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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투쟁 3/ 악셀호네트 / 이현재 번역 /18.09.26

3부 사회철학적 조망 - 도덕과 사회발전

 

7. 사회철학적 전통의 자취들 - 마르크스, 소렐, 사르트르

 

p268 : 헤겔은 (정신현상학에서) 주인과 노예의 투쟁을 정체성 요구를 인정받기 위한 투쟁으로 해석함으로써 마키아벨리나 홉스와는 달리 인간들 사이의 사회적 갈등의 원인을 도덕적 요구에 대한 훼손 경험에서 찾는 사상적 움직임의 선구가 될 수 있었다. 칼 마르크스는 자신의 작품 속에서 이러한 헤겔의 사회적 투쟁에 대해 시대적으로 새로운 규(270)정을 시도함으로써 오늘날까지도 가장 영향력이 큰 자취를 남긴 사람이다.

지난 수십년 동안 마르크스주의가 경제주의적 협소화된 뒤로 주르주 소렐은 사회변동과정을 다시금 인정투쟁의 관점에서 보려고 하였다.

끝으로 비판적 사회이론이라는 목적을 위해 인정투쟁이념을 풍부하게 하는데 누구보다도 기여했던 가장 최근의 사람은 장 폴 사르트르이다.

마르크스, 소렐, 사르트르가 재현한 이론적 의도가 실패하게 된 이유는 물론 모두 같다. 즉 이들은 각각 사회발전과정을 우리가 청년 헤겔에 의거하여 구분했던 인정운동의 세 가지 두도덕적 측면 가운데 단지 한 가지의 측면에서만 고려하였다는 것이다.

 

p272 : 마르크스는 인정투쟁 이념을 단지 정신현상학이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에서 가정했던 협소한 의미로 수용하였을 뿐이다. 이 때문에 마르크스는 이미 처음부터 다양한 인정 요구들을 노동을 통한 자기실현 차원으로 환원하는 문제점 많은 경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277) , 마르크스는 근대적 권리 보편주의의 성과에 대해 아주 애매한 태도를 취하고 있었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자신의 계급적 이익의 권리상 무시에 대항하여 수행하는 투쟁에 대한 명백한 증거를 사회적 투쟁 속에서 알아차릴 수 없었다. 마르크스는 자유와 평등이라는 부르주아 이념이 자본주의 경제의 정당화 요구에 기여한다는 점을 너무도 굳게 믿고 있었(278)기 때문에 인정투쟁의 권리적 측면을 긍정적으로 다룰 수 없었다.

p278 : 계급적 일상문화들을 끌어들임으로써 마르크스는 어쩔 수 없이 정치적 투쟁관계에 대한 설명모델도 바꾸게 되었다. 즉 문화적으로 계승된 생활양식들이 사회적 상황과 궁핍에 대한 경험방식을 통해 규정된다면, 다양한 집단이 정치적 투쟁에서 쫓고 있는 목표를 결정하는 것은 더 이상 단순한 이해(279)대한 고려가 아니다. 마르크스는 오히려 자신의 설명 단초를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변화시킨다. 즉 이제 투쟁관계는 문화적으로 계승된 각각의 생활방식에 침전되어 있는 가치신념에 의거하여 고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투쟁 속에서 대립하고 있는 집단이나 계급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보증해주는 가치관을 변호하고 관철하려고 한다. 따라서 브뤼메르 18프랑스에서의 계급투쟁에 대한 마르크스의 역사 연구 밑바닥에 놓여 있는 투쟁모델은 차라리 표현주의적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여기서 투쟁하는 계급들은 일종의 실존을 위협하는 투쟁에 직면해 있는 연기자처럼 묘사된다.

 

p280 : 마르크스는 어떤 곳에서 자신의 성숙기 저작에서 나타나는 서로 대립하는 두 가지 투쟁 모델, 즉 경제이론적 저작의 공리주의적 단초와 역사 연구의 표현주의적 단초 사이에 어떤 체계적 연결을 마련할 수 없었다. (281) 조르주 소렐은 자신의 모든 저작을 통해 이러한 공리주의적 경향에 대항하여 싸웠다. (282) 인간의 행위란 목적합리적 이익 우구에 있다는 생각은 소렐에게는 인간의 창조적 행위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도덕적 동기를 인식하는 데 있어서 근본적 장애물이었다. 이러한 출발점에서부터 자신의 이론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소렐이 도달할 수 밖에 없었던 사회적 투쟁에 대한 도덕적 개념은 전적으로 청년 헤겔의 투쟁 모델과 일맥상통한다.

인륜적으로 무엇이 좋은가를 평가하는 척도가 사회계급들 사이에 통일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이념을 창조적으로 산출하는 역사적 과정은 계급투쟁의 형태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각각의 사회계급은 지속적으로 자신들의 규범과 명예관이 사회를 도덕적으로 조직화하는 데 적합하다는 점을 증명할 수 있는 더 일반적 규정들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한다. (283)권리라는 매체는 바로 특수한 도덕관을 위한 포괄적 표현수단이기 때문에, 계급투쟁은 필연적으로 권리투쟁의 형태를 띠게 된다.

