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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를 보호해야 한다 / 푸코 / 2015.11.18.() /닥터홍

생명을 보호해야 한다

 

“19세기의 기본적 현상 중의 하나는 소위 생명에 대한 권력의 관심이다. “권력이 생명체로서의 인간을 장악하는 것, 생물학의 국유화라고나 할까, 아니면 적어도 생물학의 국유화라고 부를 수 있는 어떤 것으로의 경도현상이다.” 생명에 대한 관심이 있다는 말은 좋은 말로 들리기도 한다. 마치 생명의 중요함을 일깨워주는 듯하다. 대한민국이 높은 자살률을 보이며 자살공화국이라는 오명을 가지고 있어서 인지 의료계, 종교계 혹은 학교 등에서 자살예방이나 생명존중 등의 구호를 내세운 캠페인들을 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그걸 보면서 국가의 보살핌이 자상하다는 착각을 하는 사람도 많다. 아마도 그런 류의 캠페인을 하는 사람들도 자신이 국민들의 생명을 지키고 있는 착각을 하고 있는 듯하다.

생명에 대한 지대한 관심 속에 권력은 질병을 인구현상의 한 종류로 보기 시작했다. “더 이상 생명을 갑자기 덮치는 죽음-그것이 전염병이다-으로서가 아니라, 삶 속에 미끄러져 들어와 끈질기게 그것을 파먹고 점점 작게 만들어 마침내 그것을 약화시키는 그러한 점진적인 죽음으로서의 질병인 것이다.” 인구현상으로서의 질병은 우리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혹은 종족을 보전하기 위해 물리쳐야만 하는 적이 되었다. 특히 삶 속에 미끄러져 들어와 끈질기게 그것을 파먹고 점점 작게 만드는 암이라는 무서운 적을 무찌르기 위해서 우리 몸과 마음을 의료라는 갑옷으로 무장하고 온갖 검사와 시술 및 수술로 우리 몸을 치장한다. 우리는 살면서 각종 영유아 건강검진부터, 채용검진 및 직장검진 등을 겪는다, 질병은 물리쳐야 할 적이기에 귀찮기도 한 각종 검사 속에서도 우리는 더 검사를 받지 못해 안달이 난다. 그런데 요람에서 무덤까지 책임지는 세련된 의료보장 메커니즘 속에서 느끼는 일종의 안도감이 우리를 정말로 보호해주는 것일까?

단언하면 질병의 관리가 엄격해 질수록 우리 사회가 좀 더 인종주의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 각종 검진을 통해 신체에 대한 규격화가 이뤄지며 상급의 인간과 하급의 인간이 구분된다. 하급의 인간으로 판별된 사람들은 사회의 여러 문턱에서 미끄러질 가능성을 가지게 된다. “권력이 책임을 떠맡은 생명의 영역 안에 어떤 단절이 도입된 것이다. “즉 살아야 하는 것과 죽어야 하는 것 사이의 단절이 생긴다. 의료가 우리 삶속에 깊숙이 들어올수록 그리고 의료 기술이 발전할수록 우리가 원하건 원치 않건 정교한 단절의 가능성이 커진다. 여러 모바일 디바이스를 통한 원격 의료 통제 시스템은 살아야 하는 것(사람)과 죽어야하는 것(사람)을 더 빨리 식별해 낼 것이고 더 정교한 영상의료 시스템은 인체를 세밀하게 조각내어 죽음을 요소를 찾아낼 것이다. “생물권력이 상대하는 생물학적 연속체를 조각내고, 그 내부에 휴지를 도입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인종주의의 첫 번째 기능이었다.”

자살을 예방하고 생명을 존중하자는 구호는 우리의 생명을 구원할 수 있을까? 삶이 힘들어 자살하는 사람들이 많은 국가에서 당신의 생명이 소중하기 때문에 존중해달라는 것은 어떠한 위로도 논리적인 설득도 하지 못한 채 생명의 소중함에 대한 신화에 기인한 계몽적 교육에 그친다. 어떤 사람을 자살로 이끄는 그 과정에 대해서는 관심조차 가지지 않고 그저 생명을 존중하기를 요구하는 것은 자살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에 대한 책임회피이다. 누가 책임회피를 하고 있는가? 아마도 그것은 생사여탈권을 손에 쥐고 국민들을 통치하는 국가생명권력과 거기에 기생하는 무리들일 것이다. 생사여탈권을 국가 혹은 의료적 앎이 가지고 있다는 데서 우리의 몸은 노예적 상태에 놓여있다. 우리가 국가에 위탁한 어떤 권리보다도 위험한 것은 생명에 대한 권리 위탁이다. 우리는 우리의 몸에 대한 권리를 박탈당한 것이다. 푸코의 표현에 따르면 죽음에의 강제를 수락한 꼴이다. 자본주의사회를 말할 것도 없거니와 공산주의, 사회주의 사회 및 혁명의 사상에도 만연했던 인종주의적 국가의 통치 메커니즘은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우리 의식 속에, 삶속에 자리 잡고 있다. 생물학의 국유화 혹은 삶의 의료화라고 부를 수 있는 어떤 것으로의 경도현상 그 다음에는 어떤 세계가 펼쳐질까? 지속적인 내부전쟁으로 인한 하등종족들의 죽임, 불평등의 끝, 헬조선의 끝으로 치달을 것이다. 그 세계에서 저항의 움직임을 만들 수 있을까? 우선 우리는 생명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하는 무리들에게 왜 그래야 하는지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물어봐야한다. 그리고 생명을 보호 해야한다는 명령 밖에서 살아갈 수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죽음을 내팽개친 권력에게 죽음을 담보로 우리의 삶을 담보로 한 반생명전선, 반인종주의 전선을 펼쳐야 하지 않을까?

151118 사회를보호해야한다 푸코 닥홍 에세이.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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