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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연170510(수) / 헤겔 세미나 / 헤겔 2부 7-9장 / 화니짱
7장. 계시 종교로의 길
1. 절대자는 실존하지만, 아직 덜 성숙한 모호한 형식으로 역사를 통해 드러난다. 이 형식이 바로 종교이다.(365) 우리는 종교의 진화를 인간 의식보다 더 큰 발전으로 보아야 한다.(366) 정신의 자기 의식이라는 현 단계를 반영하는 것은 총체적인 종교적 실재이다. 즉 그것은 절대자의 이념일 뿐 아니라, 제의로 이뤄진 사회의 종교적 삶이기도 하다. 정신의 유일하게 적합한 반영은 복수의 유한한 정신들의 공동의 삶의 테두리 안에 놓여 있기 때문에, 종교적 삶은 언제나 공동체의 삶이고, 반면 신앙은 영혼의 상태로서 아무리 많은 사람이 공유한다고 해도 결국에는 개별자의 상태이다.(369) 정신의 총체적인 자기 현현인 궁극의 종교에서 신앙을 위한 여지는 없어 보인다. 이상적인 경우 종교는 신앙을 넘어서야 한다.
2. 헤겔의 관점에서 볼때 자연 종교에서 부족한 점은 절대자와 세계 사이의 연결점, 제1원리로부터의 사물들의 필연적 전개이다. 이러한 것이 없다면 세계는 필연적 구조를 갖지 않으며, 단지 이 실체에 붙어 있는 비본질적 보조자에 불과하다.(370) 장인은 자신의 이미지를 자연에서 발견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 이미지를 돌에 새기고자 한다. 즉 노예처럼 장인이 수행하는 물질의 변형은 자기 자신의 변형이며, 따라서 그는 보다 높은 단계의 종교를 얻는 것으로 나아간다. 여기서 도달한 종교가 그리스의 종교이며, 예술 종교이다.(371) 헤겔에 따르면 그리스 사람들과 더불어 이런 동물 형상들은 사라지거나 기호들로 강등된다.(372) 이것은 동시에 인간이 이제는 자연 세계에서 자기 자신에게 머문다는 감각을 느낀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의 사회와 하나라고 하는 이런 느낌은 신과의 일체감을 가능하게 한다.(373) 이와 같은 국지적 보편자에서 우리는 존재하기 위해 체현되어야 하는 실체, 따라서 그 체현물은 몰락해야 하는 그런 실체를 본다.(374) 각자는 보편자의 부분만을 표현한다. 그래서 그들 역시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필연성에 직면하여 몰락한다.(375) 이어지는 헤겔의 분석에 따르면 이 예술종교는 몰락하고, 신적인 것에 대한 이 종교의 이미지들은 자신의 실체를 상실하여, 한편으로는 보편적 정신으로 흡수되고, 다른 한편으론 보편적 자기 의식으로 흡수된다.(376) 다른 한편 보편적 정신은 유대 종교에서 숭상된다. 그러나 이 단계는 다음 절에, 계시 종교에 길을 양보한다. 인간은 기도를 통해 신과 하나가 되고자 한다.(377) 여기서 신은 공동체 속에서 살아가는 것으로, 이 신의 숭배자에 의해 수신되는 자로 다뤄진다. 제의(cult)는 헤겔이 보기에 종교의 본질적 차원이다. 모든 종교는 자신이 보편적 정신의 자기 의식이라는 암시, 그래서 유한한 의식은 그것이 숭배하는 무한한 의식과 분리되어 있으면서 동시에 하나라는 암시를 약간이나마 포함하고 있다. 그러므로 분리를 극복하고 근원적 통일로 돌아와야 할 필연성이 생겨나는데, 이것이 바로 제의의 역할이다. 희생은 모든 제의가 두 가지 방식으로 수렴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 자신을 신들에게 희생하는 것은 우리의 특수성을 포기하는 우리의 행위이다.(378) 그러나 신들이 희생물로 하강하는 것, 그리고 우리에게 소비되기 위해 희생물이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은 무한자가 우한한 구현체로 나아가는 발걸음이다. 따라서 종교는 신적인 것의 개념을 넘어서 우리가 신적인 것과의 통일을 경험하는 형식, 무한한 정신과의 유사성을 향유하는 형식으로 나아간다. 그것은 전체 민중의 축제에서, 혹은 신에 취한 디오니소스 축제의 여사제의 광란에서, 혹은 운동경기 등 헤겔이 살아 있는 작품이라 부른 것에서 나타난다.
