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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모던적 조건 / 장 프랑수아 리오타르 / 옮긴이의 말 / 18.09.05(OT) 

 

p5 : 리오타르에게 있어 선진 사회는 정보 사회 혹은 후기 산업 사회를 의미하며, 바로 이런 사회가 포스트모던적 사회를 지칭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의 주제는 고전적, 모던적 사회에서 정립된 지식 개념이 포스트모던적 사회에서는 어떻게 변화되고 있고 또 어떻게 이해되어야 하는지를 제시하는 것이다.

리오타르에 따르면 포스트모던이란 19세기말부터 과학, 문학, 예술의 게임 규칙에 영향을 준 변형 이후의 문화 상황, 의식 상태 혹은 삶의 형식이다. 따라서 포스트모던적 사회는 바로 이런 상태, 상황, 형식이 지배하는 사회, 이질성과 다양성이 강조되고 미래에 대한 예측이 불가능한 사회, 영웅이 사(6)라지고 구체적인 나와 너가 모두 존중되는 사회, 국가 기관의 통제력이 감소되고 개별적인 시민 단체들이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회이다.

역으로 모던적 사회는 이 거대 이야기들에 의존하여 이론과 행동이 정당화되는 사회, 통일성과 총체성이 강조되어 다수가 일자로 지양되는 사회, 추상적 사변적 주체의 그늘에 가리워 구체적 개인의 모습이 드러나지 않는 사회, 나에 의해 너가 파악되고 평가되는 사회이다.

이런 포스트모던적 사회에서 지식의 위상을 검토하기 위해 리오타르는 소쉬르와 비트겐슈타인 이후의 언어학 및 언어철학을 수용한다. 그의 방법론은 단적으로 말해서 언어 게임이며, 이런 의미에서 말한다는 것은 게임이라는 차원에서 싸움하는 것이며, 따라서 언술 행위는 일반적 투기라는 것이 방법의 제1원리로, 사회적 유대는 언어 활동에 의해 형성된다는 것이 그것의 제2원리로 제시되고 있다.

리오타르는 사회를 계급투쟁의 원리에 따라 양분되는 것으로 보는 마르크스주의적 사회 이론을 모던적 사회유대이론으로 간주하고 거부한다.

 

p7 : 리오타르는 지식을 과학적 지식과 이야기적 지식으로 세분한다. 전자는 지시적 언어 게임만을 수행하면서 다른 언어 게임을 배제하며, 포스트모던적 사회 유대 이론의 관점에서 볼 때 그것은 지식과 사회 혹은 지식과 과학적 기관간의 관계 문제를 노출시킨다. 그리고 과학적 지식은 항상 검증과 반증의 대상으로 남아 있으며, 이 지식의 수용은 전문가 집단의 담론 규칙에 따른다. 또한 과학적 게임은 기억과 기획이라는 통시적 시간성을 함축한다. 그 반면에 이야기적 지식은 이야기에 의해 사회적 기준과 다름아닌 능력의 기준을 규정하며 사회에서 행해지는 수행성들을 평가한다.

 

p8 : 이야기적 지식은 검증이나 반증의 대상이 아니며, 그것은 문화 속에서 스스로를 정당화한다. 리오타르는 이야기적 지식을 원시적, 비발전적, 야만적 지식으로 간주하면서 이것을 계몽, 발전시키려는 서구의 태도를 문화적 제국주의라고 혹평한다. 그에 따르면, 이야기적 지식과 과학적 지식 사이에는 언어 게임이 그렇듯이 불가공약성이 현존하며, 따라서 어떤 것의 관점에서 다른 것을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보 사회에서 과학적 지식의 목적은 정신의 도야 혹은 교화에 있는 것이 아니며, 따라서 고전적인 의미에서의 지성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식의 생산자와 사용자간의 관계는 상품의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관계와 동일하다. 컴퓨터 사회에서 지식은 기계 언어로 번역되지 못하면 방치될 것이다.

 

p9 : 정보사회는 교수 시대의 종말을 고하고 있다. 모든 전문가들이 접근 가능하게 자료은행을 개방시킴으로써 충분한 정보 게임이 지배하는 세계가 포스트모던적 지식의 세계이다. 그러면 이런 상황 속에서 포스트모던적 학문 혹은 지식의 탐구 대상과 역할은 무엇인가? 포스트모던적 학문은 이론이나 체계의 비결정성, 파국성, 모순성에 관심을 갖는다. 따라서 포스트모던적 지식은 다양한 언어 게임을 억압하는 폭력에 대항하면서 차이에 대한 우리의 감수성을 세련시키며 불가공약성에 대한 우리의 인내력을 강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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