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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 군중

살생을 위해 출현한 군중이며 재빨리 달성할 수 있는 목표로 인해 형성된다(63). 급속하게 성장하는 중요한 이유는 죽음에의 집중에 아무런 위험이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제물을(64) 처형함으로써 군중 전원이 일거에 각자의 죽음을 영원히 벗어나려 한다. 그러나 오히려 전보다도 죽음의 위협을 느낀다. 그리고 군중은 와해되어 흩어진다. 이것은 일종의 도주이다.

추적 군중은 사냥 무리에서 유래한다. 무리 또는 민족이 개인을 사형시키는 형태는 첫째가 추방이다. 극한적인 형태의 고립, 가장 엄중한 처벌이다. 둘째 공동 살해다. 던진 돌은 공동체를 상징한다. 화형이 공동 살해와 동일시된다. 불은 죄수의 죽음을 원하는 다중을 상징한다(65). 공개처형은 어느 것이나 공동 살해와 연루되어 있다. 진짜 집행인은 교수대 부근에 운집한 군중이다. 재판에서 사형 선고가 공개리에 집행될 때는 구체성과 현실성을 갖게 된다. 법이란 다중의 입장을 변호하며 법의 공공적인 성격은 군중을 연상하게 한다(66). 추적 군중은 일단 제물을 쟁취하고 나면 아주 급속히 와해된다(65).

추적 군중은 오늘날 신문 독자라는 형태로 존속하고 있다. 그것은 더 온건하고, 또 현장으로부터의 거리 때문에 더 무책임해진 추적 군중이다. 가장 비열한 동시에 가장 안정(68)된 군중이다. 집합할 필요가 없으므로 와해의 두려움도 없다. 매일매일 신문에는 다양한 처형 기사가 실린다.

 

도주 군중

도주 군중은 위협을 느끼는 데서 생겨난다. 함께 달아나는 한, 그들은 위험이 분산된다고 느낀다. 가장 특이점은 동일한 방향을 향해 밀어붙이는 힘이다. 모든 형태의 군중 중 가장 포괄적인 것이다(69). 공포감을 유발시키지 않는 군중 도주의 에너지는 군중의 단결에서 나온다(70). 도주는 목적지에 도달하면 자연적으로 종료된다. 안전을 확보했으므로 다시금 와해된다. 모스크바로부터 퇴각하는 나폴레옹의 위대한 군대가 대표적 예이다(71).

 

금지 군중

이 군중은 저항에 의해 탄생한다. 금지는 넘을 수 없는 경계선이자 제방이다. 대표적인 것이 동맹 파업이다. 일손을 놓고 있는 순간은 위대한 순간이다. 허구적인 평등이 별안간 현실적인 것으로 변한다(73). 노동의 중단이 노동자들을 평등하게 만들어준다. 파업 기간 조직은 금전과 식량이 공정하게 분배되도록 최선을 다한다(74). 분배가 공개적으로 공정하게 이루어지므로 평등감을 느끼고 있는 군중은 자부심을 갖는다. 자발적으로 생겨난 조직은 책임 의식과 존엄성을 생각한다. 이 군중은 본래의 성격을 지속하는 한 어떤 것의 파괴도 거부한다(75).

 

역전 군중

역전은 계급화된 사회를 전제로 한다. 무력하고 의지할 데 없는 개인들이 모여 군중을 형성한다면 그들은 개인적으로 불가능했던 일을 성취할 수 있다. 혁명적 상황이란 이런 역전의 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다. 명령으로부터 집단적으로 해방하는 데서 방전이 일어나는 군중을 역전 군중이라고 한다(76).