그러나 이것 역시 빠르게 세번째 단계에 자리를 내준다. 문학에 의해 대표되는 정신적 예술 작품이라는 세번째 단계로 이행한다. 이 단계에서 우리는 마침내 우리가 목표로 했던 결과를 이끌어 낸다. 왜냐하면 문학의 세 단계, 즉 서사시, 비극 그리고 희극은 우리가 위에서 국지적 보편자라고 불렀던 것의 비전과 변증법을 불가피한 결과로 산출하기 때문이다.(379) 보편적 의식이 국지적인 시민적 경건함을 꿰뚫어 볼 때 충성을 강조하는 도시와 가족의 요청은 약화되며, 다수의 지도자와 군중의 야망만이 득세하게 된다. 이러한 사실이 관철되는 것은 물론 의식의 변화의 결과일 뿐 아니라 또한 시민적 삶의 변화이기도 하다. 따라서 예술 종교는 자기에 대한 확신을 자기가 조사한 모든 것의 지배자로 만드는 자기 의식의 승리로 끝난다. 모든 보편성은 그런 자기 의식으로 돌아오며, 이 의식은 자기 외부의 어떤 본질도 인식하지 못한다.(382)
3. 유대교 역시 국지적 보편자를 넘어서는 종교이지만, 인간과 신의 메울 수 없는 간격을 전제로 한다. 어떤 의미에서 유대교와 그리스 종교는 상보적이다. 그리스 종교는 인간과 신의 유사성에 도달하지만 국지성을 넘어서지 못하고, 유대교는 참된 보편성에 도달하지만 모든 유사성을 부정한다. 신을 그렇게 분리된 것으로 보는 것은 불행한 의식이다. 따라서 예술 종교 이후의 인간의 욕구와 ‘구약성서’의 보편적 정신의 욕구는 성육신에서 통합된다.(385) 헤겔은 육화의 실재를 역사적 사건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는 이 사건을 세계에서의 정신의 현존을 상상만 할 뿐인 다양한 신비적 종교들과 구별한다.(386) 이전의 종교들은 정신으로서의 신이 인간이라는 결정적 통찰에 이르지 못했다. 기독교에서는 신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실제로 현존하는데, 이것은 어떤 의미에서 보면 전례가 없는 것이다.(387) 이러한 인식의 성장을 위해서는 사람들이 자신의 원래의 원시적 상태를 넘어서 스스로를 문화적으로 일궈 나가고 보편자를 표현하는 삶의 형식을 습득해야 한다.(388) 성육신을 초월해야 하는 필연성은 기독교 교리 자체에 반영되어 있다. 왜냐하면 그리스도는 죽고, 부활하여 승천하고, 성령을 보내기 때문이다. 이 사건들이 반영하는 것은 신과 인간의 통일이 한 개별자 안에서 완벽하게 구현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보편적 정신과 어떤 특수한 구현체 사이에는 언제나 대립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보았듯 이 대립은 특수한 구현체가 소멸할 때 해소된다.(390) 그리스도의 죽음은 어떤 특별한 것을 포함한다. 그것은 정신이 갖는 마지막 분리, 마지막 자기 소외의 극복을 반영한다. 그래서 신의 육화는 인간 공동체의 육화가 될 수 있다.(391) 비록 불명료한 방식이로이긴 하지만 결국 신의 참된 본성과 신과 인간이 맺는 참된 관계를 표현하는 종교인 기독교는 계시종료로 불릴 수 있다.
헤겔의 체계는 다음의 세 단계로 이뤄져 있다. 첫째 단계는 이념을 자신의 구현체로부터 추상된 상태에 있는 순수 범주들의 관계를 다루는 단계(논리학)이고, 둘째 단계는 외적 실재에서 볼 수 있는 내적 필연성을 연구하는 단계(자연철학), 셋째 단계는 자연이 정신을 통해 완전한 자기의식으로 귀환하는 과정을 추적하는 단계(정신철학)이다. 이 단계에 상응하여 헤겔은 신학을 아버지의 시대, 아들의 시대, 성령의 시대로 구별한다.(392)
행위하는 의식은 불가피하게 악을 발생시키며, 이것이 원죄 교설의 본질이다. 그러나 죄를 지은 보편자는 그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서는 존재할 수 없다. 그러므로 이런 일은 개별자를 통해 실현되지 않으면 안 되고, 보편성을 위해 스스로 후회하는 개별자의 이런 특수성은 용서되어야 한다. 이런 방식으로 두 극단은 통일에 이른다.(395)
8장. 해석법 변증법으로서의 현상학
1. 절대지는 최고의 두 단계의 조합으로 간주될 수 있다. 그것은 주체와 세계의 궁극적 통일, 혹은 또 다른 관점에서 보자면 유한한 주체와 무한한 주체의, 혹은 절대적 실체와 주체성의 궁극적 통일이다.(396) 절대지는 ‘정신현상학’의 전체 내용이라 말할 수도 있다. 우리는 차이를 그 자체에 간직한 궁극적 통일로의 상승운동을 그 궁극적 통일을 대립적으로 표현하는 기본적인 범주적 개념들에 의한 연역으로서 제시할 수 있다. ‘논리학’에서 우리는 존재로부터 출발하는 이 범주적 개념들을 다루면서 시작할 것이다.(397) 우리는 더 이상 주체와 세계의 분리와 통일의 드라마를 연구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우리는 이미 존재와 자아의 통일인 개념들을 우리의 주체로서 다룰 것이다.(398) 이제 역사의 단계들은 기억으로 내면화된다. 따라서 내면화된 자연과 역사는 외적 우연성의 형식, 연장과 시간의 형식에서 벗어난다. 그 결과 개념으로 파악된 역사는 절대 정신으로 내적 실재가 된다. 이러한 사실을 고지하면서 ‘정신현상학’은 끝을 맺는다.
