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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기원 5장 변이의 법칙들 찰스다윈 / 닥홍 / 211217
외부 조건의 영향
일부 학자들은 개체 차이 혹은 구조상의 아주 미세한 편차를 만들어 내는 것이, 자식이 어버이를 닮게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로 생식계의 기능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하지만 자연 상태보다는 사육이나 재배 상황에서 기형이 훨씬 자주 나타난다는 점, 뿐만 아니라 가변성이 훨씬 크다는 점으로 볼 때, 구조상의 편차라는 것이 어떤 측면에서는 수많은 세대에 걸쳐 그것들의 부모, 더 나아가 먼 옛날의 조상들에게 노출되었던 생활 환경 조건의 특성으로 인해 나타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생활 환경 조건의 직접적인 작용이라는 요소에는 별로 무게를 두고 싶지 않다. 이미 언급했듯이, 간접적으로는 그러한 요소가 생식계에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해 결국 변이를 유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후 자연 선택은 모든 유리한 변이들을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누적해 나갈 것이다. 그 변이가 충분히 발달해 우리의 주목을 끌 때까지 말이다.
사용 및 불용의 결과
가축들의 경우 어떤 부분을 사용하는 것은 그 부분을 강하고 크게, 사용하지 않는 것은 약하게 만들며, 그로 인한 변화가 대물림된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유로운 자연 상태에서는 부모형을 모르기 때문에 오랫동안 계속된 사용과 불용의 결과를 판단하기 위한 비교 기준이 없다. 그러나 많은 동물들이 불용의 결과라고 설명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진다.
풍토화
개화 시기, 종자가 싹트기 위해 필요한 비의 양, 휴면 시간 같은 식물의 습성은 대물림되는데, 나는 이러한 풍토화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어떤 종들이 동일한 속에 속하면서도 매우 더운 지역에서 서식하기도 하고 매우 추운 지역에서 서식하기도 한다. 오랜 시간 혈통이 이어져 오는 동안 풍토화는 쉽게 일어났을 것이다.
종으로 하여금 어떤 특수한 기후에 순응하도록 만드는 요인 중 단순한 습성으로 인한 것과 다른 체질을 타고난 변종이 자연 선택되는 것, 그리고 이 두 가지 경우가 모두 결합 된 것의 영향이 각각 어느 정도인가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다.
습성, 사용 및 불용은 체질이나 여러 기관의 구조상의 변화에 중요한 영향을 끼쳤지만, 사용과 불용의 결과는 종종 선천적인 차이를 만들어 내는 자연 선택과 결합되어 나타났고 때로는 자연 선택이 이를 압도했다.
연관성장
나는 유기체의 전체 조직은 그것이 성장하고 발달하는 동안에 매우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어서 어떤 한 부분에 조그마한 변이가 일어나면 그리고 이것이 자연 선택을 통해 누적되면, 다른 부분 또한 변화하게 된다는 의미로 이 표현을 사용한다. 이것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은 오로지 유생 또는 유충의 이익을 위해서 누적된 변화가 성체의 구조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점이다. 초기 배에 영향을 끼치는 어떤 기형은 마찬가지로 성체의 유기 조직 전체에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 상동적이면서도 초기 배 시기에 비슷한 모습이었던 일부 신체 조직들은 서로 연관되어 변이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종들의 집단 전체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구조가 실제로는 단순히 대물림에 의한 것인데 연관 성장 때문인 것으로 잘못 생각하는 과오를 범하는 경우가 많다. 먼 옛날의 조상은 자연 선택을 통해 구조상의 변화를 획득했고, 그 이후 수천 세대가 지나면서 다른 부분들도 그와는 별개로 변화되었다. 이러한 두 변화는 여러 다양한 습성과 더불어 자손들 집단 전체에 전승되었을 것이므로, 이는 자연히 그 사이에 어떤 필연적 관계가 있다고 생각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외관상 연관된 것으로 보이는 것이 어떤 목에 속한 모든 생명체에 나타난다면, 이는 전적으로 자연 선택의 작용에 의한 것임이 틀림없다.
어떤 종에서 독특한 방식 혹은 비범한 정도로 발달된 부분은 근연인 종이 가지고 있는 동일한 부분과 비교할 때 변이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경향이 있다
나는 이것이 지극 일반적인 일종의 규칙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우리가 어떤 종에서 나타나는 보기 드문 정도로 혹은 보기 드문 방식으로 발달된 어떤 부분 내지는 어떤 조직에 대해 생각해 볼 때, 그 조직이 매우 변이하기 쉬운데도 그 종에게는 매우 중요한 가치를 가진다고 보는 것은 올바른 추정이다. 종들이 제각각 현재 우리가 볼 수 있는 모든 부분들을 갖춘 채 독립적으로 창조되었다는 견해로는 이 이유를 설명할 방법이 없다. 하지만 종들이 다른 종으로부터 유래되어 자연 선택을 통해 변화되었다는 견해를 따른다면 이 설명이 가능해진다.
