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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록3
기독교인의 본질적 주제인 속죄의 의식에 따라, 다윗처럼 죄를 고백한 죄인은 자신의 기소인이자 동시에 자신의 재판관이다. 진실말하기는 재판권과의 관계 속에서 용서의 효력을 발휘한다. (581) 크리소스토무스는 고백이란 우리가 이미 스스로 알고 있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단순히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보다도 내면의 발견이라는 것을 말하고자 한다. 또한 그는 감추려는 의지는 우리가 나쁜 짓을 했다는 양심의 가책을 인정하는 것이고, 보여 주는 행위는 만인에게 이러한 양심을 드러내는 일이 두렵지 않음을 나타내(582)는 것이다. (583) 아무리 무거운 죄라고 할지라도 하느님으로부터 용서받을 수 있다. 그러나 죄를 감추려고 하면 저지른 죄는 그대로 남아 있을 뿐만 아니라, 필연적으로 그 죄부터 훨씬 무거운 죄, 직접적으로 하느님에 대한 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부록4
p591 : 성관계를 죽음과 부도덕한 행위와 연결시킨 타락의 이러한 일반적 범주와 일단 분리해서 본다면, 죽음이 필연적이라는 사실을 아직 모르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인간의 죄로 인해 성불능이나 성적 능력의 결핍, 괴로운 정념, 그리고 육체와 영혼의 모든 질병들을 아직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성관계가 무엇일 수 있는지를 아는 것이 문제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성행위와 육욕 사이의 관계에 대한 이론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역자해설
p 596 : <성의 역사>는 성에 대한 담론과 성문제를 권력과의 관계에서 분석한 책이다. 이런 의미에서 성의 역사 제1권 <지식의 의지>는 근대의 자본주의 사회가 성을 억압했다고 주장하는 프로이트적 마르크시스트에 대한 푸코의 공격과 더불어 시작한다. (598) 푸코는 고백의 사회적 현상을 설명하면서, 17세기 부르주아 사회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권력이 행사되는 특별한 공간에서 개인은 성에 대한 진실을 모두 고백해야 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600) 인간은 스스로를 성적 주체로 인식하면서 자신을 성찰하고 존재의 진실을 발견하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성에 대한 욕망과 함께 성에 대한(601)규범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인간은 규범에 순응하건, 저항하건, 규범과의 관계에서 윤리적 주체로 성장한다.
p601 : ‘주체의 해석학’에서 푸코는 그리스 시대와 기독교 시대의 차이를 단어 의미의 변화와 관련지어 설명한다. 그는 conversion이란 단어가 그리스 로마 시대에는 전향의 뜻으로 쓰이지만, 3세기와 4세기 기독교 시대에는 개종을 의미하는 이유를 추론한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플라톤에게 자기로의 전향은 자신의 무지를 깨닫는 인식의 문제였는데, 플라톤 이후 그리스 로마 시대에 전향은 자기 수양과 실천을 통해서 모든 예속으로부터 자유롭게 해방될 수 있는 단계를 의미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기독교 시대에 이르러 전향은 개종의 의미로 바뀌고 회개의 행위와 결합된다.
p605 : (이 책에서) 푸코는 이렇게 성에 대한 규범이 특별히 강화되었거나, 성관계에 대한 권력의 억압이 심화되었다고 말하지 않고, ‘주체의 새로운 경험형식’의 등장을 말한다. (606) 육체 속에 들어 있는 악을 제거하기 위해 진실을 표명해야 하는 고백의 문제는 인간이 자기를 인식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주체의 중요한 경험형식을 구성한다.
p609 : 기독교인의 동정이 이교인들의 금욕과 구별되는 것은, 동정은 주체적이고 자율적인 것이 아니라 철저히 외적 규범에 복종하는 생활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차이는 그리스인들의 자기성찰과 수도사들의 양심성찰이 구별되는 논리와 같다. (610) 동정을 실천하는 사람은 지도자의 시선 앞에서 예속되는 존재가 되는 동시에 타인의 시선으로 자기를 보고 자신의 내면성을 객관화함으로써 그의 예속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p617 : 부록3은 사목권력의 통치방식을 집중적으로 분석한 글이다.
첫째, 사목권력은 영토에 행사되는 권력이 아니라,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이동하는 무리에 대해서 행사되는 권력이다.
둘째, 사목권력은 선행의 권력을 지향한다. 이런 점에서 사목권력의 핵심 목표는 무리의 구제라고 할 수 있다.
셋째, 사목권력은 개인화하는 권력이다. 목자는 모든 가축 무리를 안전하게 목적지로 인도하는 역할을 하면서도, 한 마리의 양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양 한 마리를 구하기 위해 가축 무리 전체를 소홀히 할 수 있다는 이 역설을 사목권력의 중심적 문제이다.
(618) 푸코는 <안전, 영토, 인구>에서 “서구인은, 아마도 그리스인이라면 그 누구라도 용납하지 않았을 문제로서 자기 자신을 양 떼속의 한 마리 양으로 생각하기를 수천 년동안 배워 왔다”고 말한다. (619) 그리스인들도 지도자의 말을 따르고 복종했지만, 그들의 복종은 어디까지나 어떤 결과에 도달하기 위한 일시적 방법이었고, 자기 자신을 보다 성숙한 주체로 만들기 위한 과정이었을 뿐이다. 그러나 기독교 교회가 요구하는 복종은, 개인의 자기 의지를 죽이게 함으로써 그의 구원을 지향하는 것이다. (620) 소크라테스적 자기 인식의 문제는 주체의 성숙에서 필요한 과제였지만, 기독교 모럴은 주체의 성숙보다는 개인의 구원을 위해서 개인을 철저히 보살피고 배려하는 방침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것은 개인의 영혼과 내면에 대한 사목권력의 통치와 관련된 것으로 볼 수 있다. (621) 육체가 슬픈 까닭을 추론해 본다면, 우리는 아우구스티누스가 육욕과 리비도를 죄악시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육욕과 리비도가 육체로부터 분리될 수 없는 한, 육체는 육욕의 주범이 아니라도 공범자의 입장에 놓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622) 푸코는 ‘육체의 고백’이라는 주제를 통해서 죄를 짓지 않았는데도 진실을 고백해야 하는 슬픈 육체의 변호인 역할을 통해 ‘육체의 진실’을 밝히려 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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