2. 우리는 어떤 지식에도 기준이 없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현실화될 수 없는 어떤 기준 개념도 잘못된 것일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바로 이것이 여기에서 변증법적 운동의 핵심이 된다.(401) 해석이 아주 그럴듯해 우리에게 확신을 주는 해석학적 변증법이 있다. 헤겔의 ‘논리학’은 첫 번째 범주에 속한 변증법을 예시하는 반면 그의 역사적 변증법은 두 번째 범주에 속한다. 이 역사적 변증법들은 엄격한 논증에 의해 우리를 확신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 해석의 그럴듯함에 의해 우리를 설득한다.(406) 이 역사적 변증법이라 부른 것은 의존적 범주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정신현상학’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 주는가? 이 책은 많은 경우 자기 근거적이지 않은 논증들을 보여준다. 그러나 사실 이 역사적 변증법들은 이 작품의 첫 부분의 엄격한 변증법, 즉 의식의 변증법과 더불어 시작한다. 자기 의식의 변증법은 그 근저에 삶, 인간적 자기 의식 그리고 인정의 욕망 등의 개념이 놓여 있으며, 첫 번째 변증법적 논의의 결과들에 기초하여 구축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정신현상학’은 ‘엔치클로페디’에 나타나는 체계를 닮았다.(408) ‘정신현상학’을 제외하면 ‘논리학’은 헤겔 체계에서 유일하게 엄격한 자기 근거적 변증법이다. 이러한 사실은 논리학이 왜 자연철학과 정신철학에 전제되어야 하는지를 말해준다.(409)
3부 논리학
9장. 범주들의 변증법
헤겔이 이념이라 부른 궁극적으로 적합한 범주는 앞선 범주들을 전혀 참조하지 않은 채 그것들을 초월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모두 체화하고자 한다. 이 궁극적 범주는 전체 범주들의 연결의 필연적인 연관을 상승 과정 속에서 드러내고자 한다. 이때 낮은 단계의 범주는 불가피하면서도 비일관적인 것으로서 보다 높은 범주와의 관계 속에서만 현실성을 갖는다. 왜냐하면 이 범주들이 지시하는 실재는 이념의 필연적이지만 자기 부정적인 구현물로서만 실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헤겔의 존재론과 완벽하게 일치한다. 주어진 범주적 개념은 불가피하면서도 비일관적이다.(422) 헤겔의 존재론에서 보다 큰 전체 혹은 절대자는 필연적으로 부분적, 외적 실재의 문제를 제기하며, 이 외적 실재는 절대자의 표현으로서 모순적이며 몰락해야 한다. 변증법적 운동에서 발생하는 개념의 연쇄는 가장 거부할 수 없는 일반 개념인 존재로부터 출발하여 범주들의 항목을, 즉 실재의 서술을 위해 불가피한 일반 개념들의 항목을 구성할 것이다. 이것이 곧 헤겔의 의도인 것 같다. 하지만 사실은 그와 다소 다르다.(423) ‘논리학’은 모순에 기초한 실재의 필연적인 개념적 구조를 보여 준다. 그것은 모순이 우리의 범주들의 바로 그 본성에 속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따라서 ‘논리학’에서 제시된 공식은 어떤 의미에서 정신의 자기 의식의 내적 핵심이며, 신의 지적인 내적 삶의 핵심이다.(424) ‘논리학’은 자연이나 역사에 반영된 신이 아니라 자신의 내적 본성에 침잠해 있는 신을 우리에게 보여 준다. 그것은 본질적 비전이기는 하지만 그 자체로 충족적이지 않다.(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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