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의 역사4 < 육체의 고백 > 미셀 푸코 2020.3.11.(수) 바다사자

제3장 결혼

[1] 부부의 의무(pp367-414) - 크리소스토무스 텍스트 중심

 

 교회의 신앙실천과 가치들은 속세와 단절하고, 시민사회와도 분명히 단절된 생활방식에서 발전하거나 강화되었는데 국가조직과 전반적인 정치구조에 의해서 제도적인 형태가 되어 효력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 결과 이중의 압력이 발생했다. 금욕주의의 이상이 강화되는 압(370)력이었고, 교회 기관과 국가조직이 상호적으로 지원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됨으로써 발생하는 압력이었다. 개인의 삶은 교회나 국가의 최소한의 관심과 감시의 대상이 되었다(371)

 

 기독교는 인간에게 보편적인 의무를 부과하는 종교였고 일반 원칙과 다르게 국가의 제도적 지원을 받았다. 그 중 결혼은 중요했다. 고행 생활과 세속 생활(372) 형태 중의 어떤 생활이 고행을 적게 한다고 해서 종교적 가치가 감소되지 않고, 구원의 희망이 박탈되지 않도록 모든 규범과 신앙의 실천을 분명히 정의하는 일이 중요했다. 또한 제국의 행정이 발달하면서 가족은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떠맡게 되었다. 사회의 기본 요소이자 개인의 도덕적 행동과 보편적 법률제도 사이에서 기본적 연결점의 역할을 하는 요소가 되었다. 금욕주의 강화와 국가구조의 확장 사이에서 가족이라는 기본단위, 부부의 성관계, 부부의 일상생활과 성행위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문제가 중요한 쟁점이 되었다(367).

 

 하느님이 “남자는 자기 자신의 누이나 딸, 보다 정확히 자기 자신의 육신과도 결혼할 수 있도록” 허락한 것은 인류를 하나의 나무처럼 만들어서, 한 뿌리에서 무성한 나뭇가지가 뻗어나가는 거대한 나무의 아름다운 모습을 구상했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근친상간의 금지는 오히려 원칙의 결과를 따라가게 하여 그것의 혜택을 증가시킬 뿐이다. 크리소스토무스의 설명에 의하면 하느님은 남자들에게 그들의 누이와 딸과 결혼하지 못하게 하고, 그들이 공동의 뿌리에서 물려받은 힘을 외부로 전환시킴으로써, 그들의 애정이 하나뿐인 대상을 향해 집중되지 않도록 한다. 우리의 직계 혈족이 아닌 사람들과의 관계로 현실화된다(379).

 

 남자와 여자를 결합시키는 힘은 그리스도와 교회를 결합하는 형상인 것이다. 속죄의 실현이 문제이지 천지창조가 문제가 아니다(380).

 

 부부관계가 가치 있는 것이 되느냐의 여부는 그리스도와 교회를 연결 짓는 사랑의 형태를 부부가 어떻게 자기식으로 소화해서 만들어내는가에 좌우된다.

남편	아내
천지창조	구원
육체의 물질적 결합	그리스도의 강생
시간의 기원	시간의 종말

결혼을 단순히 완전한 금욕생활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생각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며 (381) 실제적 가치를 갖게 하는 것이다. 동정은 영혼을 그리스도의 배우자로 만드는 수단이고, 결혼은 구세주와 교회의 결합에 대한 상징이다. 결혼에 대한 신학적 정당화는 과잉의 금욕주의(382)를 금할 수 있게 하고 부부생활에 대한 거부의 논리 속에 함축된 이원론의 결과를 피할 수 있게 하고, 모든 결혼 윤리의 원칙을 제공함으로써 이교인의 결혼 윤리가 기독교 안에서 정착되는 움직임이 계속될 수 있게 하였다(383).

 

 부부관계에 대한 신학의 논리

- 자연적 불평등의 원칙 : 여자는 ‘보조자’, 남자는 첫 번째 줄에서 명령하는 역할, 머리, 한쪽이 권위와 보호의 자리라면, 다른 한쪽은 복종의 자리(383)

- 상호보완성의 원칙 : 여자 능력은 가사, 집안의 도구 다루기, 자녀 양육, 반면 남자의 능력은 국사를 맡고, 창을 던지고 공적 토론 참가하는 것, 한쪽이 다른 쪽의 빛으로 가려지면 쓸모없는 존재가 될 것을 염려했기 때문, 평등이 갈등을 야기하고 여자들이 첫 번째 자리를 놓고 남자들과 다툴 만큼 자만심이 커질 것을 염려했기 때문, 남자에게는 가장 본질적이고 중요한 일 맡도록 했고, 여자에게는 매우 사소하고 보잘 것 없는 일을 부여, 남자는 생활의 필수품 때문에 여자를 공경하게 되었고, 여자는 자신의 일이 열등하다고 해서 남편에게 반항하지 않을 수 있었다(384).

- 부끄러움에 대한 존중과 관련된 교육 의무의 원칙 : 남편은 교육자 역할을 하면서 아내에게 미덕을 기르도록 가르쳐야 한다(385),

- 관계의 지속성와 의무의 상호성에 대한 원칙 : 결혼한 남자는 그 대상이 창녀이건, 하녀이건, 미혼 여성이건 잘못된 부정한 관계를 맺고 불륜을 저지르는 수치스런 행동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386).

