인 존재로 취급받지만 이 예외적 존재야말로 우리의 ‘마음’의 원초적인 기층에서 나오는 이미지이다(143). 신화 특유의 ‘대칭성의 논리’가, 역사나 사회적 현실을 이해하려 할 때 작동하는 ‘비대칭성의 논리’의 작용에 의해 변형된 경우가 많다(144). 반인반수의 괴물이 살고 있는 우리 ‘마음’ 속의 장소는 고창원의 유동적 지성이 활동하고 있는 무의식이다. 자기와 타자, 자기와 환경, 인간과 동물 등의 온갖 경계가 해체를 일으킨다(145).
괴물과 천사
‘미노타우로스’가 갇힌 ‘미궁’은(146) ‘클라인의 병’이라고 불리는 고차원의 다양체의 표면을 걸을 때의 감각과 흡사하다. 호모사피엔스의 지성은 삼차원보다 높은 차원을 상상할 능력이 없다. 그래서 이차원밖에 인식하지 못하는 부자유한 동물같은 자세로 고차원의 표혐을 걸어가야 한다. 전진해가면 결국 중심에는 도달하지도 못한 채 표면 전체를 구석구석 걷게 된다. 미로가 아니다. 고차원적인 구조가 배후에서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미로적’ 혼란에 빠지지 않지만 그 구조 자체를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도록 되어 있다(147).
중심부에는 고차원적인 현실이 숨어 있고(미노타우로스가 상징), 그 주위에 삼차원 세계로 통하는 통로가 복잡하지만 질서정연하게 뻗어 있는 것이 미궁의 기본구조이다. ‘천사 케루빔’을 묘사한 그림에서는 인간의 평범한 인식으로는 포착 불가능한 고차원의 지성의 활동을, 맹렬한 기세로 날갯짓을 하는 수많은 깃털로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인간다운 표정을 지은 천사의 얼굴이 살짝 모습을 드러내, 인간도 인식가능한 삼차원의 세계로 통하는 통로가 열려 있다(148).
구분 | 미궁 | 천사 |
중심부 | 고차원의 이종교배적 현실 | 삼차원 세계로의 통로로서의 ‘얼굴’ |
주변주 | 삼차원 세계롭터의 통로 | 고차원의 유동적 지성 |
운동 | 외부에서 중심부로의 여행 | 중심부에서 외부로의 ‘내뿜기’ |
(149).
위촐족의 페요테peyote 사냥
비밀의 지식을 얻기 위한 인류의 노력을 담은 멕시코의 고원지대의 위촐족의 ‘페요테 사냥’ 의식이 있다. 선인장의 일종인 페요테에는 강력한 환각작용 물질이 함유되어 있(149)다. 신성한 식물을 만나는 자격을 얻기 위해 혹독한 이니시에시션의 시련이 부과된다. 마시는 것도 먹는 것도 극도로 억제하고 몸을 깨끗이 한 채, 선배들의 엄격한 지도에 따라 길로 고통스런 여행을 해야 한다. 환각작용을 체험하는 의식은 은밀히 거행된다. 신비한 내면공간을 체험하며 모든 형태가 유동적인 것이 되고 색채가 선명해지며 빛이 어지럽게 교차해, 마치 광대한 우주공간을 떠다니는 듯한 엄청난 행복감을 느낀다(150).
국가를 갖지 않은 사회의 사람들이 자신들이 소유하고 잇는 재산 가운데서 가장 소중한 것의 대부분은 ‘숨겨진 지혜’였다. 공동체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어른들에 의해 소중히 보관되었다가 자엮을 인정받은 젊은이만이 혹독한 이니시에이션 의식을 통과한 후 대면이 허용되는, 특별한 지식체계였다. 그런 지혜를 통해서, 인간은 자신들의 ‘마음’의 기층인 유동적 지성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고자 했다(154).
또다시 라스코 동굴로
라스코 동둘은 깊은 동굴로 내부는 캄캄한 암흑이다. 컴컴한 동굴 속에서 치러진 의식은 동물을 중심으로 한 생명의 증식을 목적으로 하는 신비한 의식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인간 여성의 상은 한 개도 발견되지 않는다(155). 현실의 여성의 모습을 구상적으로 표현한 상이 동굴에서 조금 떨어진 바위의 테라스에서 발견되었다. 바위 표면에 불룩한 배와 풍부한 유방을 가진 건강해 보이는 여성상이 테라코타로 만들어져 있다(156).
‘자연지(自然智)’와 ‘비밀지(秘密智)’
남성의 비밀결사가 관리하는 ‘비밀지’는 비일상성이 높은 데 비해, 여성적인 ‘자연지’는 식사를 준비하거나 육아를 하는 등 일상적인 행위의 연장선상에 극히 자연스런 형태로 탄생하는 지성이므로 일상성이 높은 지성이라고 할 수 있다(157).
남자들이 몰래 손에 넣었으면 하고 바라던 ‘비밀지’라는 목적지에 도착하고 보니 거기에는 처음부터 ‘자연지’가 기다리고 있다가 남자들의 영웅적인 행위를 따뜻하게 맞아준다. 비밀결사적인 ‘비밀지’와 내추럴한 ‘자연지’는 결국 하나로 연결되는 것이다. ‘자연지’는 특별한 훈련이나 고행을 하지 않아도 된다. 자연스럽게 ‘마음’의 내부로부터 발생하는 대칭성 무의식의 작용에 따라 일상생활을 원만하게 해나감으로써 그야말로 자연스럽게 ‘일’의 원리의 해체가 가능하다고 확신한다(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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