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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 P11~53장 아감벤 2022.7.10. 바다사자
옮긴이 서문
몇 가지 시점(時點)과 시점(視點) 또는 카프카적 정치(학)?
두 편의 논문은 2001년 9·11태러 직후 10월 미국 프리스턴 대학교에서 진행한 두 차례의 세미나를 담고 있으나 출판은 2015년이다(11).
테러를 포함한 내전이 오히려 현대 정치의 패러다임일 수도 있다는 명제를 제시하고 고대 그리스의 내전이라는 시점(視點), 홉스의 리바이어던이라는 시점에서 논구되고 있다(12).
우리는 지난 겨울 “‘아데이아[인민의 부재]’가 근대 국가의 기본 요소”라는 이 책의 주장과는 정반대의 정치적 경험을 했다. 이 책의 출간 시점에서 ‘대모스’가 그러한 ‘근대 국가’를 재구성하는 선거의 열기에 휩싸였다. 거의 5년을 주기로 한 아데미아-데모스의 정치화-아데미아의 반복은 1987년 이후 계속 반복되어온 우리 정치의 기본 리듬처럼 보인다. 즉 광장에서의 ‘대모스’의 폭발이라는 반아감벤적 열정과 ‘데모스’를 대변하는 대통령(리바이어던)의 불행한 몰락이라는 아감벤적 냉정 사이를 롤러코스터처럼 왕복해오고 있다. ‘탄핵 사태’의 진정한 새로움은 어떤 패러다임으로도 그것이 말끔하게 해석되지 않는 데서 찾을 수있을지도 모르겠다(15). 하나의 해석 패러다임으로 ‘87년 체제의 한계’를 들기도 한다. 특히 2부에서 논의되는 ‘통일되지 않은 무리-인민-왕-해체된 무리’라는 원환은 탄핵 사태를 해석할 수 있는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16).
그리스에서의 ‘내전’ 문제를 단서로 현대 정치의 본질을 다루는 1부의 논의는 포함-배제, 주권권력 대 호모 사케르라는 아감벤 사유의 기본 틀에서의 논의를 ‘정치화’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오히려 오이코스-내전-폴리스를 축으로 정치를 다시 사유할 것을 촉구하는 글로도 읽을 수 있다. 오이코스와 폴리스를 양축으로 내전과 정치의 상관성을 근대 정치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제시하는 아감벤의 논의는 아무리 근대화와 민주화를 주장해도 도대체 반봉건성을 벗어던지지 못하는 한국 정치의 난맥상의 정곡을 찌르고 있다(17).
그들은 ‘국정을 농단’한 것이 아니라 ‘국정’이, 폴리스가 무엇인지 아예 모르는 것은 아닐까? 무죄를 주장하는 황당한 논리들을 오이코스의 관점에서 보면 완벽하게 이해되는 것은 이를 확증해준다. 서구의 아날학파가 제도의 혁명적 변화와 달리 인간의 심성은 거의 바뀌(18)지 않는다는 역설만큼 민주화와 민주주의가 그 자체로서 마술지팡이인 것이 아니라 운영 주체에 의해 얼마나 취약해질 수 있는지를 여실히 증언하고 있다.
이 책은 무한한 정치철학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현대 정치에 관한 일종의 우화로 읽을 수도 있다. “코먼웰스라는 공동선의 담지자가 악마적 괴물인 ‘리바이어던’이라는 홉스의(19) 주장은 정치에 대한 사유의 전복이 시작된 첫걸음이다(20).
서문
내전은 정치화의 기본 문턱이며 ‘아데미아’가 근대 국가의 기본 요소라는 명제가 여전히 적용 가능한지 반대로 우리 시대가 전 지구적 내전 상태로 진입하기 시작한 사태가 이제 근본적으로 의미를 바꾸고 있는지의 여부는 독자들의 결정에 맡긴다(23).
1. 스타시스
1
최근 국제적인 것으로 규정하는 것이 불가능한 전쟁이 급증한 덕분에 ‘국내전’ 관련 출판물이 급증했다. 하지만 그 분석이 현상에 대한 해석보다는 국제 개입이 가능해지는 조건 쪽을 향하고 있다. 정치 이론 모두를 지배하고 있는 동의라는 패러다임은 앞의 현상에 대한 진지한 탐구와는 양립 불가능한 것처럼 보인다(28).
오늘날 내전학은 존재하지 않는다(28). 전통적인 의미의 전쟁 상태가 실제로 사리진 것은 분명하다. 1990년대의 전쟁들에 대해 학자들의 관심은 내전 이론이 아니라 경영 이론, 즉 국내 분쟁에 대한 관리, 조작, 국제화에 관한 이론으로 이어질 수 있었을 뿐이다.
2
내전에 대한 관심이 결여된 이유 중의 하나는 혁명 개념이 인기를 끈 데 있다(29). 혁명과 내전이라는 두 개념의 차이가 실제로는 순전히 명목상의 것일 수도 있지만 혁명 개념에 관심이 집중된 것이 내전 연구를 주변화하는 데 기여한 것은 분명하다(30).