- 애정 관계의 원칙 : 배우자를 평생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387). 애정은 소유와 지배의 관계와는 상관없고 영혼과 영혼의 다양한 관계방식들과 관련된 감정으로 표현된다. 최종적 결합은 오직 내세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는 신념이다. 이런 것이 결혼의 최종 목표가 될 때 현세의 삶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남편은 이런 목적을 위해 자신의 삶을 기꺼이 희생하려고 한다(388). 내세에서의 결합을 예고하는 영혼의 결합이 현세에서 실현될 때만 남편이 자녀를 갖기 원한다(389).

 

 크리소스토무스는 생식을 결혼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로 인정하지 않는(393)다. “우리가 간음죄를 저지르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고, 우리의 육욕을 억제하기 위해서이고, 우리가 정결한 생활을 하도록 하기 위해서이고, 우리가 아내만으로 만족하면서 하느님을 기쁘게 하기 위해서이다”(394)

 

 결혼문제에 대한 논쟁의 핵심 주제는 자녀의 문제가 아니라, 금욕의 문제였다(396).

 

 크리소스토무스는 인간의 타락과 구원의 전체 역사가 시작되는 단계부터 결혼과 생식을 분리한다. 결혼과 생식의 분리는 결혼 제도가 만들어지기 전의 일이다. 인간의 타락 이후에 번식의 가능성이 실현되었다. 타락이 죽음을 유발하고, 그 보상으(397)로 인간에게 생식 능력을 갖게 했다. 생식은 불멸의 영상을 갖게 하기 위해서였다. 잃어버린 불멸의 영상으로서의 생식이다. 생식은 시간의 문 앞에 함께 있는 죽음과 부활의 주제와 관련되었을 때만 의미를 갖는다. 생식은 인간의 타락이 있기 이전에는 존재 이유가 없었고, 부활의 시간이 도래할 때에만 존재 이유를 갖고 있었던 그러한 영상을 만들어 내는 역할만 할 뿐이다(398).

 

 결혼의 문제가 부각된 것은 타락과 함께 “죽음의 부패, 저주, 고통, 인생의 괴로움”을 동반하면서부터이다(399).

 

 육체의 생식이 위로인 데 반해, 결혼은 육체의 욕망에 제한을 가하는 방법으로서, 타락으로 인해 부절제의 자유가 주어진 상황에서 제시된 정지선과 같다. 생식이 타락 이후의 인간에게 위안이 될 수 있는 전제조건이었던 것에 반해, 결혼은 타락 이후에 영혼에 대한 육체의 반항 속에서 존재 이유를 갖는 율법이자, 또한 욕망을 굴복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 율법이다. 결혼은 그러므로 일종의 “구속복”이다(400).

 

 결혼은 또한 여러 가지 의무들을 만들어낸다. 결혼은 육욕의 관리술이기 때문이다. 한 사람에게 자신의 욕망을 한정하기 위해 결혼한다는 것은 육체관계의 단일성을 약속하는 것이지만 오직 하나뿐인 사람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욕망을 총족시킬 수 있다고 약속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모든 결혼에 성행위에 상호적 동의가 따라야 한다는 필연적 결과를 갖게 된다. 역설적으로 결혼과 동정이 가까워지면서 결국 두 배우자에게 상대편과 성관계를 가져야 한다는 엄격한 의무를 부과하기에 이른다(402).

 

 성관계는 유형론이 아니라 형식적이고 율법적인 평등의 원칙이다. 부부에게 결정한 의무를 한 쪽의 권리가 다른 쪽의 의무를 결정하는 점에서 성관계에 관한 한 일종의 정치적 평등을 이루게 된다. 부부의 의무체계 형식은 정치적 평등의 형식이고, 그것은 육체의 소유권에 근거한다(404).

 

 소유는 소유권이 있다는 사실, 인간의 육체에 근거한다는 사실이다. 소유의 개념은 부채의 개념을 야기한다. 자신의 육체가 타인의 소유로 되어 있는 사람은 그에게 어떤 빚을 지고 있는 것인데, 이것을 육체의 사용권이라고 말할 수 있다. 부부 사이의 의무는 부채이다(405).

 

 남편이 아내의 지참금을 자기의 것으(406)로 생각하는 것은 아내가 남편의 육체를 자기의 소유로 생각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결혼에 내재한 권리는 부부가 절대적으로 균등하게 나누어 갖는 것이고, 그것은 육체의 상호적 소유권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407).

 

 결혼의 의미는 배우자를 구원에 이르게 하는 데 자신이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육체적 소유권의 깊은 곳에는 이러한 역할이동의 논리가 있다. ‘육체의 부채’ 관계가 정당화되는 것(408)은 서로가 상대편의 죄를 책임지는 데 있다. ‘결실’이란 영적인 것이다. 상대편을 통한 서로의 구원이다. 구원의 교차인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 부부애와 정절의 이중적 의미를 갖는 ‘아가페’라는 말이 사용된다(409).

 

 중세에 부채, 청구, 동의, 거부 등과의 복잡한 관계 속에서 부부를 권리의 주체로 드러내는 거대한 사법체계는 이렇게 구축된다. 이러한 법규는 교회 당국이 부부 사이의 가장 은밀한 관계에 대해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준 근거인 동시에 성적 행위를 법률화하는 데 기여하게 된다(412).

 

 결혼의 이원적 형태에도 기본적 문제는 자기 자신의 육욕을 가지고 무엇을 해야 하는가의 문제이다. 그러므로 그것은 자기와 자기와의 관계이다. 그래서 부부의 성에 내재된 권리는 타인을 통하여 자기와 자기의 기본적 관계를 관리하는 방식으로 조직되었다(414).