혁명의 표면적 활동의 대부분은 추적 군중으로 나타난다. 특정의 사람들이 사냥감인 양 추적당한다(77). 역전은 일단 시작되면 계속 번져간다. 속도가 느릴 수도 있다. 역전 군중이란 사회 전체를 장악하는 사건의 한 과정이다. 표면상으로는 추적 군중이 재빨리 달려가고 있지만 내면적으로는 깊은 곳에서부터 역전이 서서히 밀려 올라오고 있다(78). 부흥회보다 더 흥분에 차고 더 긴장된 형태의 군중은 없다. 부흥회의 역전은 혁명의 역전과 다르다. 부흥회에서는 신의 명령에 대한 인간의 자세가 문제시된다. 부흥회 연사가 고조시켜놓은 공포로 의식을 잃고 말지만 의식을 회복하고 나면 신에게 충실함을 맹세함으로써 극도의 공포감은 가라앉는다. 순치의 과정이다. 그러나 혁명에서는 정반대의 과정이 일어난다. 양자의 공통점은 둘 다 역전 현상임과 역전이 일어나는 정신적 무대가 군중이라는 사실뿐이다(80).

 

축제 군중

축제가 열리는 동안에는 삶과 향락이 모두 보장되어 있다. 상호 간의 접근도 허용되고 환영받는다. 방전의 분위기가 아니라 이완된 분위기다. 축제 자체가 목표이며 밀도는 매우 높지만, 평등은 방종과 향락의 평등이다. 산적한 물건들이 밀도의 핵심이다(81). 축제는 축제를 부르며, 사물들과 삶들의 밀도에 의해 축제의 생명력이 커진다(82).

 

이중 군중 : 남과 여. 산자와 죽은자

복수 군중 체계는 양쪽 군중이 서로 엇비슷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느껴야 한다(82).

기본적인 대립관계 특 징
남과 여 두 군중이 서로 매우 호의적이다. 한 쪽의 흥분은 다른 쪽의 안녕과 번영을 촉진한다. 남자와 여자는 같은 종족에 속해 있으며 상호의존적이다(86).
산 자와 죽은 자 죽음이란 힘이 대등하지 않은 두 군중 간의 전투다. 항상 질 수밖에 없는 전투로서 살아있는 자는 애초부터 도주하고 있었다(87). 이 전투의 요체는 간헐적이다. 언제 일어날지 알 수 없고 선전포고도 없다. 살아있는 자는 언제나 후퇴만 하며 이 후퇴는 완전히 끝나는 법이 없다.
친구와 적의 대립 전시에 형성되는 것(88)

 

이중 군중 : 전쟁

전쟁에서 대치하는 적이란 바로 이웃에서 성장하고 있는 군중, 증가 자체가 두려운 것이다(88). 전쟁은 이중으로 엇갈린 두 개의 군중 상을 제공한다. 전쟁 참가자는 두 개의 군중에 동시에 속한다. 한쪽에서 살아있는 전사로 계산되는 자들이 다른 쪽에서는 죽었으면 하고 여겨지는 전사에 속한다. 전쟁이 오래 계속되는 것은 절박한 상태를 지속하면서 와해되지 않고 군중으로 계속 남으려는 깊은 내적 충동에서 연유한다. 이것이 너무나 강렬하여 와해되느니 함께 파멸해버리는 길을 찾는다(93).

다른 사람을 죽일 권리가 있다고 스스로 주장하는데서 위협이 발생한다. 이 위협이 똑같이 작용해서 모두를 서로 평등하게 만든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동시에 너는 죽을 것이다라는 말을 듣고, 죽음의 위험을 물리치기 위해 단결한다. 밀도 높은 군중을 형성하고 공동방어를 위해 행동을 통일시킨다. 전쟁의 발발은 원초적으로 두 군중의 분출이다. 일단 형성되면 신념과 행동을 통해 지속을 목표로 삼는다(94). 수 천명이 함께 죽음에 대처할 경우엔 죽음은 전혀 다른 성질의 것이 된다. 사람들은 두려워하던 개개인으로서의 죽음을 면할 수 있다.

전쟁 전체를 일관하는 특징인 고도의 긴장은 자기가 먼저 죽이기를 원한다는 점이고 사람들이 군중으로 행동한다는 점에서 유래한다(95). 현대에 와서 전쟁들이 밀도와 지속성을 가지는 것은 거대한 규모의 이중 군중과 관련 있다.

