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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 자신의 심리학을 절대화하려는 프로이트의 경향은 초기에(세계 대전 이전) 정반대의 2개의 반작용에 직면했다. 그것은 아들러의 안티테제(反)와 융의 진테제(合)였다. 이로써 전체 체계가 변증법적으로 마무리되었고 그것으로 정신분석 운동은 정지되기에 이르렀다. 프로이트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개인의 동인으로 성적 본능을 강조한 한편, 아들러는 개인의 에고가 권력과 지배와 우월을 추구하려 하는 자아 욕구를 강조했다. (아들러의) 환자들 모두가 “열등 콤플렉스”로 힘들어했던 한편 프로이트는 환자들은 죄의식으로 힘들어했던 것처럼 보이는 것은 그들의 고객들이 서로 다른 계급 출신이었기 때문인 듯하다. 어쨌든, 열등감으로 고통받는 것과 지배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억압당한 유형 혹은 패배자의 심리학이다. 반면에 프로이트가 신경증을 생물학적 억압의 결과로 인식한 것은 사실상 “출세 제일주의자”, 즉 권력을 얻고 자리를 지키기 위해 본능적인 힘들을 소진시키는 유형의 심리학을 표현하고 있다. 융은 두 가지 “심리 유형”, 즉 내향성과 외향성 이론을 개발함으로써 두 심리학자의 논쟁을 조정하려고 노력했다.
분만 행위 자체가 개인에 따라서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유전적 요소나 환경적 영향과 관계없이 그 행위 하나 만으로도 기질과 행동의 다양성을 설명할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의 모든 교육제도는 사람의 내면은 근본적으로 똑같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또 현대의 심리 치료에 나타나는 모든 불일치는 성격의 개인적 차이를 강화함과 동시에 사회가 선호하는 유형과 일치하도록 만들려는 이중적 시도로 설명될 수 있다.
보편적인 심리학처럼 보이는 어떤 심리학의 뒷받침을 받는 가운데, 정치인과 교육자들은 대중도 시민으로서 평등권과 기회를 누려야 한다는 점을 솔직하게 인정하지 않고 그 대중을 자신의 목적이나 이상에 따라 다듬으면서 자신들의 행태가 정당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람들이 서로 같지도 않고 또 동등할 수도 없기 때문에, 심리학은 적어도 교육적, 치료적 혹은 정치적 이데올로기의 주입을 통해서 그들은 비슷하게 만든다는 다소 공개적인 목표를 갖고 그들을 비슷한 존재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13%) 다윈의 이론이 자유방임의 원칙을 뒷받침하고 따라서 경쟁적인 자본주의를 옹호하는 데 이용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가 니체와 다르지 않게 자신의 이론에서 자신의 육체적 약함을 보상하고 동시에 창조를 통한 특권적 지위를 정당화한 것도 똑같이 사실이다. 이는 당대의 위대한 사회이론가 칼 마르크스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말이다. 자본주의에 맞선 그의 외침에서 산업혁명의 희생자들은 자신을 표현할 기회를 발견했다. 나폴레옹이 특별히 해방 전쟁의 명분에 포함시켰던 유대인의 해방은 성공적으로 동화한 유대인의 아들이던 마르크스가 1세기 동안 이어져 온 염원, 즉 유대인도 똑같이 시민권을 누릴 수 있다는 희망을 다시 품도록 자극했음이 틀림없다.
그러면서 그가 한 것은 “경제 시대의 특별한 것들을 인류 역사의 보편적 요소들로 재구성한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획기적인 이론들은 그 주제가 생물학적이든 사회학적이든 아니면 심리학적이든 불문하고 대중적 호소력을 그 이데올로기의 보편성에서 찾는 것 같다. 이런 이유 때문에, 획기적인 이론들은 과학적 예측성을 넘어서 독단적인 확실성의 영역으로 넘어가면서 쉽게 종교적 믿음들을 대체하게 된다. 그들은 과거를 해석하고 세속적 종교의 용어를 빌려 미래를 예측함으로써 어느 시대의 구체적인 조건들을 시간도 없고 장소도 없는 우주로 투사한다.