 

p285 : 소렐에게 도덕이란 우리가 도덕적으로 용납할 수 없다고 여기는 것을 경험하게 되는 경우에 우리가 반응하면서 갖게 되는 훼손감과 모욕감의 총체이다. 이런 점에서 도덕과 권리의 차이는 부정적 감정 반응과 적극적 규범 설정 사이에 존재하는 근본적 차이를 통해 측정된다.

즉 한 사회집단의 구성원이 가족의 보호를 통해 획득했던 인륜적 요구들은 사회적 부정의에 대한 경험을 통해 다시금 사회생활과정으로 유입됨으로써 지배적인 법적 규범체계와 대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86) 모든 억압받는 계급들은 반대로 자신들의 부정적 도덕관념을 적극적 법 규범으로 창조적으로 변형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모든 국가의 권리질서는 임의의 도덕적 근거에서 정치적 권력을 장악한 사회적 계급이 지니고 있는 부정의에 대한 특수한 경험의 구현물이다. 소렐은 이렇게 권력기술적으로 축소된 권리 개념 때문에 절망스럽게도 권리인정의 보편주의적 성격을 올바로 이해할 수 없었다. (287) 소렐은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인정투쟁 이념을 제공한 해석 틀에 도덕적 감정이라는 경험적 요소를 부과했지만, 그는 결국 이러한 틀을 마키아벨리적 전통의 궤도로 끌어내리고 만다.

 

p287 : 이러한 상대주의적인 결론이 등장하는 것은 헤겔과 미드가 깨끗하게 서로 구분했던 두 가지의 인정 형식이 암묵적으로 뒤섞여버렸기 때문이다. 즉 소렐이 관심을 집중한 집단적 자기존중 욕구가 권리라는 인정 형식을 통해 완전히 실현될 수 있는 요구로 이해된다면, 이것의 형식적 보편화 요구는 어쩔 수 없이 시야에서 사라진다.

 

p289 : 사르트르가 인정투쟁을 인간 현존재에게 영구화된 실존적 요소로 보는 상호주관성이론에 처음으로 도달하게 된 것은, 그가 대자적 존재즉자적 존재라는 존재론적 이원론을 타자 실존이라는 선험철학적 문제에 적용함으로써 얻은 성과이다. 모든 인간 주체는 대자적 존재로서 자신의 행위기획에 대해 영원한 초월적 상태에 있기 때문에, 인간 주체는 동시에 자기의식에 도달할 수 있게 하는 타자의 시선을 자신의 여러 가지 실존적 가능성 가운데 하나만을 대상으로 고착화시키는 것으로 경험한다. 따라서 주체들이 부정적 느낌을 통해서 감지한 이러한 대상화의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은 시선관계의 방향을 바꿔서 타인을 자신의 관점에서 하나의 삶의 기획으로 고착화하는 일이다. 이렇게 서로를 사물화하는 역동적 과정을 통해 투쟁의 요소가 모든 사회적 상호작용 형태에 침투하게 되며, 이에 따라 인간들 사이의 화해 상태에 대한 전망은 존재론적으로 배제된다.

 

p290 : 이론적 방향 선회가 가장 분명하게 나타난 유대인 문제에 관한 짧은 연구에서 반유대주의는 일종의 사회적 무시의 한 형태로, 이것의 발생 원인은 프티부르주아의 계급 특수적 경험이라는 사회적 차원에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개별 주체의 실존적 경험이 차지하던 자리를 사회적 집단의 역사적 경험이 대신하게 됨으로써 이제 의사소통관계에서 원칙적 변화 가능성의 계기가 고려의 대상이 된다.

(293) 사르트르 역시 법적 상호인정 형식과 법을 초월한 상호인정 형식 사이에 이를 분석적으로 구분하는 명료한 선을 긋지 못했기 때문에 그에게는 소렐과 마찬가지로 개인 또는 집단의 자기실현이라는 목적과 자유권의 확장이라는 목적이 풀기 힘들 정도로 뒤섞여버렸다.

 

8. 무시와 저항 - 사회적 갈등의 도덕적 논리

p301 : 이런 식의 훼손감이 집단적 저항에 동기를 부여하는 토대가 될 수 있기 위해서는 이 훼손감이 집단적 저항에 동기를 부여하는 토대가 될 수 있기 위해서는 이 훼손감이 바로 전체 집단에게 전형적인 것임을 증명할 수 있는 상호주관적 해석 틀 속에서 주체가 이 훼손감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사회운동의 발생은 개인적 실망의 경험을 단지 그 개인만이 아니라 다른 많은 주체에게도 해당되는 것으로 해석하게 하는 집단적 의미론의 존재에 의존한다. (302) 각 개인은 미래의 의사소통 공동체에서 인정받게 될 것을 예견함으로써 기존의 조건에서는 이룰 수 없었던 자신의 능력에 대한 사회적 존중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정치적 투쟁에 참여함으로써 각 개인은 모욕을 느낄 만큼 무시당했던 자신의 속성 자체를 공개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상실된 자기존중을 어느 정도 되찾게 된다. (303)이에 따라 강화된 인정 경험은 정치적 공동체 내에서 연대를 형성하게 된다. 왜냐하면 연대는 구성원들로 하여금 서로에게 가치를 부여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p304 : 집단적 이해와 관련된 투쟁 모델은 사회적 투쟁의 발생과 진행을 특정한 재생산 기회의 사용권한을 획득하거나 확대하려는 사회적 집단의 시도로 환원하여 설명한다. 오늘날 이러한 노선을 따르는 이론들은 이해 주도적 투쟁의 범위를 넓히기 위하여 집단 특수적인 재생산 기회를 규정하는 데서 문화적, 상징적 재화도 포함시킨다.[각주 : 피에르 부르디외의 사회이론]