 

군중결정체

한계가 뚜렷하고 영속성을 지니고 있는, 소규모의 견고한 집단을 뜻한다. 군중을 환기시키는 역할을 한다. 한눈에 파악될 수 있는 것으로 중요한 것은 규모보다 통일성이다. 또한 항구적이고 크기를 바꾸지 않는다. 구성원들의 행동이나 소신은 모두 훈련된 것이다. 결정체 바깥에서의 삶은 무의미하다. 유니폼을 입기도 하는데 군인과 수도승이 그 예이다(96). 응집력과 통일성이 현저한 것이 특색이다(99).

9798 닫힌 군중 군중결정체
차이점 규모가 크고 자체에 대한 감정이 더 자연발생적이며 역할의 분담이 없다. 명확성, 고립성, 불변성은 군중의 흥분된 상태와는 거리가 있다.
공통점 한계가 있고 규칙적 반복이 있다.
한계 제일 바깥쪽에만 하나의 한계 설정되어 있음 모든 것이 한계
특징 항상 유동적이며 언제나 변화 가능성, 분출을 일으킬 만한 밀도와 강도를 언제고 획득할 수 있음 -철저하게 정적, 활동의 성질은 미리 정해져 있고 스스로 자신의 말고 행동을 정확하게 의식함
-역사적 영속성외부에 무해한 집단으로서 스스로 자신의 존재를 지속해나감, 사소한 변화만 가해져도 복원됨.

 

군중 상징

구성원이 사람은 아니지만 군중처럼 느껴지는 집합적 단위들이다(98).

Feuer

불은 어디서 발생하든 동일하다. 신속하게 번져가며(100) 전염성이 강하고 만족할 줄 모른다. 어디서나 돌발적으로 일어나고 중첩적이며 파괴적이다. 천적이 있어 꺼지기도 한다. 불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행동하며 또 그렇게 취급된다. 이 모든 점이 군중과 동일하다. 군중과 불은 서로 너무나 닮았기 때문에 상호 치환이 가능할 정도다. 군중 상징들 중 가장 중요하고 가장 변화무쌍한 것이다(101).

실제로 불이 되고자 하는 인간의 충동, 즉 오래된 이 상징을 다시 활성화하려는 충동은 후대의 더 복잡한 문화들 속에서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다(103). 충동적 방화 사례는 불과 군중 간의 관련성을 입증한다(105).

바다 Meer

바다는 중첩적이고 동적이며 밀도가 높고 응집력이 강하다. 파도의 결합 상태는 군중을 생각나게 한다. 서로 예속되어 있고 하나하나가 힘과 활력에 넘쳐 있다(105). 바다는 수천 가지로 들리는 소리가 있는데 그 성질은 집요함이다. 또 항구성을 갖는다. 바다는 모든 것을 수용한다. 무한하며 변하지 않는다. 엄청난 크기로 인해 군중에 대해 하나의 모델이 된다(106). 무한한 대양은 군중의 보편성을 향한 충동을 정당화시켜준다. 바다의 감정도 가변적이다. 바다의 비밀은 그것이 포용하는 엄청난 양의 동식물의 존재에 있다. 또 경계도 없다. 단 한 사람도 권외로 밀어내지 않는다. 어떤 종류의 군중도 그 포용력에서 바다에 미치지 못한다(107).

Regen

떨어지는 빗방울의 수는 워낙 많기 때문에 운동 방향의 통일성은 두드러진다. 모든 감각들-시각, 청각, 촉각은 비를 중첩적인 것으로 받아들인다. 빗방울들이 주는 충격들도 균등하다(108). 비가 상징하는 군중은 방전 순간의 군중과 와해 순간의 군중이다(109).

Fluβ

강의 가장 현저한 특징은 방향이다. 사람들의 행렬과 아주 유사하다. 군중이 형성되고 있는 그때, 즉 군중이 달성해야 할 목표를 아직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그때를 상징한다(109).