다윈이 생물학적으로, 또 마르크스가 경제학적으로 결정론자였던 것 못지않게 심리학적으로 결정론자인 프로이트는 용서하기 어려운 잘못을 저질렀다. 다윈의 생물학적 결종론과 마르크스의 사회적 결정론을 성격 자체에 적용함으로써, 프로이트는 성격에서 인간의 삶을 인간답게 만드는 바로 그 특성들을 빼앗아버렸다. 자율성과 책임, 그리고 양심이 바로 그 특성들이다. 이중 양심에 대해서, 프로이트는 인간의 의식 안에서 인간적인 특성들이 어떤 결정론에 맞서 역동적인 투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을 깨닫지 못하고 구약 성경의 분위기를 풍기면서 원죄나 다름없는 과거의 죄의 결과라는 식으로 설명해야 했다.
결정론은 생물학적 영향과 심지어 경제적 영향에는 적용될 수 있다 하더라도 인간의 문제에 대한 심리학적 대답은 절대로 될 수 없다. 왜냐하면 그것이 인간적인 현상, 특히 개인의 의지를 부정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정신분석 자체가 개인을 선의 기준에 일치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은 사회적 이데올로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이트는 모두가 무의식에서 서로 비슷하다고 언급하는 한편, 융은 우리 인간이 서로 다른 것은 무의식이라고 말한다. 종족 무의식이 개인의 성격을 형성하고 개인의 행동을 결정하는 환경적 영향을 뜻한다는 점에서 보면, 종족 무의식과 초자아 사이에는 비슷한 점이 많다. 따라서 프로이트는 성격 구조의 맨 꼭대기에서 근본적인 차이를 찾고, 융은 맨 밑바닥에서 차이를 찾는다.
프로이트는 모든 사람들을 기본적으로 똑같은 존재로 인식하고 있지만, 융에게는 사람들은 (종족적으로는 비슷할지라도) 다 다른 존재이다. 그런 한편, 아들러는 사람들의 행동이 다를지라도 그것을 같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들러의 치료 목표는 “사회적 감정”을 개발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아들러는 자신의 심리학 체계를 “개인 심리학”이라고 부르고 있다.
현대의 심리학은 이론적으로는 사람들 모두가 심리적으로 같지 않다는 점을 입증하면서도 치료와 교육을 통해서는 모든 사람의 심리가 똑같다는 교리를 전파하고 있다.
아들러가 볼 때 과도한 개인주의는 서구 문명에서 “신경증적”반응을 야기하고 있다. 아들러는 그에 대한 치료로 개인의 내면에 “사회적 감정”을 발달시켜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일종의 내면으로부터의 균등화를 추구하고 있는 반면, 프로이트의 “적응”은 외적 일치를 목표로 잡고 있다. (14%) 융은 현실과의 관계 속에서 반항이나 복종을 통해 개인의 구원을 찾지 않고 좌절된 내면의 힘들을 승화시키는 데서 구원을 찾았다. 융에 따르면, 이 승화의 과정에서 개인은 자신의 종족 무의식에 있는 상징을 이용하며 따라서 자신의 자기 안에서 일종의 집단성을 성취한다. 개인의 자기와 종족적 배경 사이에 거의 신비적인 연결을 찾으려는 노력은 고립된 개인을 보다 큰 전체, 즉 그 개인이 일부로 이루고 있다고 느낄 수 있는 그런 전체와 연결시켜 주는 것으로 여겨진다.
융에게 있어서 섹스는 이 같은 우주적 결합에 접근하는 한 가지 방법에 지나지 않는 한편, 아들러는 섹스를 권력을 위한 투쟁으로, 프로이트는 온갖 종류의 억압된 감정들의 전반적인 배출구로 인식하고 있다. 개인의 심리를 그리려는 노력을 서로 다르게 펴면서, 이 세 명의 심리학자 모두는 비슷한 결론에 도달한 것처럼 보인다. 즉 우리의 성격을 힘들게 만드는 악은 과도한 개인화라는 식으로 결론을 내리는 것 같다. 따라서 이 심리학자들은 ‘자기’ 너머에 있는 무엇인가와의 정서적 결합이 그 치유법이라는 데 동의하고 있다. 이 결합을 프로이트는 섹스에서, 아들러는 사회적 동료의식에서, 융은 종족의 집단성에서 찾는다. 이 점에서 심리학은 고대인이 생활 속에서 즐기고 또 종교에서 표현했는데도 그만 현대인이 잃어버린 그 우주적 조화를 대체할 것을 찾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말하자면 현대인이 상실한 바로 그것이 신경증 유형이 생기는 이유를 설명해줄 것이라는 인식이 보인다.