3
그리스와 홉스 사례에서 전자는 내전의 필연성을 단연하고 후자는 내전의 배제의 필연성을 단언하는 하나의 동일한 정치적 패러다임의 두 측면을 나타내고 있다고 본다. 정반대 필연성이 서로 은밀한 연대 관계를 맺고 있다. 그리스에서의 내전(또는 스타시스) 문제 분석은 로로 연구서 『분할된 폴리스』(1997), 논문 「가족 내의 전쟁」를 기초로 한다(31).
4
로로의 접근법의 새로움은 이 문제를 오이코스와 폴리스 사이의 관계에 위치시킨다. 스타시스의 장소를 정한다는 것은 오이코스와 폴리스 사이의 관계의 전통적 지형학을 처음부터 다시 그린다는 것을 함축한다. 쟁점은 폴리스 속에서의 오이코(32)스의 극복, 공적인 것 속에서으ㅢ 사적인 것의 극복, 일반성 속에서의 특수성의 극복이 아니라 보다 모호하고 복합적인 관계로 파악하려는 그러한 관계이다(33). 오이코스는 분할과 스타시의 원천인 동시에 화해의 패러다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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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은 혈족 내의 스타시스이다. 오이코스와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하나의 혈족으로 이해되는 폴리스가 자기 자신과 유지하고 있는 혈족적 관계를 가리켰다. 동시에 스타시스의 기원에 놓여 있는 것이 오이코스이기 때문에 스타시스에 대한 해결책얼 포함하고 있는 것 또한 오이코스이다(34).
내전이 오이코스에 내재적인 것인 한, 그것은 같은 정도로 폴리스에도 내재적이었다. 즉 그리스인들의 정치 생활의 핵심적 구성요소였다(35).
6
시민의 불화의 기원인 오이코스는 인위적 형제성을 만들어냄으로써 폴리스로부터 배제되었다. 순수한 정치적 형제성이 피에 의한 형제성을 제거했으며, 이런 식으로 폴리스를 혈족 내의 스타시스로부터 해방시켰다. 폴리스를 새로운 종류의 오이코스로 만들었다(36).
7
1) 스타시스는, 그리스 정치는 오이코스를 폴리스 속에서 결정적으로 극복했다는 상투적 생각을 의문에 붙인다.
2) 본질적으로 내전은 ‘오이코스 내의 전쟁’이다. 정확히 오이코스의 본성에 내재적인 한 스타시스는 오이코스의 검전기로 기능한다. 그러한 전쟁이 폴리스 내에 지속적으로 현존한다는 것을 증명한다.
3) 오이코스는 본질적으로 양의적이다. 분할과 분쟁의 요인이다. 한편 화해를 가능하게 해주는 패러다임이다.
폴리스 내에서의 오이코스와 혈족은 포괄적으로 검토되고 규정되어 있는 반면 연구 대상인 스타시스의 역할은 어둠 속에 남아있다. 스타시스는 오이코스의 ‘검전기 역할’만 할 뿐이다. 내전이 유래하는 요소 중의 하나로 축소된 채 스타시스가 폴리스 내에 현존한다는 것을 입증할 뿐 스타시스의 분명한 규정은 이루어지지 않았다(38).
8
서구 정치의 토대에 놓인 오이코스와 폴리스, 조에와 비오스(38)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사유할 필요가 있다(39). 중요한 것은 극복이 아니라 외부성을 포획하고 내부성을 배척할는 복잡하고도 미완인 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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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코스는 본질적으로 양의적인데, 폴리스의 파괴를 초래하는 원인인 동시에 폴리스의 통일을 재구성하기 위한 패러다임이기도 하다(40). 스타시스는 어근에서 보면 일어서는 행동, 똑바로 꿋꿋이 서 있는 행동을 가리킨다. 스타시스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의 살해와 가장 낯선 사람의 살해 사이의 구별은 사라진다. 그것은 스타시스가 오이코스 내부에 위치하는 것이 아니라 오이코스와 폴리스, 피에 의한 혈족 관계와 시민성 사이의 비식별역을 구성한다는 것을 의미한다(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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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시스는 오이코스 안에도 또 폴리스 안에도, 즉 가족안에도 또 도시국사 안에도 위치하지 않는다. 오히려 오이코스라는 비정치적 공간과 폴리스라는 정치적 공간 사이의 비식별역을 구성한다. 그라한 문턱을 넘으면 오이코스는 정치화되며 폴리스는 ‘오이코노미아화된다.’ 즉 오이코스로 축소된다. 이것은 그리스의 정치 체제(43)에서 내전은 정치화와 탈정치화의 문턱으로 기능하며, 그것을 통해 오이코스는 폴리스 속에서 초월되고 폴리스는 오이코스 내에서 탈정치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스 법의 전통 속에는 내전을 정치화/탈정치화의 문턱으로 위치지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문헌이 솔론의 법이다. 