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구별짓기-문화와 취향의 사회학 / 삐에르 부르디외 / 옮긴이 후기 / 18.09.05(OT) 

 

p976 : 부르디외의 사회학적 입장을 한 마디로 명명하면 발생론적 구조주의라고 할 수 있고, 그것은 우선적으로 데카르트적 존재론의 이중성(주체와 객체, 육체와 정신)을 거부하면서 객관주의와 주관주의, 구조적 필연성과 개인의 행위 사이의 허구적 모순을 극복하려 한다.

그 결과 사회적 실천이론은 구조주의와 구성주의적 접근을 다 품을 수 있다.

부르디외 사회학의 두 번째 가정은 사회구조와 정신구조 사이에, 사회세계의 객관적 구분들과 행위자가 사회세계에 적용하는 시각과 구분의 원리 사이에는 호응관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p977 : 인식적 통합의 조작자인 상징체계는 단순히 인식의 도구가 아니라 지배의 도구이기도 하다. 그 결과 분류체계는 정치의 장과 생산의 장에서 벌어지는 개인적이고 집단적인 경쟁에서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속의 관례적인 상호작용에서도 개인들과 집단들을 대립시키는 투쟁의 목표를 구성하게 된다.

부르디외의 방법론적 입장을 살펴보면, 그는 구조 또는 행위자의 우선성을 확언하는 모든 방법론적 일원론에 반대하여 관계의 우위성을 주장한다. 삐아제, 레비 스트로스, 브로델의 작업을 통해 성숙된 다형 구조주의의 오랜 전통을 이루는 부분이기도 하다.

부르디외는 사회라는 속빈 개념을 발전시켜 장과 사회공간이란 (978)개념으로 대체하는데, 분화된 사회는 어떤 단일한 사회의 논리로 귀결될 수 없는 상대적으로 자율적인 일련의 게임공간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본다.

하나의 장은 거기서 효력을 가지는 특수한 종류의 자본들(경제자본, 문화자본, 상징자본, 사회관계 자본 등)에 대해 독점권을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참가자들이 서로 경쟁하는 전투의 장과 유사한 투쟁과 경쟁의 공간이다.

이것이 각 장에 역사적 동력과, 고전적 구조주의의 경직된 결정론을 회피할 수 있는 유연성을 부여한다.

 

아비투스는 개인적이거나 그 자체로 완벽하게 행위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행위자의 내부에서 작동하여 행위자들로 하여금 예측되지 않고 항상 변동하는 상태에서의 선택을 결정하게 하는 전략들의 발생원리이다.

(979) 아비투스를 통해서 부르디외는 사회 세계와 행위자의 관계를 주체와 객체와의 관계가 아니라 아비투스와 그것을 결정짓는 세계와의 존재론적 공모, 또는 상호적 소유로 보는 것이다. 비유하건대 축구선수가 게임 중에 동작에 대한 순간적인 직관을 가지고 타산적 이성의 도움 없이 행위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따라서 사회질서에 대한 복종은 사회구성원들의 아비투스와 그 아비투스가 작동하는 장 사이의 무의식적 일치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부르디외적 성찰은 역사주의적 합리주의를 통해 해체와 보편성, 이성과 상대성의 작용을 과학의 장의 객관적 구조 속에 정착시키는 것이다. 즉 부르디외에게서 사회학은 권력의 행사를 가리고 지배를 영속화하는 신화들을 파괴하는 임무를 띠게 된다는 점에서 현저하게 정치적인 학문인 것이다.

 

[서문]

p22 : 사회적으로 공인된 예술 그리고 각 예술의 장르와 유파, 또는 시대의 위계에 소비자들의 사회적 위계가 상응한다. 이 때문에 취향은 계급의 지표로 기능할 수 있는 것이다. 문화 획득 방식은 사용 방식에서도 그대로 남아 있게 된다. 매너에 그토록 커다란 중요성이 부과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즉 이처럼 제대로 측량하기 어려운 실천이 문화 획득의 다양하고 서열화된 양식(가정에서 또는 학교에서 획득)과 각 양식을 통해 특징을 부여받는 개인들의 집단을 구분해주기 때문이다. 문화(교양) 또한 교육체계를 통해 부여되는 문화적 귀족의 칭호와 혈통을 갖고 있으며, 각 칭호와 혈통 내의 위치는 귀족에 진입한 후의 시간적 길이에 의해 평가된다.

 

p23 : 예술은 오직 문화적 능력, 즉 해독의 기준이 되는 약호를 갖고 있는 사람에게나 의미가 있고 오직 그런 사람의 관심만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25)안목은 역사의 산물로, 교육에 의해 재생산된다. (27)현대 예술은 일관되게 인간적인요소, 즉 변별적이고 탁월한 것과는 대립적인 생산적이며 통상적인 것, 즉 열정, 감정, 느낌 등 보통 사람이 보통 생활 속에서 느끼는 일반적 감정의 속성을 거부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28)회화나 사진에 대한 대중적 평가는 칸트 미학과는 대극에 놓여 있는 미학(실제로는 에토스)에서 유래한다.

비난하건 칭찬하건 이들의 음미는 항상 윤리적 토대를 갖고 있다.

 

p30 : 취향은 구분하고, 분류하는 자를 분류한다. 다양한 분류법에 의해 구분되는 사회적 주체는 아름다운 것과 추한 것, 탁월한 것과 천박한 것을 구별함으로써 스스로의 탁월함을 드러내며, 이 과정에서 각 주체가 객관적 분류 과정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표현되고 드러난다.

 

p31 : 문화적 의식은 가톨릭의 성체변화와 유사한 일종의 존재론적 승격을 부여해준다.

저급하고 조잡하고 천박하며 타산적이고 비굴한, 한 마디로 자연스런 기쁨을 부인하는 것, 바로 이것이 문화의 성역을 구성한다. 그리고 이것은 은연중에 세속의 천한 사람들은 영원히 접근할 수 없는 승화된 즐거움, 세련되며, 무사무욕하며, 대가를 바라지 않으며, 우아하고 단순한 쾌락을 누릴 수 있는 사람들이 우월하다는 사실을 재삼재사 확인해준다. 예술과 문화 소비가 애초부터 사람들이 의식하건 그렇지 않건 또는 원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전혀 상관없이 사회적 차이를 정당화하는 사회적 기능을 하게 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