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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탈 - 게일루빈 / 발제 : 화니짱
옮긴이 서문
불안, 공포, 혐오가 흘러넘친다. ‘정치적으로 올바른’ 주장들이 정답처럼 열거되지만, 당면한 상황에서 정작 무엇이 올바른 것인지조차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올바른 것이 무엇인지 안다고 하여 실천으로 연결되는 것도 아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신념을 위해 투신하는 사람에게 감동하는 것이 아니라 냉소를 보낸다. 여성운동은 조롱의 대상이고, 좌파의 명분은 의심의 대상이다. (5) 게일 루빈은 푸코의 ‘성의 역사’ 이후 가장 급진적인 성 이론 실천가로 알려져 있다. ‘성의 역사’가 성이 구성되는 과정에 대한 역사적 총론이라면, 루빈은 그것에 관한 구체적인 각론의 장을 전개해왔다. 성은 언제나 다른 목적(재생산)에 봉사해야 하는 만큼 성적 쾌락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는 점에서 부차적인 것이자 절제하고 감춰야 할 것으로 취급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성을 단죄하고 단속하는 윤리, 종교적 접근이 아니라 사회적 분석과 역사적 해석의 현장으로 접근하면서 ‘자율적인’ 성과학의 영역을 구축하고자 한다. (6) 이성애가 자연적 질서라는 가정은 근대 이전까지 거의 도전받아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보기에 이성애는 자연의 질서가 아니라 강제적 장치를 통해 자연인 것처럼 만들어진 정치적 발명품이다. 이성애 정상성을 지원하기 위해 사회는 끊임없이 성적 일탈을 처벌하고 범죄화하거나 병리화하고 일탈의 경계선을 재/배치하여 성적 하층민들을 생산해왔다. 이처럼 성이 사회가 강제하는 제도적 장치라는 점에 주목함으로써, 루빈은 성적 패러다임의 ‘거대한 전환’을 모색한다. (7) 그녀는 마르크스주의, 정신분석학, 후기구조주의적 접근을 섭렵하면서 생물학적인 본질주의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론으로서 사회구성주의에 안착하게 된다. 사회구성주의 방법론을 통해, 성은 정치적으로 배치되는 것임을 보여줌으로써 소모적인 본질주의 논쟁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8)
서론 : 섹스, 젠더, 정치
머니는 젠더라는 개념을 통해 “여성의 종속적인 사회문화적, 정치적, 경제적 위상이 자연적인 것도 필연적인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포착했다. 여성의 종속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기보다 말 그대로 문화에 의해 생산되며, 그 자체가 생산물이다.” 머니의 젠더 개념은 내가 마르크스의 재생산 논의, 레비스트로스ㅡ의 친족 분석, 프로이트에 관한 라캉의 해석을 격파하는 기본적 요소였다. (56)
지역 게이해방전선에 레즈비언 활동가가 있었다. 그녀가 새로운 게이 정치를 설명하려 우리 그룹을 방문하고 난 직후, 나는 곧장 커밍아웃을 했다. 그녀의 방문이 있기 전까지 나에게는 제대로 된 동성애 개념조차 없었다. 명명법은 강력한 도구이다. 언어는 우리 자신의 경험과 정서적 역사를 재해석하도록 해주었다. (56)
나는 혼인을 일반적인 친족 체계를 지칭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는데, 푸코는 이 분야에서 대체로 레비스트로스의 친족 체계를 지침으로 삼은 것처럼 보였다. (67) 나는 대략 1년에 한번 정도 ‘성의 역사’를 다시 읽었다. 매번 읽을 때마다 이전에는 알아채지 못했던 중요한 통찰을 발견한다. 알면 알수록 그 저서에서 더 많은 것들이 보인다. (69)
1970년대 후반에 이르러 신보수인 ‘뉴라이트’가 부상했다. (75) 페미니즘이 후퇴하고, 전통적인 가족과 젠더 역할에 대한 우파의 개념이 복원되고, 포괄적인 성교육은 제거되고, 젊은이들에게 성적 순결은 권장되고, 의료적인 낙태는 범죄화되고, 외설과 포르노그래피에 대한 전투가 벌어지고, 동성애자는 완전한 시민에 미흡한 존재로서 머물러 있게 되었다. (76)
페미니즘 성 전쟁의 전투원으로서, 나는 페미니즘 진영 내부에서의 성 공황으로 인해 내가 근본적으로 반동적이라고 생각하는 성적 의제를 되풀이하여 추진하는 것을 대단히 당혹스럽게 지켜보았다. (77) 동성애를 포함하여 성적 일탈을 거론하는 토론에서는 프로이트가 경전과 같은 권위를 누리고 있었다. (80) 과거 몇십 년 동안 인종과 성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에 상반되는 투표를 하도록 하는 특히 믿음직한 수단이었다. 게이 시민 결혼의 위협은 되풀이하여 효과적으로 투표권자들에게 먹히는 확실한 수단이었으며, 이들 투표권자들이 엄청난 비참과 가난을 가져다줄 정치가들을 위해 투표하게끔 동원되는 가장 효과적인 전술이었다.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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