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의 정신병리학 9장 / 2019. 10. 2. / 죠스

아홉 번째 장: 증상 행위와 우연 행위

 

우연 행위는 의식적인 의도의 지원을 거절하기에 어떤 구실을 달 필요가 없다. 그리고 그 자체가 자발적으로 일어나는 행동으로, 어떤 목적이나 의도를 지니고 있다는 의심을 전혀 받지 않는다.(p. 251)

 

프로이트는 다양한 사례를 면밀히 검토한 후에 그런 우연 행위들을 증상 행위라고 명명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우연 행위들은 행동 주체 자신이 전혀 의심하지 않는 것, 따라서 대체로 그가 다른 사람에게 전하고자 하는 의도는 없고 오로지 자신만이 간직하고자 하는 그 무엇을 표현하는 행동들이다.(p.252)

 

우리 주변에서 지극히 자주 일어나는 우연 행위와 증상 행위는 1) 그 행동들이 습관적인 것이냐, 아니면 2) 특정 조건 하에서 규칙적으로 일어나는 행동이냐, 아니면 3) 산발적으로 일어나는 행동이냐에 따라 세 종류로 구분 지을 수 있다. (p. 255)

 

환자들뿐만 아니라 건강한 사람들에게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증상행위는 여러 가지 이유에서 우리들의 관심을 끈다. 의사들에게는 그런 증상 행위들이 신기하고 낯선 상황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단서가 되며, 인간 본성을 관찰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그런 행동들이 그가 알고자 하는 것 이상의 많은 사실들을 보여준다.(p. 263)

 

물건을 잃어버리는 인간 습관 ― 증상 행위 ― 의 범위가 굉장히 넓다는 사실과 그런 습관이 적어도 물건을 잃어버린 사람의 은밀한 의도와 연관이 있다는 사실은 생각하기에 무리 없을 것이다. 그런 증상 행위는 종종 잃어버린 물건을 낮게 평가하는 마음의 표현일 수도 있으며, 그 물건에 대해, 혹은 그 물건을 준 사람에 대해 은밀하게 품고 있던 반감이 그대로 표출된 것일 수도 있다. 또한 어떤 상징적 연상 작용에 의해 더욱 중요한 물건이나 대상을 원하는 마음에서 현재의 그 물건을 잃어버렸으면 하는 마음이 생겨난 것일 수도 있다.(p. 274-275)

 

프로이트는 아무 의도 없이 이루어지는 행동들도 분명 불가피하게 인간관계에서 오해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자신의 행동이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어떤 의도와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행동의 주체는 그런 행동으로 자신이 비난 받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전혀 느끼지 못하며, 더욱이 자기가 그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반면에 상대방은, 그 행동의 주체가 그런 행동을 통해 어떤 의도를 내보이고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를 생각하며 판단을 내리기 때문에 오히려 그 행동의 주체가 어떤 심리적 과정을 거치고 있는지 그보다 더 잘 알 수가 있다.(p. 281)

 

사실상 우리는, 모든 사람들이 끊임없이 그들 이웃에 대한 심리 분석을 실행하고 있으며, 그런 결과로 자기 자신보다는 그 이웃들을 더 잘 알게 된다고 말할 수 있다. 거꾸로 얘기하면, <너 자신을 알라>라는 교훈을 준수하는 것이 최종 목적지인 그런 길을 가고자 한다면 바로 자기 자신의 우연한 행동이나 실수를 연구하는 경로를 통해야 한다는 뜻이다.(p. 281-2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