그러나 두 번째 인정이론적 투쟁 모델은 첫 번째 공리주의적 모델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것이어야 한다. 왜냐하면 사회적 투쟁이 어느 정도 이해 추구의 논리에 따르고 있으며, 어느 정도 도덕적 반작용 논리에 따르고 있는가 하는 점은 항상 경험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p311 : 집단적 저항 형태의 모체를 준비하는 것은 기층문화적 의미론으로서, 이 속에는 비록 간접적이지만 항상 인정관계의 확장 가능성을 지시하는 부정의 감정에 대한 공통의 언어가 존재한다. 이러한 투쟁이 근대적 권리와 가치부영의 규범적 잠재력을 해방하는 이상화된 과정을 기술하는 일은 이 책에서 겨냥하는 해석 틀의 과제이다.

 

9. 인격적 불가침성의 상호주관적 조건 - 형식적 인륜성 개념

p314 : 칸트적 전통 속에서 도덕이 의미하는 것은 우리가 모든 주체를 동등하게 목적 그 자체또는 자율적 인격체로 존중할 수 있다는 보편주의적 입점이다. 그에 반하여 칸트적 전통 속에서 인륜성이 의미하는 것은 각각의 특수한 생활세계에서 익숙해진 윤리적 관습이다. 이러한 윤리적 관습에 대해 규범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경우는 오직 그것이 보편적 도덕 원리에 어느 정도 근접할 수 있는 경우이다. (315) 인륜성에 대한 이러한 평가절하는 오늘날 헤겔이나 고대 윤리학을 새롭게 재고하려는 도덕철학적 조류가 인륜성을 평가절상 하는 것과 대립해 있다.

칸트적 전통은 도덕의 목적 전체를 주체들의 구체적 목적과 관련하여 다시 한번 증명할 수 없다는 점에서, 결정적 문제를 대답하지 않은 채 방치하고 있다. 따라서 이의 입증을 위해서라도 의도적이나마 도덕성과 인륜성의 관계가 전도되어야 한다. 도덕적 원칙의 타당성은 역사적으로 변화하는 좋은 삶에 대한 이해, 즉 인륜적 태도에 종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p316 : 우리가 규범적 개념으로 발전시켰던 인정이론의 단초는 칸트적 도덕이론과 공동체주의적 윤리론의 중간지점에 위치한다. 왜냐하면 인정이론은 가능한 한 특정한 가능성의 조건이 되는 보편적 규범들에 대한 관심을 전자와 공유하고 있으며, 후자와는 인간의 자기실현이라는 목표에 정향되어 있다는 공통점을 갖기 때문이다.

인륜성 개념은 여기서 개인의 자기실현에 필연적 전제 조건으로 작용하는 상호주관적 조건 전체를 말한다. (317) 즉 개인들이 인격체로 형성되는 것은 오직 동의하고 격려하는 타자의 관점에서 특정한 속성과 능력이 긍정적으로 부여된 존재인 자기 자신과 관계하는 것을 습득하게 될 때에만 가능하다. 이러한 속성의 범위와 긍정적 자기관계의 정도는 개별자가 자기 자신을 주체로서 인식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인정 형태를 통해서 증대된다. 사랑의 경험 속에서는 자기믿음의 가능성이, 권리 인정의 경험 속에서는 자기존중의 가능성이, 나아가 사회적 연대의 경험 속에서는 자기가치부여의 기회가 결합되어 있다는 것이다.

 

p326 : 헤겔이나 미드는 집단적 정체성 형성을 위한 연대력을 잃지 않고도 다양한 삶의 목적에 개방적인 윤리적 가치들의 추상적 지평을 규정하려는 자신들의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

그동안 사회문화적 변혁을 통하여 선진 국가들에서는 자기실현의 가능성이 객관적으로 상당히 확장됨으로써 개인적 혹은 집단적 차별의 경험은 일련의 정치운동의 자극제가 되었다.

(327) 이 실질적 가치들이 정치적 공화주의나 환경보호적 금욕주의, 또는 집단적 실존주의의 방향으로 나아갈지, 아니면 이것들이 경제사회적 조건의 변화를 전제로 할지, 혹은 자본주의적 사회의 조건들과 조화할 수 있을지 하는 문제들은 더 이상 이론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투쟁에 따른 미래의 문제일 뿐이다.

 

특별판. 인정의 토대 - 비판적 질문에 대한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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