내전을 벌이는 두 당파 중의 어느 한쪽을 위해 싸우지 않는 시민은 아타미아-즉 시민권 상실-로 처벌했다(44). 극단적인 조건에서 스타시스는 정치적 요소를 드러내는 시약으로, 즉 어떤 존재가 정치적인가 비정치적인가를 그 자체로 규정하는 정치화의 문턱으로 기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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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5세기의 그리스 입헌적 개념성은 시민의 정치화(마이어)를 통해 완성되었다. 시민권 자체가 사회적 정체성을 나누는 정치적 판단 기준이 되었다(45). 시민의 정치화 과정은 그리스에만 독특한 것으로 다양한 종류의 변형과 왜곡을 거쳐 그리스에서 서구(46) 정치로 전달되었다. 정치화는 오이코스와 폴리스 사이의 긴장의 장속에 위치하며, 긴장은 양극에서 대립하고 있는 정치화와 탈정치화 과정에 의해 규정된다. 스타시는 가정에 속하는 것이 시민성 속으로 정치화되며, 역으로 시민성이 오이코스의 연대로 탈정치화되어 들어가는 문턱을 구성한다. 양극에서 동시에 일어나기 때문에 그러한 긴장이 서로를 향해 변형되고 역전되며, 결합되고 분리되는 문턱이 결정적이게 된다(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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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또 다른 제도가 스타시스와 정치 사이의 본질적인 연관성을 확인해준다. 사면이 그것이다(48). 정치에 가장 잘 어울리는 조치라는 것이다. 스타시스는 두 가지 금지에 의 해 규정되었던 것처럼 보이는데 이 둘을 완벽하게 서로 일관되어 있다. 스타시스에 가담하지 않는 것은 정치적으로 유죄였으며 스타시스가 끝났다면 그것을 잊는 것이 정치적 의무하는 것이다. 비정치적인 것(오이코스)이 정치적인 것이 되는(49) 것과 정치적인 것(폴리스)이 비정치적인 것이 되는 것을 표시하는 폴리스에 내재적인 정치적 패러다임을 구성하는 한 스타시스는 잊혀지거나 억압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망각될 수 없는 것으로 폴리스에서 항상 가능성으로 머물러야 하며 소송과 원한을 통해 상기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즉 내전이 현대와는 정반대 것이어야 했다. 즉 현대에 내전이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불가능하게 만들어야 할 것이지만 소송과 법적 처벌을 통해 항상 상기되어야 하는 어떤 것이다
13
1) 스타시스는 오이코스에서 유래하지 않는다. 예외상태에서와 유사한 방식으로 기능하는 장치의 일부를 구성한다. 조에는 배제됨으로서 법적·정치적 질서에 포함되며, 오이코스도 정치화되어 스타시스를 통해 폴리스에 포함된다.
2) 정치를 오이코스와 폴리스를 양극으로 하는 힘들의 장으로 파악해야 한다. 둘 사이에서 내전은, 비(50)정치적인 것이 정치화되고 정치적인 것이 ‘오이코노미아화되는’ 문턱을 표신한다.
고전시대의 그리스에는 오늘날처럼 정치적 ‘실체’ 같은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치는 정치화와 탈정치화, 오이코스와 폴리스가 형성하는 긴장의 흐름들에 의해 부단히 횡단되는 장이었다. 상호 분리되어 있지만 깊은 곳에서는 상호 연결되어 있다. 오이코스를 향한 긴장이 우위를 점하고 폴리스는 오이코스로 변형되기를 바라는 것처럼 보일 때 스타시스는 오이코스적 관계들이 재정치화되는 문턱으로 기능한다. 반대로 폴리스를 향한 긴장이 우위를 점하고 오이코스적 유대는 약화되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 오이코스적 관계들을 정치적 용어로 재약호화하기 위해 스타시스가 개입한다(51).
오이코스와 폴리스, 사적과 정적, 경제와 정치라는 단어들이 아무리 미약하나마 의미를 유지하는 한 내전이 서구의 정치 무대에서 제거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오늘날 내전이 취하게 된 형태는 테러리즘이다. 지구적 테러리즘은 생명 자체거 정치의 쟁점이 될 때 내전이 취하게 될 형태가 될 것이다. 폴리스가 사람들에게 신뢰감을 주는 오이코스라는 형태를 취할 때 더 이상 오이코스와 폴리스 사이의 문턱에 위치할 수 없는 스타시스는 모든 분쟁의 패러다임이 되어 테러 형태로 재출현한다. 테러리즘은(52) ‘전 지구적 내전’이다. 생명이 그 자체로 정치화될 수 있는 유일한 형태가 이 생명이 죽음에 무조건적으로 노출되는 것, 즉 벌거벗은 생명이 되는 것이게 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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