15% : 문화적 연구를 통해서 억압된 자아 안에 있는 비이성적인 힘들의 인간적인 가치를 처음으로 인식한 인물은 니체였다. 그런데 프로이트는 자신의 이성적인 심리학 체계에서 이 비이성적인 힘들을 신경증의 원인으로만 보았다. 따라서 정신분석이 개인에게 제시하는 치료는 절대로 그런 에너지들의 창조적 표현이 될 수 없었다.
개인에게 비이성적인 자아가 억눌린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 그랬으며 지금 그것을 이성적으로 다스려야 한다는 점을 확신시키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 유명한 무의식 이론이 생겨나게 되었다. 무의식이라는 용어는 인간 행동을 결정하는 가장 역동적인 힘을 단지 의식의 부재로 설명하고 있다.
이는 프로이트의 접근법뿐만 아니라 그의 도덕 철학까지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애초에 개인의 악이 저장된 곳으로 인식된 무의식은 사악한 자아가 거주하는 일종의 개인의 지옥이 되었다. 융이 무의식의 범위를 개인의 내면에 억압된 것들 그 너머로 까지 확장한 뒤에야, 무의식은 보다 폭넓은 용어인 이드로 불리게 되었다. 부적절하게도, 자기표현에 관한 니체의 직관 철학(“나는 생각한다”라는 심리학적 관념과 반대되는 것으로서, “이드가 내 안에서 생각한다.”)에서 빌린 용어이다.
프로이트는 무의식을 발견하지 않았다. 단지 독일 낭만주의 철학의 특징인 이 불명확한 개념을 합리화했을 뿐이다. 나폴레옹 전쟁 이후 독일 철학에 나타난 낭만주의자들은 무의식을 종족의 민간 전통에 나타나는, 인간 본성의 비이성적인 요소로 인식했다. 프로이트는 비이성적 자아의 생명력을 에고의 생물학적 용어로 해석함으로써 인간의 황폐한 영역을 문명을 위해 구해냈다고 믿었다. 융은 개인을 초월하는 힘을 그런 식으로 개인화하는 데 불만을 품고 무의식에서 종교적 전통으로 표현된 종족의 유산의 총합으로 보았다. 한편 아들러는 그런 종족적인 개념을 역시 초개인적 개념인 사회적 감정 혹은 집단 감정으로 바꾸었다.
우리는 정서적 부적응을 “신경증”이라고 규정하면서 그 개인이 규범에 적응하도록 기꺼이 도우려 노력하는 한편으로 반사회적인 행동을 “범죄”로 비난하고 처벌한다. 적응시키거나 돕거나 치료하려는 우리의 모든 시도들은 종국적으로 보면 사회제도에 적응하길 원하지 않거나 적응할 수 없는 사람들의 반항 때문에 우리의 안전이 깨어질지도 모른다는, 내면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누가 다른 모든 것들을 물리치고 존속할 선민이 될 것인가 하는 물음은 선민 집단의 영원한 삶을 누릴 특권에 포함되기 위해 유사성을 추구하려는 노력과 다른 집단을 영원의 축복으로부터 배제하기 위해 인격적으로나 민족적으로 서로 다른 점을 강조하려는 노력 사이에 영원한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현상을 설명해준다.
역사적으로 볼 때, 모든 전쟁과 혁명은 제 아무리 그럴듯하게 합리화되더라도 불멸성이라는 비이성적인 이데올로기에, 말하자면 존속이라는 인위적 개념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나폴레옹은 상류층 부르주아가 승리할 길을 닦아주었다. 혁명운동을 정리하는 지도자 쪽에서 저지르는 이런 배신은 현대의 그의 계승자에게도 여전히 숙명처럼 보인다. 현대의 혁명 지도자들도 중산층 출신이기 때문에 인구 중에서 중산층을 강화한다. 이는 중산층이 현대 사회의 경제적 중추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불가피한 결과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깊은 이유는 중산층의 구성원들이 심리적으로 균형이 잘 잡힌 유형이고 따라서 이들의 이데올로기기가 현실로 구현 가능한 정치적 및 사회적 질서를 의미한다는 사실에서 발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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