격세 유전과 가변성 이들 둘 사이의 투쟁은 충분한 시간이 지나고 나면 끝이 날 것이라는 점, 그리고 매우 비정상적으로 발달한 기관은 불변적인 것이 될 것이라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아무리 비정상적이라 해도 거의 동일한 상태로 많은 변화된 자손에게 대물림된다면 박쥐의 날개처럼 엄청나게 오랜 시간 동안 거의 동일한 상태로 존재하게 될 것이다. 발생적 가변성이 여전히 많이 존재함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최근에 이상하리만치 엄청난 변화가 일어난 경우에만 한에서이다. 이러한 경우 그 개체에서 필요한 방식과 정도로 변이하고 있는 개체들이 계속적으로 선택되는 것과 이전의 덜 변화된 상태로 복귀하는 경향을 가진 개체들이 배제되는 것을 통해서 가변성이 고정되는 일은 아직 거의 없기 때문이다.
나는 마침내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종의 형질이 속의 형질보다 가변성이 크다는 점, 같은 속의 다른 종들이 가지는 동일한 부분과 비교할 때, 어떤 종에서 이례적인 방식으로 발달한 부분이 엄청나게 변이한 경우가 많다는 점, 어떤 부분이 얼마나 이례적으로 발달되었던 간에 만일 그것이 어떤 집단에 속한 모든 종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면 변이의 정도는 별로 크지 않다는 점, 이차 성징의 변이성은 매우 크며, 근연종 간에 나타나는 이차 성징도 많은 양의 차이를 보인다는 점, 이차 성징의 차이와 보통의 종간 차이는 일반적으로 유기체의 동일한 부분에 나타난다는 점-이러한 모든 원리들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원리들은 주로 하나의 집단에 속한 종들은 공통 조상으로부터 내려온 것이기 때문에 많은 형질들을 공통으로 대물림받았다는 점, 최근에 많은 변이를 겪은 부분이 오랫동안 전해 내려오면서 변이되지 않는 부분보다 더 많은 변이를 계속 겪게 될 것이라는 점, 자연 선택이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격세 유전되는 경향과 더 많이 변하려는 경향을 어느 정도 완전히 저지해 왔다는 점, 성선택이 보통의 선택보다 덜 엄격하게 적용된다는 점, 동일한 부분에 일어난 변이는 자연 선택과 성선택을 통해 누적된 것이어서 이차 성징과 관련된 목적 및 종과 관련된 보통의 목적에 알맞게 적응해 왔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별개의 종이 유사한 변이를 나타내고, 어떤 종의 변종이 근연종의 형질을 지니거나 옛 조상의 형질 중 일부로 복귀하는 현상이 종종 일어난다
가정하건대, 말의 종이 하나하나 독립적으로 창조되었다고 믿는 사람은, 자연계에서나 가축화된 경우에서나 각각의 종은 모두 그 속의 다른 종들과 같은 줄무늬를 가지기 위해 특정한 방식으로 변이하는 경향을 가지고 창조되었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리고 그는 그 각각의 종이 세계적으로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서식하는 종과 교배되었을 때, 그것들의 부모가 아니라 그 속의 다른 종들에게서 나타나는 줄무늬를 닮은 잡종을 낳는 경향이 강하게 창조되었다고 주장할 것이다. 내가 보기에 이 견해를 인정하는 것은 비현실적인 원인을 위해, 적어도 우리가 알지도 못하는 원인을 위해 현실을 부정하는 것이다. 그것은 신이 행하는 과업을 단순한 모방과 속임수로 만들어 버린다. 차라리 늙고 무지한 우주 창조론자들처럼 화석화된 조개가 실제로 예전에 살았던 것이 아니라 현재 해변에서 살고 있는 조개를 흉내내기 위해 돌 속에서 창조된 것이라 믿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요약
변이의 법칙에 대해 우리는 너무나도 무지하다. 100가지 사례 중 하나도 왜 이런저런 부분이 부모의 동일한 부분과 다소 다른지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가 비교를 할 수 있는 경우에는 언제나, 어느 한 종의 변종들 사이에서 비교적 적게 나타나는 차이점들과 같은 속의 종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많은 차이점들이 동일한 법칙의 작용을 통해 생기게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기후나 음식 등 생활 환경의 외부적인 조건은 일부 사소한 변화만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인다. 체질적인 차이를 발생시키는 습성과 기관을 강화시키는 사용, 기관을 약화시키고 축소시키는 불용은 아주 강력한 힘을 발휘해 온 것으로 보인다. 상동적인 부분은 동일한 방식으로 변이하는 경향이 있고, 서로 일관성을 가지는 경향이 있다. 초기에 일어나는 구조상의 변화는 일반적으로 이후에 발달되는 부분들에 영향을 끼친다.
자연 선택은 기관이 얼마나 비범한 방식으로 발달되었던 간에 그 기관에 일정한 형질을 쉽게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공통 부모로부터 거의 동일한 체질을 물려받고 유사한 환경에 노출된 종은 당연히 유사한 변이를 탄생시키는 경향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동일한 종은 때때로 그들의 옛 조상의 형질 중 일부를 다시 선보이기도 한다. 비록 새로우면서도 중요한 변화가 격세 유전이나 유사한 변이를 통해서 생겨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변화는 자연의 아름답고 조화된 다양성을 증가시킬 것이다.
자손과 부모 간의 경미한 차이를 만들어 내는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구조상의 모든 더 중요한 변화를 만들어 내는 것은 개체에게 이득이 되는 그런 차이에 대한 자연 선택의 꾸준한 축적이다. 지구상의 수많은 개체들이 서로 투쟁할 수 있도록 하고 그 가운데 최고가 생존하도록 적응시키는 것이 바로 이 자연 선택을 통한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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