강은 자기 자신을 과시하고 있는 군중이다. 많은 수의 구경꾼들에게 자신을 보여주려 한다. 제한적인 의미에서만 군중 상징이며 분출과 방전이 현실화되지 않고 잠재적 위협으로 남아 있는 상태를 상징한다. 강은 느린 군중의 상징이다(110).

Wald

숲에 들어오면 인간은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숲은 예배의 대상이 된다. 숲은 중첩적인 부동성이 있다. 그 저항은 절대적이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다. 이래서 군대의 상징이 된다(111).

곡식 Korn

곡식은 숲의 축소판이다. 모든 곡식은 운명을 함께 한다. 곡식은 동시에 쓰러지고 독특한 죽음을 상기하게 한다. 곡식이 심어진 들판은 바로 전쟁터이다. 곡식 줄기들의 유연함은 복종성을 나타낸다(112). 함께 심어져, 함께 자라남으로써 곡식은 증가한다. 이 증가는 곡식이 누리는 축복이다.

바람 Wind

바람의 특성은 소리와 방향이다. 바람은 모든 것을 끌어모은다. 눈에 보이지 않으나 자연물의 움직임으로써 현상으로 나타난다(113). 불가시성으로 인해 귀신들을 뜻하기도 한다. ‘깃발은 가시화된 바람인데 휘날릴 때 사람의 눈을 끈다.

모래 Sand

모래의 특성은 왜소함과 구성 분자들의 동일성, 무한성에 있다. 모래는 끊임없이 움직인다. 군중 상징으로서 모래는 유동적인 것과 고형적인 것의 중간이다. 사막의 단조로움과 광막함과 무생명성은 압도적인 힘으로 인간을 엄습한다. 모래는 인간을 잔인(114)한 방식으로 서서히 질식시킨다.

반면 모래가 자손의 상징으로 사용되었다. 무수히 많이 번성하기를 바라는 인간의 강렬한 욕망을 증명한다. 여러 대에 걸쳐 후손이 수적으로 번성하여 하나의 거창한 군중이 되기를 바란다(115).

더미 Haufen

더미는 산더미처럼 커야 좋다. 산출물의 더미들은 항상 소중히 간직되어야 할 어떤 것이다. 그러나 더미는 결국 소모된다. 항구성이 제약을 받는다. 모든 수확은 율동적으로 반복되는 더미의 축적이다(116).

돌무더기 Steinhaufen

전혀 먹을 수 없는 더미다. 파괴하기 힘들기 때문에 세우는 것으로 영원성을 가진다. 항상 그대로 있다(117). 돌무더기에는 돌을 옮기는 데 소요되었던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어려움과 노력이 집중적으로 담겨 있다. 다수의 사람들이 주기적으로 반복한 피땀 어린 수고를 표상하나 애씀은 사라지고 파괴불가능한 기념비만 남아있는 것이다.

보물 Schatz

보물은 특별한 가치를 가져야 한다. 보물의 특이성은 사람들의 눈앞에서 휘황찬란한 광채를 발해야 하는 동시에 비밀리에 간수되어야 한다는 모순된 두 측면 사이의 긴장에 있다(117).

공개적으로 수집되는 보물더미가 복권이다. 복권은 보물의 신속한 축적이다(118). 사람을 결속시키는 탐욕은 보물 단위들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를 전제로 한다. 사람은 자기가 가진 돈의 단위를 자기 자신과 동일시할 만큼 중시한다. 화폐단위가 평가절하되어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면 평가절하된 사람들이 도주 군중과 동일한 군중을 형성하게 된다. 잃는 것이 많을수록 더욱 더 강하게 공동의 운명으로 결합된다. 공황에 의해 화폐 소유를 상실함으로써 평등하게 된 모든 사람들에게 군중 도주가 되는 것이다(119).

 

군중과 권력-군중2(엘리아스 카네티 21.7.7).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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