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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자의 초상 / 테리 이글턴 /18.09.19

 

라캉의 견해 중에서 우리를 가장 혼란스럽게 하는 것은, (우리의 욕망이 언제나 타자의 욕망이란 사실을 받아들인다 할지라도) 우리는 타자가 우리에게 무엇을 요구하는지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이다. '나한테 무엇을 원하는가, 어떤 나를 기대하는가?'라는 물음이 라캉이 우리 존재를 파헤쳐 욕망에 이르게 하는 끈질긴 물음이다. 환자가 완치되었다는 것은 이 답 없는 물음을 포기했다는 이야기고, 자신의 욕망이 전적으로 자신에 기반한 것임을 인정하며, 외부 세계가 자기 존재를 확인하게 하려는 무익한 시도를 끝내고 자기 존재의 전적인 우연성을 끌어안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이것은 한편으로는 성자 같은 분위기도 풍기는데, 정신분석이 그렇게 장황하고 불확실한 데는 이 사실이 한 가지 이유가 될 것이다. - 테리이글턴, 반대자의 초상, 313~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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